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두께
상태바
마음의 두께
  • 이성배
  • 승인 2021.02.08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의 두께가 궁금하다. 사람마다 외모와 성격이 다르듯 마음의 두께도 다를 것 같다. 마음이 후두엽 어느 위치, 심장 아래 어느 위치에 있는 것이라면 건강 검진 때마다 두께를 측정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으리라. 그러나 마음이 자극에 조응해서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의 종합적 심리 작용이라고 한다면 감정의 예민함 정도, 행동으로 옮겨질 때 반응의 정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두께를 측정할 수도, 생각이나 감정 자체로서 측정의 대상이 아닐지라도, 왠지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가 뼈와 근육으로 보호되고 있듯 마음도 무언가에 두툼하게 쌓여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살갗이 벗겨져 속살이 보이듯 사람들의 마음이 불그레하게 비치고 있는 것 같다.

위태롭고 위험한 시기이다. 마음을 나누는 문화가 강한 우리 국민에게 물리적 거리두기는 정을 나누고 서로 추억을 공유하며 삶을 긍정하는 힘을 얻을 수 있는 익숙한 방법들로부터의 괴리라는 역리 현상을 동반하고 있다. 다만, 물리적 거리 두기의 의미와 절박함을 공동체가 인식하고 있어서 버티는 시간이지만 모두 힘든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사람의 마음을 직접 주고받기보다 ‘눈치’로 가늠하는 데 익숙하다. 상대방의 표정, 말투, 행동 등 몇 가지 힌트를 통해 상대방의 의중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이런 마음 작동구조는 상대적으로 다른 사회의 구성원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민할지도 모른다. 피로회복 음료를 선물로 주고받는 이유도 다 以心傳心 아니겠는가.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피로감과 우울증이 증가하고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절박한 외침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의 방문을 자제하고 만남의 약속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지만, 누군가는 더 아프고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위태로운 나날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함께 버텼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마음의 두께가 궁금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고 마음 근육과 주변 조직을 튼튼하게 한다. 다양한 취미활동을 함께 하고 식사를 하거나 술을 곁들인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삶을 부드럽고 윤택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이런 기회가 잠시 보류되고 그 종료 시점도 불분명할 때 우리 국민은 어떻게 반응할까?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부 언론의 아름다운 궤변과 당리당략에 따라 국민을 이간질하는 아름다운 정치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난관에 슬기롭게 대응한 공동체적 노력과 인내의 시간은 오롯이 우리 국민의 자긍심이다.

우리 국민의 마음 두께를 믿고 싶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어떤 권력, 어떤 정치보다도 먼저 길을 내고 큰 강줄기를 만든 한 사람 한 사람 시민들의 힘을 믿는다. 필자도 얼마 전부터 청주페이 카드를 등록하고 얼마간의 금액을 충전해 사용 중이다. 골목의 작은 가게를 더 자주 찾을 생각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이웃에게, 조금 더 그늘진 곳에, 조금 더 어려운 사람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아삭하고 달콤한 행보처럼 전국에서 어려운 농/축산/어민들과 소상공인을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는 연대의 힘도 상상해본다.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발원한 작고 유연한 몸짓들이 봄날 들처럼, 강처럼 그늘진 곳 없이 반짝였으면 좋겠다. 이제 곧 우리가 생각한 봄이 온다면 거리마다 얼마나 환할 것이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