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양말, 스타킹 색깔까지 검사하는 학교…민주주의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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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양말, 스타킹 색깔까지 검사하는 학교…민주주의는 어디에
  • 최현주 기자
  • 승인 2020.12.10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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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 211개 중·고교 학생생활규정 전수조사 결과 발표
집회·결사 자유 침해 등 곳곳에 민주주의 반하는 규정 있어
학생인권, 사생활, 민주시민 권리 침해 요소 있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충북지부와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청주지부추진모임,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충북학부모회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의 중·고교 학생생활규정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충북지부와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청주지부추진모임,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충북학부모회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의 중·고교 학생생활규정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주적 학습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생활 및 준법의식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이 오히려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대다수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은 변화된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부적절한 표현과 내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충북지부와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청주지부추진모임, 평등교육실현을위한충북학부모회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의 중·고교 학생생활규정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7월 6일부터 12월 6일까지 211개 중·고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학생생활규정 정보는 학교누리집이나 학교 정보공시 사이트(학교 알리미)에 공개된 자료를 활용했다.

 

신체의 자유와 개성실현 침해

3개 단체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은 신체의 자유와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었다.

41.2%의 학교가 두발길이에 제한을 두고 있었으며 염색과 파마를 제한하는 학교는 각각 85.8%, 75.8%로 집계됐다. 심지어 5개 학교 중 1개 학교(19.9%)는 속옷, 양말, 스타킹 색상이나 모양까지 제한하고 있었으며 학생이 학교 밖에서 신을 수 있는 신발의 종류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는 학교도 40.3%에 달했다.

스크래치, 모히칸, 삭발 등 특정한 두발 형태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 학교는 34.6%로 조사됐다. 무스, 왁스, 젤, 스프레이 등 헤어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 학교도 49.8%였으며 헤어롤, 고데기 등 두발 관련 기구의 사용을 금지·제한하는 규정이 있는 학교는 15.6%로 나타났다. 교복의 길이나 통을 제한하거나 변형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 학교도 67.8%였으며, 외투 착용을 금지·제한하는 규정이 있는 학교는 20.4%였다. 귀걸이, 피어싱, 목걸이, 팔찌, 반지 등 악세사리의 착용을 금지·제한하는 규정이 있는 학교는 70.6%로 나타났다.

출처 : 충북지역 중·고등학교 인권침해 학생생활규정 조사
출처 : 충북지역 중·고등학교 인권침해 학생생활규정 조사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 침해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도 침해받고 있었는데 무려 91.5%의 학교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3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매일 아침 조례시간에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고, 종례 시간에 돌려주는 규정이 학생의 통신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며 “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와 일괄 수거는 명백한 인권 침해임에도 불구하고 도내 91.5%의 학교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한 경우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 학교도 74.9%에 달했다. 아수나로청주지부추진모임의 송민재 씨는 “많은 학교에서 흡연 등 학생생활규정 위반이 의심되거나 교육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유가 있으면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소지품은 지극히 개인의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이다”라며 “만약 소지품 검사 규정을 당장 없앨 수 없다면 최대한 인권을 덜 침해하면서 학생동의하에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세세한 절차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장 허락없이는 집회·결사 안돼"…학교민주주의는 어디에

민주시민으로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하는 규정도 있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말하는데 60.2%에 달하는 학교가 집회시위에 참여한 학생을 징계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예를 들어 청주 A중학교에는 ‘동맹휴학을 선동, 주동, 동참한 학생은 징계한다’는 규정이 있었고 충주 B중학교에는 ‘학교장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집회나 결사에도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었다. 송민재 씨는 “학생이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가중하여 처벌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학생을 선동하여’, ‘질서를 문란하게’ 등 포괄적인 표현으로 집단행동을 징계대상으로 삼는 규정이 있는 학교는 69.7%인 것으로 드러났다. 송 씨는 “이 규정이 있는 학교에서는 학생생활규정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의 행동도 규정에 따라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 규정은 귀에 붙이면 귀걸이, 코에 붙이면 코걸이‘ 식으로 적용되어 학생의 표현과 집단적 행동전반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교내에서 학생들끼리 회합이나 모임을 가질 때 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학교는 83.9%에 달했고 학교의 허가 없이 외부 행사나 대회에 출품, 참가, 방문하는 것을 금지·제한하는 규정이 있는 학교도 82%에 달했다.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청주지부추진모임의 송민재 씨가 '충북지역 중·고등학교 인권침해 학생생활규정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청주지부추진모임의 송민재 씨가 '충북지역 중·고등학교 인권침해 학생생활규정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송민재 씨는 “이는 학생이 학교 밖에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다”라며 “학생은 학교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을 권리가 있으며 그것은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조사를 통해 충북지역 학생인권 현실이 너무나 열악하고 처참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학생을 한 명의 주체적인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직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호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학교에 가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교육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란 학교의 지식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동등한 교육의 주체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이를 통해 사회를 경험하고 사회의 경험을 다시 학교에서 나눔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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