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인선놓고 속보이는 여론전 ‘눈살‘
“체육인 무시했다간 패가망신 글쎄?”

각급 기관의 인사철인 요즘, 충북에서 최고 상종가를 치는 자리는 단연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다. 이 자리가 벌써 한달째 각종 언론을 장식하면서 관계자들에까지 어지러움을 안길 정도다. 자진 사퇴를 천명한 현 김선필처장의 후임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시중에 엄청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도체육회 사무처장은 공무원으로 치면 2급 이사관급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 직급상 관심의 대상임엔 틀림없지만, 그렇더라도 체육계의 한 자리에 언론이 이처럼 한달간 호들갑을 떠는 것은 분명 예삿일이 아니다. 당장 비교되는 것은 같은 직급의 청주부시장이나 도기획관리실장, 도의회 사무처장 등으로 역대 어느 인사에서도 이들 자리가 이번 도체육회 사무처장만큼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은 적은 없다.

   
▲ 김선필 사무처장
언론의 관심이 인사에 큰 부담
현재 도체육회 사무처장 후임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여럿이다. 이중엔 본인이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고, 본인보다는 주변에서 여론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언론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만 대충 꼽아도 김명수(청주시생활체육회장) 김태봉(전청주시교육장) 신준호(충북펜싱협회장) 유경철(충북도체육회 운영부장) 유무웅(충북체고교장) 유태기(청주시교육장) 이중근(충북씨름협회장) 이창호(청주시체육회장) 정만순씨(청주대교수) 조덕현씨(중부매일 논설위원·이상 가나다순) 등 10명이나 된다.

이들은 본인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무려 한달간 시중 여론에 의한 검증을 받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똑같은 사안인데도 도내 신문들이 펴는 기사의 논조는 약간씩 다르다는 점이다. 기사의 행간에서 풍겨 나오는 뉴앙스가 신문사마다 차이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정 신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일종의 명예직 성격이 강했던 도체육회 사무처장 자리가 전례없이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것은 당사자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도체육회 정관에 의하면 임기 4년의 사무처장은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회장(도지사)이 임명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인사권자인 이원종지사는 후임에 대해 아직 일언반구도 안 하는데 시중에선 숱한 말들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특정 언론의 잣대에 따라 기사화되고 있다. 그 배경엔 역시 특정인들의 절박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도체육회 임원의 임기는 오는 2월말로 일괄 마무리된다. 때문에 이 시기에 맞춰 정기총회를 열어 이사진을 개편한 후 사무처장 추인을 받아야 할 판이다.

 사무처장 후임인사를 놓고 워낙 말들이 많다보니 충북에서 열리는 장애인체육대회를 감안해서라도 조기에 내정자를 결정, 잡음을 차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지금으로선 2월 중순 이후에나 결정될 개연성이 높다. 이는 이원종지사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더라도 예측가능하다. 이지사는 깜짝 인사보다는 충분한 여론을 거치는 느긋한 인사를 선호한다. 그동안의 이지사 인사관행을 보면 감이 다 익어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이른바 숙시주의(熟枾主義) 성향이 강했다. 게다가 이번 사무처장 후임인사는 언론의 관심이 특히 많은데다 이미 숱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에 이지사로서도 섣부른 판단이 어렵게 됐다.

“일방적 선임은 곧바로 반발 직면할 것”
도체육회 사무처장 후임과 관련해선 지금까지 대략 세갈래의 전망이 제기됐다. 예산을 지원하는 충북도가 자체 행정전문가를 내세우는 것과 체육계 내부의 발탁, 그리고 제 3자 즉 외부영입이다. 행정 전문가 옹립은 체육계 내부의 개혁을 전제로 한 발상이다. 공교롭게도 도체육회 운영의 변화 필요성은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오랫동안 관행에 젖어 온 체육회 내부에 새바람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것을 많은 체육인들이 공감하기 때문에 매년 수십억원씩을 지원하는 충북도로선 당연히 고위 간부나 혹은 퇴직을 앞둔 인사들을 내세워 변화를 기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이사관 자리를 하나 더 확보하는 셈이어서 인사숨통도 그만큼 트이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체육계 내부의 여론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체육인들은 자체 발탁을 학수고대한다. 이원종지사가 쉽게 판단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도 바로 체육인들의 이러한 ‘집단의식’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의 재출마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선 체육인들과 반목하는 것은 결국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충북도 관계자도 “현 도체육회의 사무처 직원이 고작 12명 정도인데 이중에서 이사관급을 자체 발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솔직히 우리 시각으로 보면 체육계 전체를 놓고 봐도 눈에 쏙 들어오는 인사들이 없다. 게다가 그간 10여년동안 사무처장이 자체 승진자로 채워지다보니 운영 자체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분명하다. 이로 인한 역기능도 많다고 확신하다. 지난 전국체전 때도 이와 관련된 많은 얘기들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자극과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현실상, 그리고 전후 역학관계상 충북도에 의한 일방적 선임이 가능하겠는가. 결국 체육계의 여론을 중시할 수 밖에 없지 않으냐”고 반문해 현재의 복잡한 심사를 잘 대변했다.


