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풀꿈재단과 함께 2주일에 1회씩 매주 ‘풀꿈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완연한 봄입니다. 뭇 생명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입고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푸르름을 시샘하는 미세먼지는 초록을 질투하며 장막을 칩니다.

장막 사이로 아파트가 하늘 높이 치솟아 있습니다. 한 폭의 산수화는 아파트 숲을 헤치고 난 후에나 보여집니다. 숲속에 큰 물건이 춤을 춥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포크레인입니다.

그놈은 무서운 힘을 가지고 사정없이 숲을 헤칩니다. 뻘건 흙이 드러납니다. 여러 물상이 춤을 추면 세칭 전원주택이 됩니다.

공기와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서 인생의 마무리를 하려는 사람들, 회색의 도시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모여 자연의 품에 안겼다고 좋아합니다.

자연은 또 다른 심한 상처를 입습니다. 무지막지한 택지지구 사업이나 아파트단지 조성에 비하면 작은 공간이지만 우리의 편리를 위해 자연의 아픔을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뿐일까요?

하천 둔치는 주차공간으로 또는 휴식 공간으로 시멘트를 덮고 삽니다. 그 와중에 공장폐수 및 축산폐수, 생활폐수가 일격을 가합니다. 물고기는 떠나고 하천 생태계는 육상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걸 정화한다고 다시 포크레인으로 파헤칩니다. 하천은 늘 아파하지만 우리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얼마 전 재·보궐선거가 있었습니다.

서울·부산의 후보들은 저마다 도심에 “아파트를 많이 지어 주택난을 해소하겠다” 공약했습니다.

단 한 명도 개발을 억제하고 공원을 많이 조성하여 숨쉬기 좋은 서울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후보는 없었습니다.

조세정의를 통해 집값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후보 또한 없었습니다.

국내 인구의 52% 이상이 사는 수도권에 대규모 택지조성을 통해 아파트 가격을 낮추겠다고 합니다. 수도권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땅꺼짐으로 블랙홀이 생길까 걱정입니다.

어느 날인가 꿈에 서울이 땅속으로 사라지는 꿈을 꾸었습니다. 너무도 무섭습니다. 그 개발의 광풍은 중·소도시까지 밀고 내려와 아파트 가격 전쟁을 벌입니다. 서민들에게는 너무나 힘든 세상입니다.

자연도 저마다의 경쟁을 합니다. 세력이 강한 냉이, 쑥, 망초, 민들레 등이 땅을 뒤덮고 영토를 확보합니다.

그 틈 사이로 씀바귀 등 이름 모를 풀들이 고개를 내밉니다.

그에 질세라 취나물, 눈개승마, 잔대, 도라지, 더덕도 싹을 틔웠습니다. 바쁜 일상 짬을 내어 직접 파종한 약초를 위해 다른 풀들은 뽑아냅니다.

밭이 깨끗해 보입니다. 언젠가부터 정리된 자연이 가깝게 다가옵니다. 이 욕심에 취해 자연의 아픔을 조금씩 잊고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자연은 시간의 흐름 속에 변화합니다. 신록의 푸르름이 짙어지면 ‘가뭄과 장마 그리고 태풍’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고난의 시간을 이겨낸 초록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한해의 결실을 맞이합니다. 단풍의 계절 아름다움과 풍요 속에 내년을 준비하는 씨앗들이 땅과 조우를 합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긴 채 더욱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은 다시 싹을 틔웁니다. 겨울을 이겨낸 약초들은 튼튼한 뿌리를 땅에 묻고 더욱 힘차게 고개를 내밉니다. 이렇게 자연은 순환합니다.

우리는 삶의 편의를 위해 땅을 파헤칩니다. 시뻘건 흙이 때때로 마을을 집어삼키고 논밭을 초토화 시킵니다. 시뻘건 흙에 시멘트가 덮이고 하늘보다 더 높은 아파트가 지어집니다.

화려한 불빛이 켜지고 그곳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그것이 풍요로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름 사이로 솟은 아파트 고층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모든 풍요를 얻은 양 행복해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내 발아래 지나가는 사람 및 모든 미물을 바라보며 어떻게 생각할까요.

지배자인 인간의 욕망을 채운 아파트에서 이게 발전이라고, 이게 행복이라고 소리쳐 외칠 것입니다. 이것이 행복일까요? 순환하지 못하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지구의 날’을 설정한 것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파헤쳐진 지구를 생각해 보는 날입니다.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충북기후·환경네트워크, 충북지역문제플랫폼, (사)풀꿈환경재단, 청주충북환경연합, 친환경생활지원센터 등 충북도 내 시민단체와 공공기관들은 공동으로 4월 16일부터 6월 5일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51일간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같이 가치! 걸어서 지구 한바퀴’, 미세먼지 바로 알기 교육 강사 양성과정 및 보수교육, 기후위기 영화제, 플로깅 캠페인과 지구의 날 기념 소등행사,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 주제로 시민생활실천단 모집, 쓰레기 줄이기 100일간의 실천, 시민생활실천단 발대식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현재 전 세계는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지구 기온 상승을 1.5℃내로 제한,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활동은 미약합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함께하면 위기의 지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의 시대! 자연과 사람의 상생을 꿈꿉니다. 우리의 꿈이 실천을 통해 현실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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