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진영 “문재인은 물러가라. 훌라 훌라~”
SNS 공간에선 ‘피 튀기는 설전’
민주노총 “공수처법만 있나, 김용균도 있고 노동법 개악도 있다”

청주시 율량동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충북도당사
청주시 율량동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충북도당사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문턱만 넘으면 입법은 마무리된다.

같은 날 3개의 서로 다른 바람이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사를 향해 불었다.

“문재인은 물러가라 훌라 훌라 ~ ” “멸공의 횃불아래~”

민주당충북도당사 앞, 우파단체의 것으로 보이는 시위차량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군가도 있고, 1987년 민주화대투쟁 당시 불려졌던 일명 ‘훌라송’이 흘러나왔다.

“전두환은 물러가라”던 훌라송 가사를 우파단체들은 전두환 대신 문재인 대통령으로 바꿔 불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간에서도 같은 양상이었다. 공수처법 개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나 ○○○은 검찰 개혁을 지지합니다”라며 환영의 의사를 표했다. 어떤 이들은 “이제야 민주당이 할 일을 했다”며 본회의 통과를 독려했다.

현 정부를 반대하거나 야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비장한 심정을 전하는 글을 남겼다.

 

중간은 없어 보였다.

 

오후 1시, 민주당충북도당사는 평온했다. 바깥 싸늘한 기온과는 달리 내부는 따뜻했다. 사무처 구성원들은 일부 외근을 나갔고 직원들은 조용히 일상 업무를 보고 있다.

몸싸움을 벌이고 국회 보회콧이 선언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이나 ‘적과 적’으로 나뉘어 ‘죽기 살기식’ 논쟁이 벌어지는 SNS 공간과는 너무나 대조됐다.

겉보기엔 평온과 일상이 지배하는 듯 보였다. 민주당충북도당사의 회의실 문 한 켠을 열고 들어가자 또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3법 쟁취”란 현수막을 뒤로하고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비장하게 앉아있다.

민주노총충북본부는 지난 달 30일부터 더불어민주당충북도당 사무실에서 노동법 개악저지와 전태일 3법 입법을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충북본부는 지난 달 30일부터 더불어민주당충북도당 사무실에서 노동법 개악저지와 전태일 3법 입법을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농성장이다. 가운데 자리에는 조종현 민주노총충북본부장이 앉아있다. 민주당사가 점거된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이 농성장을 제공한 것인지 외견상으론 구분하기 힘들다.

민주당 당직자들도 이들의 존재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아 보일 정도로 일상은 평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간은 바깥에서 보이는 분위기와는 다른 서로 다른 바람의 충돌지점이다. 이들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촛불을 들고 같은 연단을 바라보고 광장에 함께 했던 존재였을 것.

역사를 거슬러 30년 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전두환은 물러가라~ 훌라 훌라”를 같이 외쳤을 존재들이다.

 

“모레는 고 김용균 2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민주노총 조종현 본부장이 민주당 연좌농성을 진행하고 있던 오후, 정의당 충북도당은 논평을 발표했다.

정의당은 “내일이면 정기국회가 끝나고, 모레는 태안 서부화력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였던 고 김용균 청년의 사망 2주기가 된다”며 논평을 시작했다.

이들은 “김용균 2주기 추모기간이 시작돼 태안 서부화력발전 본사 앞에서 추모문화제가 시작되었지만 가장 앞에 있어야 할 김용균군의 어머니 김미숙여사는 지금 태안에 없다”며 “국회에서 정의당과 함께 농성 중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2, 제3의 김용균이 생기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민주당에게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민주당에게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공수처법이 언급됐다. 정의당은 “공수처의 빠른 정상화를 우리도 원하고 지지한다”면서도 “중대재해 관련법안은 공청회만 거쳤을 뿐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산업현장에선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을 터인데 국회는 공수처법을 둘러싼 거대양당의 공방에만 파묻혀 그 죽음은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종환 선배님, 선배가 아니라 3선의 정치인이 되신 건가요?”

 

민주당충북도당사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조종현 민주노총충북본부장은 도종환 국회의원(청주흥덕선거구)을 ‘선배’라 불렀다.

그럴 만 했다. 도종환 국회의원은 과거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아픔이 있고 1996년에는 민주노총충북본부 창립당시 임원(회계감사)을 맡았다. 김영삼 정권 당시 노동법·안기부법 날기치 사태에 맞서 싸우다 수배를 당하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가 날치기 법안을 취소했던 날 도종환 국회의원은 자신이 직접 지은 ‘노동자는 위대하다’란 시를 집회현장에서 낭독했다.

조종현 본부장도 교사출신으로 전교조에 소속돼있다. 전교조 활동과 민주노총 활동만 보더라도 도종환 국회의원이 ‘선배’다.

조종현 본부장이 ‘도종환 선배’를 언급했다. 그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종환 선배가 ‘이 시기에 민주노총이 파업을 하는 것이 맞느냐’란 말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실망스러웠다.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선배가 아니라 이제 (국회의원) 3선의 정치인 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불신했다. 조 본부장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ILO(국제노동기구) 국제협약’을 비준하는 것을 빙자해 노동조합법을 악화시켜려 한다”며 “심지어 민주당이 상정한 법안에는 전두환 정권에 존재했던 ‘제3자개입금지 조항’을 부활시키는 항목도 있다”고 말했다.

제3자개입금지 조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동자들과 함께할 때 이 법으로 구속되기도 했던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꼽힌다.

조 본부장은 “희한한 연대구조다. 노동법 문제만큼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교묘하게 함께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선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취임 초기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할 때는 기대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지금 민주당엔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있는지, 그런 노력을 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세상은 시끄럽고 사회는 둘로 나뉘었고, 어제의 동지는 무심할 정도로 서로 남이 된 것처럼 무심한 상황.

이장섭 충북도당위원장은 현재의 상황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페이스북을 통해 “행안부 특별 교부세 6억원 확보! 서원(구)의 업그레이드는 계속됩니다”란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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