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바짝 다가왔다. 만나는 사람마다 선거 이야기 아니면 할 것이 없다. 물론 월드컵이라는 국가 대사가 있지만 우리 동네, 혹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선거만큼 흥미진진할까. 아무리 셋 만 모여도 정치 얘기를 한다는 민족이지만 요즘에는 모두가 후보, 아니면 후보 측근같다.
며칠전에 몇 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대화는 자연 최근에 있었던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관한 것으로 흘러갔다. 대부분 한나라당이 여성을 1, 2순위에 배정한 것을 환영하면서 민주당충북도지부가 ‘기대를 저버리고’ 남성에게 1순위를 준 것에 대해 ‘성토’ 하는 분위기였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할까. 그래도 민주당의 여성정책에 기대를 건 사람들은 민주당도지부가 여성을 정치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대의명제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고 분개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남성들이 하는 대화를 들었다. “아니, 그 자리가 얼만데…여자한테 1순위 주면 돈 들어와? 당에서는 선거 치르려면 한 푼이 아쉬운데 이럴 때 후원금 모아야지.” 비례대표 의원 자리를 ‘돈으로 사고 파는’ 정치관행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아직도 이런 것들이 없어지지 않고 엄존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가 순간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 번에도 비례대표 후보 경선을 앞두고 “모씨가 몇 천 만원을 기부한다고 했다” “사업하는 모 씨는 억 단위를 제시했다” 는 등의 말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실제 모 당의 관계자도 이런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남성 당원들은 후원금을 수시로 기백만원씩 내놓는데 반해 여성들은 기껏해야 1년에 한 번 있는 후원의밤 행사에 20만원 내놓기가 벅차다는 것이다. 그러니 비례대표 자리가 오고 갈 때 많게는 1억여원이 왔다갔다 한다는 말이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지역에서 알만한 모 여성이 비례대표 도의원 한 번 해보고 싶어도 문제의 ‘돈’ 때문에 엄두를 못낸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면서 남성들은 여성들이 의원 자리를 거저 가지려고 한다고 불평한다. 자신들은 선출직에 나서 ‘피 튀기며’ 전쟁을 치르고, 오랫동안 당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비례대표 의원 자리를 얻는데 여성들은 선거 때만 되면 갑자기 나타나 의원 하겠다고 한다는 것이 대략 남성들이 갖는 불만의 요지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려고 했던 전국의 여성후보들 중 대부분이 공천과정에서 탈락했다. 여성 후보들은 선거 첫 관문인 여기서부터 브레이크가 걸린다.
간혹 이 과정을 뚫고 간신히 나가봐야 여성들은 ‘깨지기’ 십상인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여성계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이라도 탄생시켜 보자는 것인데 이 것 마저 여의치 않다. 어쨌든 여성들이 정치권에 진입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이번에도 여성들은 무참히 깨지고 다음 선거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가. 그래서 일각에서는 지금부터 여성후보를 키우고 모금운동을 벌여 선거자금까지 해결해보자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분명한 것은 어떤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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