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측, “부당해고 아닌 계약 종료다” 주장
"20년간 시설투자 없었다"…열악한 환경 폭로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청주지회는 28일 청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정노인요양원은 일방적 해고 통보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청주지회는 28일 청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정노인요양원은 일방적 해고 통보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초정노인요양원이 최근 요양보호사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종료를 통보, 요양보호사들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청주지회(노조 청주지회)는 28일 청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양원이 최근 어르신 수가 100명 남짓으로 줄었다는 이유로 요양보호사와 조리실 노동자 등 22명에 대해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하고 노동자들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해고통보를 하고 대화를 회피하는 초정노인요양원을 규탄하고 해고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량 해고를 방관하는 청주시와 청주고용노동지청은 각성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당해고냐, 계약만료냐 논란

현재 초정노인요양원 입소자는 97명이고 요양보호사는 52명이다. 내년부터는 2004년에 설립된 두리동을 폐쇄시키고 약수동만 운영할 계획이다.

초정노인요양원은 지난 27일 만 60세가 넘은 요양보호사 17명과 5명의 조리실 노동자에게 계약이 만료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요양원 측 관계자는 “입소자 수가 줄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어 시설을 축소하고 요양보호사들도 정리를 했다”고 말했다.

A씨가 지난 27일 초정노인요양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A씨가 지난 27일 초정노인요양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그러나 안성희 노조 청주지회장은 “그동안 건강상 특별한 문제만 없으면 고용연장을 이어왔다”며 “17명이 갑자기 해고되면 어르신 수 대비 요양보호사 수는 부족해서 신규채용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해고통보를 받은 분들 중에서도 고용연장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문발송, 전화통화 등으로 요양원 측과 대화하기를 수차례 시도했으나 사측은 공고문을 부쳤을 뿐, 팩스수신차단, 문서발송 그만하라는 공문만 보낼 뿐 노동자들과 대화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요양원 측은 부당해고가 아니고 계약만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통보를 한 분들은 정년퇴직자이고 2년 동안 촉탁계약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만료가 된 것이다”라며 “17명이 그만두면 부족한 인원은 단 두 명뿐이다. 누구는 뽑고, 누구는 안 뽑을 수가 없어 일단 다 계약을 만료시키고 부족한 두 명은 공개채용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 청주지회는 부족한 인원은 두 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성희 청주지회장은 “17명의 요양보호사를 해고하고 나면 어르신을 돌볼 법적 인력도 부족하다. 97명의 어르신을 돌보기 위해선 최소한 39명의 요양보호사가 필요하다. 특히 내년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면 요양보호사는 더욱 부족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르신을 돌보는 손길은 숙련도도 중요하다. 전염병이 도는 이 시기에 대량해고는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안성희 청주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안성희 청주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물새고, 벽지 뜯어져도 시설투자 없었다”

노조 청주지회 회원들은 초정노인요양원의 열악한 요양보호사들의 처우와 환경도 폭로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초정노인요양원은 2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시설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벽지가 뜯어지고 비가 오면 물이 샌다는 것.

A씨는 “비가 오면 대야로 물을 받아야 하고 수건과 걸레를 갖다놓기 바쁘다”며 “노인 수가 줄어드는 것은 시설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측은 어르신 수가 줄어드는 이유를 노조활동으로 요양원 이미지가 나빠져서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시설이 열악한데 누가 오고 싶겠냐”고 반문했다.

B씨는 “어르신들 간식도 제일 싼 것으로 준다. 천원에 몇 개씩 묶어서 파는 요구르트 한 개 또는 귤 한 개가 전부다”라며 “더 드시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이 있으면 난감하고 민망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C씨는 “요양보호사 2명이 어르신 22명을 돌봐야 한다. 특히 상근자가 퇴근한 오후 6시부터 나이트 근무자가 오는 밤 9시30분 이전인 3시간 30분 동안은 요양보호사 한 명이 어르신 22명을 돌봐야 한다”며 “최저시급을 받는 요양보호사의 근무여건과 요양원의 환경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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