옛날 중국에서는 나라의 중책을 맡을 인물을 고를 때 ‘관인팔법(觀人八法)’에 합당한가, 아닌 가를 놓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관인팔법이란 인물을 고르는 여덟 가지 기준으로 오늘날의 관상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첫째가 위(威)입니다. 권력과 명성에 어울릴 만큼 위엄이 있느냐는 것인데 그것은 은연중에 사람을 누르는 힘, 말하자면 카리스마입니다.

둘째는 후(厚)입니다. 도량이 얼마나 큰가, 하는 것입니다. 좀스럽고 옹졸하기만 해 너그럽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청(淸)입니다. 깨끗한 정신의 소유자여야 합니다. 그래야 사심 없는 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는 고(固)입니다. 굳은 의지를 말하는 것으로 한 번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네 가지는 꼭 갖춰야 하는 것이지만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 또 네 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째가 고(孤)입니다. 사람이 외로우면 안 됩니다. 단지 집안의 화목뿐만 아니라 인정이 많아 사람들이 그를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박(薄)입니다. 체모가 빈약하고 건강하지 못하면 안 됩니다. 단순히 키가 크고 작음만을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셋 째는 악(惡)입니다. 심성이 간악하고 표독스러우면 안 됩니다. 마지막 넷째는 속(俗)입니다. 기품이 고상하지 못하고 경박한 사람은 큰 일을 맡겨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사람 쓰기에 달려있다는 이 명구야 말로 사람의 중요성을 아주 명료하게 나타냅니다. 사람은 많으나 인물다운 인물이 흔치 않은 것은 예나 이제나 다를 바 없기에 인재 발탁이 그처럼 어려운 것입니다.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임명된 지 사흘, 더 정확히 57시간만에 낙마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사회가 지난날보다는 많이 투명해지고 도덕적으로 성숙해졌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과거 같으면 허물이 좀 있다한들 명망에 묻혀 그냥 넘어 갔을 터이나 여론의 힘으로 끝내 파직을 이끌어 냈으니 시대가 바뀌어 우리 사회의 민주화도 상당한 수준에 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기에 말입니다.

흔히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들 합니다. ‘몸을 닦아 수양하고 가정을 잘 꾸리고난 연후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는 이 아홉 글자야말로 대장부라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그런데도 제가는커녕 수신도 안된 이들이 분수를 모르고 다투어 나서고 있으니 나라가 시끄러워 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과거가 어떠했건 앞으로는 국가 사회의 지도층이 되려거든 자기 도야(陶冶)와 관리가 엄격하고 철저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을 때 어느 자리에 나서든 떳떳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당신이 청운의 뜻을 품고 있다면 욕심 먼저 앞세우지 말고 자신의 그릇됨이 합당한가, 아닌가를 관인팔법에 비추어 보기를 권고합니다.     / 본사고문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