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지난해 7월 실시한 행정구역 경계조정 문제 지적
가산3리 주민들, “원하는 땅 빼놓고 엉뚱한 땅만 조정했다”
청주시, “남일면 주민요구 있었고 합당한 절차 거쳤다”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가산3리 마을 주민들이 청주시의 행정구역 경계조정에 반발, 11일 청주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가산3리 마을 주민들이 청주시의 행정구역 경계조정에 반발, 11일 청주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우리가 요구했던 건 여기, 이 삼각형 땅 행정구역을 고은리로 변경해달라는 거였는데… 아, 글쎄 생각지도 않은 멀쩡한 가산3리 땅을 청주시가 고은리로 넘긴 거예요. 고은리로 넘어간 땅이 가산리 땅의 절반을 넘어요. 마을이 반으로 쪼그라들었어요.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정작 해달라고 요구한건 안 해주고, 멀쩡한 가산리 땅을 고은리로 넘기다니…. 그러고도 청주시는 행정적인 절차를 지켰으니 아무 문제가 없답니다. 기가 찹니다.”

 

가산3리 주민들, 청주시 행정착오에 반발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가산3리 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7월 청주시가 발표한 행정구역 경계조정에 반발하고 있다. 고은리로 편입을 원했던 지역은 쏙 빼놓고 요구하지도 않았던 지역을 고은리로 편입시켰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1일 오전에는 청주시청 앞에서 ‘청주시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자!’, ‘잘못된 경계 조정안 바로 잡아 달라!’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주민동의 없는 행정 착오를 하고도 책임 없는 답변만 하는 청주시는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청주시는 2019년 주민 편익과 행정효율성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불합리한 행정구역 조정을 시작했었다. 당시 충북대학교 반영운 교수 연구팀의 용역연구 결과, 청주시에서 행정구역 경계조정이 필요한 지역은 상당구 23곳, 청원구 12곳, 서원구·흥덕구 각 11곳이었다. 남일면 가산3리도 여기에 속했었다.

당시 가산3리 주민들은 무심천 건너편, 즉 고은리와 맞붙어 있는 17필지(1만5484㎡, 삼각형 모양)를 고은리로 편입시켜 줄 것을 요구했었다.

 

“삼각형 땅은 가산3리 땅인데 주소는 고은리로 되어 있어요. 예전부터 행정구역을 고은리로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어요. 거기 살고 있는 사람이 고은리 이장까지 했는데 많이 불편했거든요. 그래서 서로 편하게 살자는 생각에 고은리로 편입되는 것에 동의했죠.” - 가산3리 김보환 이장.

 

김보환 이장을 비롯해 가산3리 마을주민들은 하단 부분 삼각형 땅(17필지, 1만5484㎡,)만 고은1리에 편입되길 원했으나 청주시의 착오로 누락됐다. 또 원하지 않았던 위부분 큰 사각형 부분(168필지,16만9000㎡)이 고은리1리에 편입됐다며 반발하고 있다.(제보자 제공)
김보환 이장을 비롯해 가산3리 마을주민들은 하단 부분 삼각형 땅(17필지, 1만5484㎡,)만 고은1리에 편입되길 원했으나 청주시의 착오로 누락됐다. 또 원하지 않았던 위부분 큰 사각형 땅(168필지,16만9000㎡)이 고은리1리에 편입됐다며 반발하고 있다.(제보자 제공)

 

그러나 지난해 9월 면사무소에서 ‘행정구역 경계조정 완료’지역을 확인한 김보환 이장은 깜짝 놀랐다. 고은1리로 편입된 지역은 주민들이 원했던 ‘삼각형 땅’이 아니라, 생각지도 않았던 가산3리 농경지 5만여 평이었던 것. 무심천을 경계로 무심천 건너편 동쪽에 있던 땅이 통째로 고은1리로 편입된 것이다.

김 이장은 “서류를 보고 깜짝 놀랐죠. 그 땅은 가산3리 절반에 이르는 면적인데 이미 지번도 바뀌고 등기도 다 바뀌어 있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한 ‘청주시 구 및 읍·면·동·리의 명칭과 관할구역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고은리로 편입된 지역은 168필지(16만9000㎡)다.

김 이장은 이후 남일면 면장과 청주시 자치행정과,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의원들을 만나 주민의 요구와는 다르게 행정구역 경계가 조정된 것을 항의하며 변경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보환 이장은 “가산3리는 가뜩이나 작은 동네인데 반으로 줄어들었다. 마을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행정상 실수가 있었다면 대책을 고민해봐야 하는데 청주시는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한다”며 “이는 가산3리를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집회를 하든지, 감사과를 찾아가든지, 아니면 청와대를 가든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청주시, “절차에 하자 없다” 주장

담당부서인 청주시 자치행정과는 가산3리 농지가 고은리로 편입된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 첫 번째 근거는 김보환 이장의 주장과는 달리 남일면에서 무심천 건너편 농경지(5만여 평)를 고은리로 편입해 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종관 자치행정과장은 “2017년 12월에 남일면에서 주민들이 가산리 땅을 고은리로 변경해 달라는 의견과 건의가 있었다”며 “고은리로 편입된 농지의 토지주 중 가산리 사람들은 몇 명 되지도 않는다. 대부분 고은리 사람들이다. 땅 소유주들은 고은리로 편입돼서 다 좋아한다”고 전했다.

고은리로 행정구역이 편입된 것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두 번째 근거는 행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2011년 행정안전부가 밝힌 ‘행정구역의 조정기준’에 따르면 구역 경계를 변경할 수 있는 기준은 ‘도로·하천 등으로 인한 토지의 구획형태, 생활권, 교통 학군·경제권’ 등이다. 김종관 과장은 “무심천 건너편은 고은리에 편입되는 것이 맞다. 우리가 봐도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 근거는 진행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청회, 주민설명회도 다 했는데 이를 간과한 주민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김 과장은 “경계를 조정하려면 주민의견수렴이 필요하니까 면에 다 통보하고 주민설명회도 열었다, 주민설명회에 오라고 이장에게 문자도 보냈다. 조례입법예고를 해서 의회 행정절차도 밟았다”며 “방관한 주민들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경계조정 요구지(삼각형 땅)가 제외된 것은 행정적으로 실수한 부분이 있다. 경계조정 지번을 지정하면서 누락했다”며 “바로 잡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고은리로 편입된 5만여 평 농지를 다시 가산리로 되돌리려면 토지주들의 동의를 다 얻어야 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청주시 구 및 읍·면·동·리의 명칭과 관할구역에 관한 조례’를 심의했던 남일현 청주시의원 또한 “설명회도 하고 주민들에게 공람도 시켰고 다 협의가 됐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문제가 있었으면 당시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를 했어야 했다”며 “지역구이면서 당시 위원장으로써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김보환 이장은 “시에서는 공청회와 주민설명회를 열었다고 하는데 한창 농번기 때인 5월에 했다. 주민들 누구도 몰랐고, 알았다 해도 갈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고은리로 편입되는 것을 허락해주는 입장이다. 엉뚱한 땅이 고은리로 편입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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