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정당의 지구당위원장들이 요즘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과거같으면 지방선거는 이들의 만만한 먹이감이었다. 소위 ‘장사’만 잘하면 든든한 정치자금(?)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당에 경선제도가 도입된 후 이들의 입지는 오히려 크게 위축됐다. 말발이 서지 않는 것이다. 과거엔 지방선거 후보 선정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구당위원장들의 절대적 권한이었다. “물론 과거에도 요식행위는 거쳤지만 실제는 위원장의 측근들로 선정위원회를 구성, 일사천리로 후보가 결정됐다. 그만큼 위원장의 입김이 막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 반대가 됐다. 상향식 공천이 시행되면서 오히려 위원장이 대의원과 당원들의 눈치를 보게 됐다. 특정 후보를 밀었다가 상대측에 섰던 사람들을 몽땅 잃은 경우도 있다. 말조심하느라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다.” 모 정당 지구당위원장의 푸념이다.

위원장이 밀었던 후보 모두 낙선

도내에서도 국회의원등 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 당원간의 주종적 관계가 붕괴되는 사례는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A의원은 자신이 밀었던 도의원 후보가 모두 당내 경선에서 패하는 바람에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실제로 지역정가에선 이를 계기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B의원은 특정 후보를 감쌌다가 집단 탈당사태를 빚었고, C위원장 같은 경우는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 공천문제로 반대파 인사들과 심한 내홍을 겪는 바람에 중앙당에까지 보고되는 등 잡음에 휘말리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대의원 당원들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커지면서 많은 의식변화가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자가진단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현직 위원장들은 2년 후 17대 총선에서 공천받기도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중앙 정치권에 줄을 대 공천을 보장받던 지난날엔 꿈도 못꿨던 현상이다. 한 지구당 위원장은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지만 2년후 공천이나 받을지 걱정된다. 6월 지방선거의 경선과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의원 당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을 실감했다. 어차피 앞으로는 대의원 당원들의 심판을 받는 경선통과가 최대 관건이다. 지금 기분이라면 차라리 지구당을 새로 만들어 새 사람으로 당직자와 대의원들을 선임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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