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탁상행정에 내몰리는 농촌 … 일손부족, 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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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탁상행정에 내몰리는 농촌 … 일손부족, 돌파구는?
  • 고병택 기자
  • 승인 2021.03.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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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1월 1일부터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불법 규정
농가주 “유예기간도 없이 갑자기 불법, 농사는 어떻게 하라고”
조천희 의원 “자칫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 우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안전한 근로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조치가 심각한 농촌 일손부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2021년도 1월부터 농지법 위반 소지 및 화재에 취약한 점을 고려하여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을 기숙사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허가 받지 않은 가설건축물 등을 기숙사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 취소 및 고용제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가설건축물의 경우, ‘주거시설 가설 건축물 신고필증’을 받으면 기숙사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을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로 사용해 왔던 관내 농가주들은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정부의 방침에 대해 “농촌의 고령화, 일손부족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왼쪽) 김근수 회장, (오른쪽) 조천희 의원. (제공=음성타임즈)
(왼쪽) 김근수 회장, (오른쪽) 조천희 의원. (제공=음성타임즈)

“주거시설 가설 건축물 신고필증만이라도” 호소

생극농협 채소작목회 김근수 회장은 “유예기간도 없이 갑자기 현재 기숙사를 불법으로 지정해 (외국인) 근로자를 받을 수 없게 됐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근수 회장은 “그동안 E9(체류비자) 동남아시아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었으나, 올해 1월부터는 가설건축물 문제로 고용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비닐하우스 내 임시 숙소지만 화재경보기, 소화기, 화장실, 냉난방, 주방시설 등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었고, 매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실사 점검을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갑자기 유예기간도 없이 올해 1월 1일부터 가설건축물을 불법으로 규정해 버렸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또 다른 B씨는 “지역에 있는 주택을 임대해 보려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주민들의 반응이 여의치 않고, 원룸 등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출퇴근 문제 등 농촌의 작업 특성에 맞출 수 없는 상태”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현재로서는 주거시설 가설 건축물 신고필증이 해법이다. 법을 어기자는 게 아니다. 이 부분은 음성군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며 관심을 촉구했다.

 

“농촌의 실정을 감안해 한시적 방안 마련해야”

현장을 함께 찾았던 음성군의회 조천희 의원은 먼저 “현재 농촌인력의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특히 채소, 버섯 재배 등 농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쓰고 있다”며 심각한 농촌의 인력부족 문제를 꺼내 들었다.

조천희 의원은 “지금까지는 (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을) 근로자 임시 숙소로 인정을 해 주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어렵게 됐다”면서 “이것은 음성군만이 아니라 전국적 문제로, 농가의 상당한 고충이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조 의원은 “과거 불법축사를 3년여에 걸쳐 단계적으로 양성화 시킨 경우도 있다”면서 “심각한 일손부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의 실정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이를 해소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일부 악덕 농가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거주환경에 내몰리는 게 문제이다. 그러나, 이는 지자체 차원에서 철저한 관리와 감독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며 ”자칫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고용허가는 물론 계절제 근로자도 채용할 수 없게 됐다”면서 “농지전용 허가 등 음성군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음성군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62개 농가로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 버섯, 과수, 축산농가들을 포함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 질 것”이라며 “정부 방침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충북도 · 음성군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거주 중인 생극면 소재 채소농장 '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임시시설 내부 모습. (제공=음성군)
외국인 근로자가 거주 중인 생극면 소재 채소농장 '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임시시설 내부 모습. (제공=음성군)

“음성군이 할 수 있는 조치, 지극히 제한적”

이와 관련, 음성군 관계자는 5일 음성타임즈와의 통화에서 “농가의 딱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음성군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현재 충북도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안전한 근로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이번 정부의 조치로 인해, 일선 현장에서는 심각한 농촌 일손부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농촌의 여건을 감안해, 융통성 있는 대안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일손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농촌,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그나마 이를 지탱하고 있었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용마저 어렵게 되면서, 농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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