체육인들의 내부 발탁의지는 특히 강하다. 운동 기량의 정도를 떠나 어쨌든 지금까지는 체육인 출신들이 사무처장을 맡아 왔다. 현재도 활동중인 6대 최동식씨(체조·1971~1975)를 비롯 9대 이상록(검도 국궁·1987~1991) 10대 이규문(축구·1991~1993) 11대 정신일(레슬링·1993~1997) 12대 김선필씨(역도·1997~2005) 등이 모두 체육인 출신이다.

내부발탁은 관리능력이 관건
물론 현재 후임자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모두 교육청과 학교, 사회체육, 현역 선수생활 등과 관련된 체육인들이지만 체육계 내부에선 그 중에서도 순수 체육인을 내심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체육계의 내부발탁은 상대적으로 조직관리 더 나아가 경영능력에서 낮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충북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순수 체육인 중에서 완벽한 관리능력까지 갖췄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인사가 가능하다”는 한 관계자의 말은 바로 이런 속내를 시사하고도 남는다. 안타깝게도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주변 여론으로부터 “바로 이 사람”이라는 평가를 못 받고 있어 시중의 각종 억측들도 이 때문에 불거지는 양상이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에게 일단 좋은 평가보다는 비판적 얘기가 우선 제기되다보니 인사권자의 입장에선 이래저래 고민스럽다.하지만 이와 관련해선 반대 의견도 많다. 처음부터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한 인사의 발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체육 전문가의 말은 이렇다.

 “누가 이 자리를 맡아도 어차피 얼마동안은 일을 배워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배우면서 크면 된다.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은 특정인을 심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체육회의 업무도 이젠 특정인 몇 명이 움직이기보다는 전체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추세다. 서로 인정해주고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다 보면 신임 처장의 입지가 왜 정착되지 않겠나. 문제는 발상의 전환이다. 만약 충북도가 도체육회의 운영에 의심이 간다면 감사를 통해 밝히고 시정시키면 될 것이다. 지난번 사무처장 골프사건 때도 서슬퍼렇게 감사하지 않았나. 정기감사 수시감사가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런 제도상의 흐름으로 견제를 해야지 아예 자리를 꿰차고 들어 와 변화를 가한다면 체육계의 특성상 아마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올해같은 경우 충북도가 도체육회에 지원하는 예산은 약 45억원 정도로, 이 돈으로 체육회는 협회 운영비와 선수 훈련비, 체전 파견비, 코치급여 등을 충당한다.

자칫하면 자리잃고 쪽박까지 깰라
사무처장 후임과 관련해선 이원종지사 뿐만 아니라 체육계 내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체육인들조차 한 목소리를 못내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체육인들이 낙하산이나 외부영입을 반대한다면 체육인 스스로 확실한 인물을 내세워야 하는데도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이 한명으로 후보를 단일화할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체육계 인사는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체육인들의 장점이란 것이 결국 뭔가. 일체감이다. 한목소리를 내면 그만큼 여론도 형성되고 또 힘도 배가되는 것이다. 만약 체육인들이 자체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대표주자’ 한 사람만 확실하게 내세운다면 무슨 낙하산이니 3자 영입이니 하는 말들은 씨도 안 먹힐 것이다. 서로 하겠다고 난리들이니 틈새가 벌어지는 게 아닌가. 체육계 내부 발탁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서로 의견을 조율해 한 사람을 내세워 도지사에게 당당하게 사무처장 자리를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관건이다. 지금처럼 망둥이 뛰니까 꼴뚜기도 뛰듯 이사람 저사람이 서로 욕심을 부리는 상황에선 내가 도지사라도 누구한테 쉽게 자리를 안길 수 없다. 어차피 후폭풍이 거세게 일텐데 인사권자의 입장에선 가장 위험 부담이 덜한 대안을 택할 것이고, 이럴 땐 차라리 조직운영의 총대를 맡을 낙하산 인사가 선호될 수도 있다. 결국 해법은 체육인들에게 달려 있다.”

실제로 체육계에선 현재 체육인끼리의 경쟁구도에 대해 많은 우려를 제기한다. 이 상태로는 설령 체육계 내부 발탁이 성사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 즉, 체육계 자체의 분열과 반목이 불문가지라는 것이다.

허순혁씨, “경기단체 임원 과대포장됐다” 비판
후임 사무처장을 놓고 여론플레이가 심하다보니 특정인의 경우 현재 인맥이나 학맥을 이용한 물밑작업에도 은근히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중에서 충북대 체육학과 출신들이 많은 것도 상대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중근 김명수 유태기 신준호 유무웅씨 등이 이곳을 나왔다. 사무처장 후임 인선과 관련해 전직 교장출신인 허순혁씨가 지난 1월 3일 체육교사와 체육동호인 5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충북도에 건의문을 제출해 파문을 던지기도 했다.

교육감 선거에도 출마했던 그는 건의문에서 현 체육회 이사들이 부패했고 경기단체 임원 역시 과대포장됐다고 칼을 들이대며, 사무처장 및 이사 선임시 체육계의 여론을 수렴할 것과 여의치 않을 경우 대의원 총회에서 경선할 것을 요구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주변에선 오히려 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최근 필요이상으로 과대포장되고 있다며 그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시·도에서도 최근 광역체육회 사무처장의 교체가 있었지만 충북처럼 요란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속전속결의 인사를 못하고 결과적으로 이런 빌미를 안긴 이원종지사에 대한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산하 체육단체의 사무책임자 하나 소신있게 선임하지 못하는 민선 이지사의 처신을 질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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