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자원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지구를 자본주의 체제 속 무한 증식, 확장, 개발, 성장 등등의 욕망의 대상으로 삼고 착취한 결과다. 국가총생산량(GDP)의 곡선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비슷한 곡선을 그리며 계속해서 증가한다. 수백 년간 대기 중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는 지구 자체의 조절시스템을 붕괴시키고, 더욱 빈번한 기상이변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기후위기 주범들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환경부의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LEDS)>에서 밝히는 부문별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 비율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 공급 부문 36%, 산업 부문 37%, 수송 부문 14%, 건물 7%, 폐기물 2.4%, 농축수산 3.4%. 에너지의 주요 용도는 산업(2014년 기분 전체 에너지의 55.4%)이었고 다음으로 건물을 유지하는데 사용되었다. 수송과 관련하여, 1990년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339만대였으나 2017년에는 6.6배 증가하여 2,253만대가 되었다. 화물 운송량 역시 같은 기간 336만 톤에서 2,029만 톤으로 6배 증가하여 오늘날 화물차량으로 가득한 도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국내 폐기물의 46%는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고, 38%는 공장 등 사업장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분리수거에 애쓰고 있는 생활 폐기물은 전체 양에서 10%를 겨우 넘는다.

국내 온실가스는 에너지, 산업, 수송, 건물, 폐기물에 두루 걸쳐 있는 기업 활동의 몫이 대부분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포스코, 현대제철(7위) 등 철강회사가 24시간 화석연료를 태우며 용광로를 운영하고, 용광로에서 나온 철강으로 현대자동차와 같은 자동차 기업이 자동차를 찍어내면 그들은 에스오일(11위), GS칼텍스(13위)가 정유한 휘발유를 넣고 아스팔트 도로 위를 내달리며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자동차가 달리는 아스팔트 도로마저 석유 원유에서 추출되었으니,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현대 문명은 탄소 문명과 다름없고,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기업들의 생산 활동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기후위기에 온전히 대응하기 위해서 온실가스 배출 기업의 생산 활동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손쉬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예컨대 철강 산업과 정유산업에 기대고 있는 자동차 산업을 축소하고, 더 이상의 도로 확장 공사는 멈추는 것이다. 전체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먹고 있는 제품 생산량을 줄임으로써 불필요한 과잉 생산을 막고, 그로 인한 폐기물도 줄여야 한다. 농지와 산지를 밀어버리고 산업단지를 늘릴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산업단지를 줄이고, 농작물을 포함한 필수 재화를 생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는 17조원을 들여 신규 초대형 석탄 화력발전소 7기(총 7.2GW)를 민간기업과 발전공사에 맡겨 2022~2030년까지 모두 준공할 계획이고 이미 상당한 부분 공사가 진행되었다. 화력발전소 건설을 맡은 민간기업은 삼성, 포스코, SK 등 온실가스 최다배출 기업들이다. 제주2공항, 가덕도 신공항 건설도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다. 동시에 ‘친환경차’, ‘재생에너지’등 새로운 간판으로 바꾼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뉴딜 테이블에 앉아있다. 정부는 그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손을 맞잡으며 전기, 수소차와 태양광, 풍력발전이 탄소중립(넷 제로, 이산화탄소 순배출량 ‘0’)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기업 밖에 모르는 충북도

‘일등경제’를 부르짖는 충청북도 이시종 도지사는 어떠한가. 도내 민간산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73%는 시멘트 업종에서 나온다.(다음은 반도체로 16%를 차지한다,)<충청북도 민간산업체에 대한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및 감축기술 분석(2017년)> 전국 5천만 톤 중 2천만톤을 생산할만큼 제천, 단양 등 북부권을 중심으로 충북에 시멘트 공장이 집중되어 있고, 대기업의 건설사업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에 대한 충북도의 대책은 뭘까? 최근 충북도는 “시멘트 산업과 연계한 청정연(원)료 생산기지”를 ‘실증’해보겠다며 390억 원 규모의 탄소포집 설비와 합성가스 개질반응 설비 등 구축을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2021.3.10. 보도자료) 효용성이 증명되지 않은 탄소포집 기술을 5년에 걸쳐 ‘실험’해보겠다는 얘기. 이런 허무맹랑한 정책은 충북도 홈페이지 보도자료 면을 굳이 찾아보지 않으면 일반 시민은 알기 어렵다.

