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관리원 “회장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 당해”
입주자대표회장 “명예훼손이다. 사실과 다르다” 반박
관리사무소 “회장이 요청하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음성군 대소면 소재 A아파트 해고관리원 B씨의 호소문 일부.
음성군 대소면 소재 A아파트 해고관리원 B씨의 호소문 일부.

“저는 관리원으로서 경비, 지하주차장 청소, 제설작업, 낙엽 치우기, 담배꽁초 줍기 등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회장이 무슨 권한이 있길래 한 사람의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빼앗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음성군 대소면 소재 A아파트 관리원으로 근무하다 최근 해고된 B씨가 지난 18일 “입주자대표회장의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며 억울한 사정을 토로하고 나섰다.

B씨는 이날 해당아파트단지 일부에 내건 <호소문>을 통해 “회장의 말 한 마디에 직장을 잃었다. 영문도 모르고 해고당한 사람이 저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열 분도 훨씬 넘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주민도 모르는 사이,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폭정을 휘두르고 있는 회장을 탄핵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호소문> 내용이 입주민사이에 퍼지면서 파문이 커져 나갔다.

 

입주자대표회장 C씨 “입주자대표로서 할 일을 한 것 뿐”

<호소문>에 직접 거론된 입주자대표회장 C씨는 18일 음성타임즈와의 통화에서 “(본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사실과 다르다”며 호소문의 내용을 완강히 부인했다.

C씨는 “(관리원들은 24시간 근무 후) 아침 7시30분에 교대하는데, 7시쯤에 경비실 책상에서 자는 모습을 2번 봤다. 그리고 점심시간을 엄수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관리소로부터 들었다. 그래서 관리소에 시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씨는 “일을 잘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 (또 다른) 관리주임도 자다가 걸려서 해고를 요청한 바 있다”고도 했다.

해당 아파트는 2018년 4월 입주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관리소장 세 번, 관리과장은 네 번이나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B씨는 전임 관리소장을 음성경찰에 고발을 했다는 얘기도 건넸다.

C씨는 “아파트 관리비 등 회계 처리시 동의한 적이 없는데, 인장을 무단으로 사용해 감사를 맡았다”면서 “지난달 24일 대면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관리사무소에 확인 결과, 문제가 된 고발건과 관련된 금액은 10만원 내외인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자대표로서 할 일을 한 것 뿐이다. (직원 일부에 대한 해고는)근무불량 등이 적발되어 관리사무소에 (해고를)요청했고, 관리사무소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 뿐”이라는 게 C씨의 항변이다.

 

회장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하루하루 조심”

관리사무소의 입장은 어떨까?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원은 “회장님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조심하면서 근무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관리소장은 “입주자대표회장이 요청하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해당 관리원은) 타 직원들과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2월말까지였는데, 회장님과 상의해서 15일을 연장해 주었다”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이에 대해,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상담실장은 “이번 문자 해고통지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해고사유도 불명확하다”면서 “고용노동부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한편,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직원간에 벌어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한 주민은 “입주자대표회장이 너무 강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 같다. 못 견뎌서 나가는 직원들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외부에 분위기가 살벌한 아파트로 보여질까 걱정이 된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 주민은 “밤새 경비 근무를 하다가 아침에 잠시 졸 수 도 있는 것 아니냐”며 “질책보다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네는 인정이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A아파트는 지난 2018년 4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현재 400여 세대 1천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C회장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회장을 맡았다. 오는 5월 입주자대표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다음은 해고 통보를 받은 관리원 B씨의 호소문 전문이다.

<호소문 전문>

입주민 여러분!

저는 올해 초 관리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문자를 받고 엊그제 날짜로 갑작스럽게 해고당한 사람입니다.

이유는 입주자대표회장과 그와 친한 관리원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저는 관리원으로서 경비, 지하주차장 청소, 제설작업, 낙엽 치우기, 담배꽁초 줍기 등 성실하게 일했는데, 회장이 무슨 권한이 있길래 한 사람의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빼앗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영문도 모르고 해고당한 사람이 저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열 분도 훨씬 넘는다는 사실입니다.

관리과장, 주임, 경비원, 청소원 아주머니들까지...

그 분들은 회장의 말 한 마디에 직장을 잃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주민이 살기 좋은 아파트는 아파트 노동자들도 일하기 즐거운 아파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짤릴지 모른다는 압박감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관리하는 아파트가 제대로 관리될 리 만무합니다.

여러분! 이건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저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이 일은 여러분의 아버지의 일일 수도 있고 할아버지, 형, 동생의 일일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저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기 않도록 하기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관리사무소에 항의해 주시고, 입주민도 모르는 사이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폭정을 휘두르고 있는 회장을 탄핵해 주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년 3월 13일 해고 관리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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