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최강한파 속 중앙공원에서 견디는 노숙인
주 3회 순찰할 계획?…A씨 “관 사람들 만난 적 없어”

 <최강한파, 청주거리에는 사람이 산다①>

 

연일 최강한파를 기록하는 요즘, 노숙을 하는 사람이 설마 있을까 싶겠지만 놀랍게도 있다. 서울역 얘기가 아니다. 바로 청주 얘기다. 관계자들에게 따르면 올 겨울, 청주에서 노숙을 하는 이들은 5~6명에 달한다. 그들은 왜 한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걸까, 바라는 것은 무엇이고, 청주시의 노숙인 대책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A씨가 청주 중앙공원 경로당 건물 뒷편에서 참을 청하고 있다.(동의를 얻고 촬영했습니다.)

 

청주시 상당구 중앙공원 경로당 건물 뒤편, A씨는 그곳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는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더운 물로 컵라면을 먹고 더운 물을 담은 페트병을 밤새 끌어안는다. 인적이 없는 새벽시간에는 버려진 박스와 빈병을 줍기도 한다.

사실 A씨에 대한 이야기는 ‘청주머슴’을 자처하며 지속적으로 A씨를 돌보고 있는 정용만 씨로부터 들었다. 정용만 씨는 "중앙공원에 노숙자가 있는데 이런 날씨에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 시나 구에서 어떻게든 도와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노숙인 사망사고가 있었는데 또다시 재현될 것 같다고도 했다.

10분만 서 있어도 발이 얼어버릴 것 같은 영하 10도 날씨, 1월 6일 A씨를 찾았다. 중앙공원 맨 끝, 각종 쓰레기와 이불더미 사이, 정말 그가 있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미동도 않은 채 가만히 누워있었다.

절대 안녕하지 않아 보였지만 딱히 할 말이 없어 그냥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로 말을 걸었다. 이불을 조금 내려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가지고 간 미지근한(마트에서 살 땐 따뜻했음) 두유를 건네자 말없이 받았다. 그리곤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말은 하고 싶지 않다는 표시 같았다. 식사는 했는지, 춥지는 않은지, 계속 이곳에 있을 건지, 정말 가족은 없는지….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내 (기사)욕심’만 채우려는 것 같아 음료와 빵을 두고 그냥 돌아섰다.

 

A씨가 주운 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그날 저녁 8시경, 다시 A씨를 찾았다. 기상청은 그날 밤 또다시 ‘최강’ 한파가 몰아치고 폭설이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걱정을 넘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에도 A씨는 중앙공원에 있었다. 낮과는 달리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 A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고향은 증평이고 67세이며, 가족도 많다고 했다. 아들이 큰 장사를 하는 ‘잘나가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인생이 절단 났다고 했다. 춥지만 시설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아후! 난 그런데 안 들어가. 너무 답답해.”

시와 구 공무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냐고 물으니 단호하게 “난 그런 것 없어”라고 말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 스스로 살아야지.”

그러면서도 A씨는 올 4월이면 기초생활수급비와 노령연금이 나오니 몇 달만 참으면 이 생활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해 따뜻하게 살고 싶다고도 했다. 바라는 것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 같았다.

정용만 씨는 “A씨는 자립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누군가 조금만 도와주면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청주시 노숙자 대책은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순찰을 하고 빈집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뒷북행정입니다. 순찰하고 전수조사만 하면 뭐합니까? 정작 사람 케어가 안 되는데… 노숙인이 시설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그냥 끝입니다. 발굴과 연계, 돌봄이 체계적으로 연동돼야 하고 상호 협력해야 합니다. 공무원들도 행정전문가가 아닌 현장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혹한기와 혹서기만이라도 노숙인들이 일시적으로 머물 수 있는 일시보호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 청주시는 지난 4일 보도 자료를 내고 1·2월을 ‘노숙인 보호대책 강화 중점기간’으로 정하고 노숙인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14일 있었던 ‘내덕동 편의점 노숙인 사망사고’ 이후 나온 대책이다.

청주시는 그동안 시·구청 중심으로만 했던 순찰을 43개 읍·면·동으로 확대해 주 3회 이상 순찰하겠다고 밝혔다. 청주시 한 관계자는 “노숙인 및 취약계층을 더 촘촘하게 돌보기 위해서 순찰을 읍·면·동까지 확대했다”며 “야간순찰은 주 1회, 읍·면·동 순찰은 주 2회 이상 할 계획이다. 구청이랑 청주시에서 하는 순찰은 이미 12월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순찰과 전수조사는 제대로 되고 있는 걸까?

7일 세 번째 만남에서 A씨에게 물었다. 시나 구에서 공무원들이 나와서 보고 갔냐고, 도움을 주고 갔냐고. A씨는 “아니. 난 못 봤어. 관 사람들은 구경도 못 했어. 순찰 나온 사람도 없었고. 어후~ 난 괜찮아. 어차피 며칠만 견디면 괜찮아. 조금만 버티면 돼.”라고 답했다.

인근식당에서 포장한 칼국수를 건네 받는 그에게서 처음 웃음을 보았다. 그는 ‘고마워. 다음에도 또 오셔"라고 했다.

정용만 씨 말처럼 정말 청주시의 대책은 뒷북행정인걸까? ‘노숙인 보호대책 강화 중점기간’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