도시계획은 어떨까? 주차장 폐쇄, 자전거 도로, 인도 확충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공공성을 확충하겠다는 파리의 ‘15분 도시’ 구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늉이라도 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올해 첫 번째 열린 충청북도 도시계획위원회는 SK(주) 연수원 건립을 위한 부지 용도지역 변경을 위해 열렸다. “SK(주)가 세계적 기업이고 지속 성장하기 위한 인재양성 교육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이유로, 지역 상생방안 마련과 진입도로 교통안전시설 보강 조건과 함께 의결되었다.

충북도는 도로건설사업 신속집행을 위해 각종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고(2021.3.16. 보도자료) 광역 생활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청주도심통과 광역철도와 청주공항 활성화에 목매달고 있다. 그리고 그린뉴딜에 힘입어 무려 국비 1조 7천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진천군, 음성군에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전력망) 산업이 거액의 정부 보조와 민간 투자와 함께 들어서는 것이다.

충북도는 기후위기 주범들의 손을 맞잡고,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차원에서 진행 중에 있다. 제동을 걸어야할 기업의 생산, 건설 활동에 ‘그린’을 붙여주며 허용하고 지원해주고 있다. 한편 정작 기후위기로 인해 일상을 위협받는 농민과 시민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기후정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기후활동가 한재각은 그의 책 <기후정의>(2021)에서 ‘기후부정의’ 문제를 강조한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북반구의 선진국들이고, 온실가스 세계 8위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그 피해는 남반구 국가들이 가장 먼저, 가장 취약한 조건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상위 10% 소득계층이 전체 소득의 52%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들이 소비 기반 배출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에너지를 펑펑 쓰고 있으나 그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충남과 강원의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고 산촌과 농촌을 가로지르는 송전탑을 통해 서울 시민들은 에너지를 착취하고 있다. 농촌에는 인삼밭과 비슷한 ‘태양광 패널 밭’이 평지, 산지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전기를 판매한 이익 중 일부를 농민들에게 나눠주겠다며 태양광, 풍력 발전시설 설치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기후부정의는 정부, 지자체 그리고 기업과의 공조와 협력 속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재각, 기후정의(2021, 한티재)
한재각, 기후정의(2021, 한티재)

전력자립도 측면에서 보면 충북도는 대전(1.8%), 서울(3.9%)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6%) 에너지/온실가스배출 채무지역이다.(반면 인천은 247%, 충남 235%, 부산, 경북 각각 180%, 강원 175%, 전남 171%, 경남 140% 순으로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충북도는 대규모 발전시설 및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고, 에너지 소비량의 급격한 감축과 더불어 자립도를 올리는 정책을 이행해야한다. 또한 에너지를 착취당하고 있는 충남, 경북, 강원, 전남, 경남 지역과 연대하여 발전소 폐쇄 운동을 벌여야 한다.

무엇보다 제4차 충청북도 종합계획, 도시계획, 에너지계획 등 온실가스 사용과 관련된 주요한 의사결정을 농민, 노동자, 시민, 청소년 등이 주도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청회를 넘어서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누가 위원으로 들어가 있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기가 매우 어렵지 않은가. 기후위기 심각성이 나날이 더해지는 마당에 지금의 논의구조는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다.

기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세월 동안 노동자들이 용광로에 빠져 죽고, 석탄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죽고, 반도체 공장에서 병들어 죽고, 쿠팡 물류센터에서 과로로 자살했다. 농촌 공동체는 파괴되고 공장과 태양광 발전시설이 우후죽순 자라나는 개발지가 되었다. 매년 4~5천명의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고, 그 중에서도 유아 교통사고 사망자는 10만 명당 4.1명(OECD 1위)으로 도로는 ‘긴 공동묘지’가 되었으나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아스팔트 도로는 어제도, 오늘도 계속 깔리고 있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이 괴물 같은 세상을 멈출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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