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풀꿈재단과 함께 2주일에 1회씩 매주 ‘풀꿈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물새가 찾아오는 미호천에 발 담그기

(글 : 청주대학교 홍상표 교수)

 

청주대학교 홍상표 교수
청주대학교 홍상표 교수

필자가 어린 시절에 물놀이 하던 1970년대 초반에 무심천 운천교 아래에는 맑은 물이 흘렀다.

강바닥 모래 아래에는 민물고기인 모래무지가 발바닥을 간지럽힐 정도로 수질이 좋았다.

1980년대 이후에 청주시의 급속한 인구증가로 인한 생활하수의 유입과 산업폐수의 증가로 무심천 수질은 급속히 악화됐다.

그러다가 분류식 하수관거의 도입으로 생활하수 처리장이 무심천 하류에 건설되어 정수된 물이 미호천으로 바로 유입됐다.

2008년 이후에는 대청호에서 톤당 25원에 끌어온 하천유지 용수를 1일 평균 12만톤 규모로 무심천에 방류해 청주도심 구간에서의 무심천은 하천수위를 유지하면서 수질을 회복하여 청주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무심천이 흘러들어가는 미호천의 생태환경은 어떠한가?

‘충청북도 지속가능 발전협의회’에서 ‘미호천 축산시설 현황과 수질개선’에 관련된 연구조사를 2020년 12월에 발표했다.

미호천은 청주시, 음성군, 진천군, 증평군 및 세종시를 거쳐 금강에 합류하는 89km의 큰 하천이다.

청주시를 관통하는 무심천, 진천군을 거치는 백곡천, 음성군을 흐르는 한천, 증평군을 지나는 보강천 등이 합류하는 미호천 유역은 충북 전체 인구의 65%를 포괄하고 있다.

미호천은 충청북도에서 경제적, 환경적 및 지리적 중요성이 매우 큰 하천이다.

미호천은 넓은 논과 밭을 품고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하천으로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가 서식하는 하천이다.

미호종개는 맑은 하천에 사는 미꾸라지 비슷한 형태의 모습으로, 필자가 1970년대 초반에 괴산댐 아래 괴강(달천강 중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에 가끔 보았는데, 그 지역에서는 수수를 닮았다고 하여 수수미꾸라지라고 불렀다.

미호종개는 금강수계의 미호천과 그 인근 수역에서 분포하는 것으로 1984년 처음으로 어류학자에 의해 학술적으로 보고됐다.

2005년에 천연기념물 제454호로 지정되었으며,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되어 환경부로부터 관리받고 있다.

그러나 수질이 악화되어 미호종개는 미호천 본류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농약, 생활하수, 공장폐수, 축산폐수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 무분별한 하상공사 및 골재채취로 인한 미호종개의 서식지 파괴가 원인이다.

청주도심의 외곽지역을 흐르는 미호천은 산업단지 증설, 생활하수 증가,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대규모 축산시설이 밀집하여 수질이 악화되고 있어 시급한 관심과 대책이 요구된다.

축산시설에는 돼지, 젖소, 한우, 닭, 오리 등의 사육시설이 대표적이다. 미호천 유역에는 2020년 기준으로 한우 74,161두, 젖소 15,945두, 돼지 443,720두, 닭 및 오리 8,098,211두 등이 사육되고 있는데, 특히 미호천 상류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축산분뇨의 대량배출로 허가 대상인 대규모 축산시설은 물론이고, 신고 대상 미만인 소규모 축산시설에서도 높은 농도의 축산분뇨가 빗물 등과 함께 미호천 유역으로 상류에서부터 유입되는 상황이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2020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축산분뇨로 인한 악취에 대한 주변 지역주민의 민원을 회피하기 위하여 미호천 하천제방 가까이 축산시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오창 들판 주변의 미호천 유역에서 축사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축산분뇨가 빗물과 함께 흘러내려 수질악화를 가중시켰다.

 

청주를 관통하는 미호천 전경
청주를 관통하는 미호천 전경

 

우리나라에서도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석유, 석탄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폭 감축하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며,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산림녹지 및 생태습지 확보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축산시설의 감축도 필요하다.

미호천 유역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축산시설은 또한 수질오염을 유발하여 천연기념물 미호종개의 서식처 파괴는 물론이며, 지역주민의 물놀이는 어림없고 수변 산책의 작은 휴식의 즐거움도 앗아갈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환경생태학에 ‘10% 법칙’이 있다. 옥수수 같은 곡물을 가축의 사료로 하여 육식을 하는 것 보다는, 곡물을 바로 빵 같은 음식으로 섭취하면 식량을 10배 정도 절약할 수 있다는 생태학 법칙이다.

육식 위주의 식생활을 절제하여 식량을 10배 정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농경지를 10배 정도 축소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다른 야생동식물의 서식처를 보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식량 생산과정에 사용되는 농약, 비료, 농기계의 석유에너지, 그리고 가축사료 운반 및 가축사육 과정에서 발생되는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배출 등을 고려하면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채식 위주의 식생활(베지테리언)이 확산되는 것은 환경생태학의 ‘10% 법칙’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환경보전 시민의식이다. 육식을 절제하는 식생활의 실천이 미호천의 미호종개를 살리고, 물새가 찾아오는 미호천을 지속가능한 생태공간으로 가꿀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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