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지역일간지 A일보의 청주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긴장감이 팽팽했다. 한쪽은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돼 대역전의 가능성을 확산시켰고 다른 한쪽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선거법상 여론조사 공표 허용기간의 마지막 날에 맞춰 보도된 이번 조사결과 후보자별 지지율은 민주당 나기정후보 23.9%, 한나라당 한대수후보 23.1%로 오차범위내의 근소한 차이를 나타냈다. 여기에 민선 1기 청주시장을 지낸 김현수후보가 15.8%의 지지를 얻어 3파전의 선두권을 추격하는 양상으로 조사됐다.
이에대해 민주당 나기정 후보측은 같은 시기에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한후보와 격차가 10%이상 벌어졌다며 A일보의 여론조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반면 한나라당측은 5월 한달동안 지역방송·신문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간의 격차가 22%, 11%, 4.8%, 0.8%로 급속하게 좁혀졌다며 ‘정당 지지도’ 상승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주장하고 있다. 결국 청주시장 선거전의 초반판세는 나기정후보와 한대수후보의 양자구도에 김현수후보가 틈새를 노리는 2강 1약의 각축전으로 전망된다.
한편 A신문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 37.3%, 민주당 17.1%, 자민련 8.5%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풍이 위력을 발휘했던 당시 정당지지율이 엇비슷했던 것에 비해 1개월만에 큰 격차를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면 한나라당의 바람이 만만치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한후보측은 “이미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당과 더블스코어로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한후보의 지지율은 급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 당초 김현수후보와 3자 대결에 신경이 쓰였지만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보면 선거판세가 2강구도로 압축됐고, 여기에 바람을 타면 당선안정권에 쉽게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민주당 나후보측은 “A신문의 여론조사 시점이 상당구 홍재형의원의 탈당사태가 벌어지던 때라서 다소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체 여론조사와 차이가 너무 커서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홍의원이 탈당의사를 철회하고 당조직을 다시 추스려 시장선거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나후보의 대세론은 계속 힘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김현수후보 진영에서는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가 시중의 현실과 괴리가 커 불만이다. 김후보가 재임기간의 업적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현직시장의 실정으로 인해 재평가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역시 배짱있고 박력있게 시정을 추진해갈 적임자는 김후보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고 이런 점에 후보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자 사무실 위치선정에도 지정학적 고려가 뒤따랐다. 과거 투표성향을 보면 토박이 동네가 많은 상당구의 보수성이 강했다. 한나라당 한후보는 지역성향과 지난 2000년 총선출마로 조직을 다진 상당구에 선거캠프를 마련했다. 무소속 김현수후보도 과거 총선 선거구이자 자신의 거주지인 상당구에 사무실을 개소했다. 이에반해 민주당 나후보는 흥덕구 봉명동에 캠프를 마련, 집중공략에 나섰다. 선관위가 발표한 선거인 수를 보면 청주 상당구 16만4천명, 흥덕구 24만7천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65%가 흥덕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청주시장 선거의 최대변수는 정당바람과 월드컵 성적에 따른 투표율을 꼽고 있다. 우선 대통령아들 비리와 각종 게이트사건에 따른 집권당 민심이반 현상이 월드컵의 태풍권속에 잠재워질 지 여부가 관심사다. 일부에서는 지역의 전통적 보수성을 들어 월드컵 결과에 관계없이 거대야당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세가 확산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로 이원종 충북지사를 비롯한 도내 한나라당 자치단체 후보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5월 중순이후 동반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조사기관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에대해 청주 O선거기획사 관계자는 “한나라당에 대한 정당지지가 후보지지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다만 그 바람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가가 문제다. 민주당측에서는 월드컵 카드밖에는 한나라당 바람을 견제할 장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관측했다.
월드컵의 선전으로 20∼30대 유권자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정당대결을 피하고 인물론을 내세운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정당바람’의 창과 ‘현직인물’의 방패가 어떻게 승부를 가릴 지…, 청주시장 선거가 도내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은 분명해보인다.

사업공약보다 정책공약에 치중
청주시장 후보들은 구체적인 사업공약보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시정방향을 제시하는 정책공약에 치중했다. 이는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자치단체장의 공약실천 여부에 대한 검증작업이 강화되면서 과거처럼 ‘백화점식’ 공약남발을 자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나기정후보는 ‘문화시장’이라는 브랜드에 재임기간의 사업성과를 내세워 ‘일하는 시장’의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눈에 띄는 공약으로는 청주시민의 건강안전망 구축을 통해 예방위주의 공공 건강관리 체제 확보와 체력단련 공원 확충을 내걸고 있다. 노인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카드제도 실시와 독립적인 여성 전담부서를 만들어 시정에 여성정책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교통문제의 대안으로 마을버스 도입추진과 시내버스 노선의 순환시스템 조정을 내세웠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청주공단내 대농부지 개발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자력생존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재래시장 활성화에 대한 세부적 공약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한대수후보는 ‘깨끗한 공직자’의 이미지에 ‘경제시장’이라는 역동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표밭을 갈고 있다. 주요공약을 보면 청주무역센터 건립, 청주 미디어밸리내 국립 미디어아카데미 조성을 꼽을 수 있다. 대형할인매장 입주를 제한, 재래시장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창업 논스톱 서비스 등도 경제분야의 공약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측면에서 인구 5만명당 도서관 1개소 건립과 퇴폐업소 지도단속 조례개정을 제기했다. 복지부분에선 지역별 노인복지마을 건립과 흥덕구 보건소 신설, 3차 의료기관 유치등을 내걸었다. 사회체육단체를 위한 체육회관 건립, 청주읍성 복원, 상당산성 전통문화 특구조성도 눈길을 끌었다.
교도소·소방서 이전추진과 동·북부 터미널 유치, 여성을 위한 보육서비스 확대 시행, 여성고용창출을 위한 교육확대도 제시됐다. 환경부문에서는 무심천 자연형 하천 및 시민휴식공간 확보, 환경사업소 일대 환경테마공원 조성을 통해 클린 청주 범시민운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무소속 김현수후보는 ‘경륜있는 건설시장’임을 내세워 현 나시장의 실정을 부각시키며 대안차원의 공약을 발표했다. 경제공약으로 오송바이오단지와 오창과학단지를 연계한 벤처타운 조성과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 물류운송 시스템을 갖춘 화물운송기지 건설을 내걸었다. 가톨릭신자인 김후보는 훙덕사를 복원시켜 불교계에 위탁관리시키겠다는 공약을 발표, 불교껴안기의 모양새도 갖췄다. 시직영의 화장장·장례식장 건립을 추진하고 용암2단지와 월오공원묘지 연결도로를 건설하여 동부우회도로 차량으로 인한 용암1지구 중심가의 교통사고 위험과 차량매연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재래시장의 경우 주상복합건물로 재개발을 시도, 대형마트와 경쟁력을 제고하고 상당구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고속·시외터미널을 별도 건설하는 공약도 제시했다. 김후보는 청주·청원통합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물절약 운동을 펼치겠다는 이색 공약도 내세웠다.
/ 권혁상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