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마스크 미착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승객은 제재할 방법 없어 난감한 택시기사들

 

지난 10월 25일(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에서 택시에 탑승한 A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택시기사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운행을 하고 있었다. A 씨는 택시에 탑승한 내내 불안감을 느꼈고, 마스크 착용을 부탁했다. 

그러나 택시기사의 반응은 의외였다. 승객의 요청에 마스크를 착용하긴 했으나 이후에도 불쾌하다는 듯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A 씨는 그 자리에서 동영상을 촬영하고,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마스크 미착용 택시기사를 신고했다. 

고덕영 청주시 대중교통과 택시운수팀 주무관은 “개인택시는 택시기사가 처분을 받지만, 이번 민원의 경우 법인택시기 때문에 소속 회사에 책임을 물어 과태료 120만 원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택시회사로부터 기사가 어떤 경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지 의견서를 받아 보고, 상황에 따라 과태료를 경감시킬 수도 있다. 해당 기사가 소속된 택시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10~15일 승무 정지를 내릴 방침이다. 

지난달 31일(토) 기자가 직접 탑승한 택시에서도 기사는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해당 택시기사는 "마스크를 올려도 주행 중에 저절로 내려간다"고 해명했다. ⓒ 김다솜 기자
지난달 31일(토) 기자가 직접 탑승한 택시에서도 기사는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해당 택시기사는 "마스크를 올려도 주행 중에 저절로 내려간다"고 해명했다. ⓒ 김다솜 기자

콧속 헐고, 귀 뒤에는 염증 

택시는 환기가 어려운 밀폐된 장소라 감염 우려가 높다. 게다가 택시기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밀접 접촉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대중교통 수단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충북 청주시가 지금까지 택시업계에 마스크, 방역물품 등을 지원한 액수만 해도 12억 3천 800여만 원에 이른다. 

실제로는 마스크 미착용 승객은 많으나 택시기사는 거의 드물다. 택시회사에서 마스크 지급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마스크 의무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청주시에서 택시기사가 마스크 미착용으로 적발된 사례는 2건에 그쳤다. 

“택시가 다중을 상대로 영업하다 보니 우리도 기사들에게 매일 마스크 착용하라고 하죠. 12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다 보니 콧속이 헐거나, 귀 뒤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고….”

박태규 충북택시 상무는 “12시간 운행으로 지친 택시기사들이 마스크 착용을 깜빡하면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한다”며 “택시회사에서도 마스크를 지급하고, 수시로 착용을 권고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기사 개인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방역 수칙을 어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충북 충주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C 씨도 마스크 착용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하루 8~9시간 운행을 하면서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스크 면이 닿는 콧등이나 입술 주변 살이 트는 일도 생긴다. 가려워도 마스크를 벗고 긁을 수가 없으니 꾹 참고 운행하고 있다. 

“손님이 내리고 나서 바깥으로 나가서 마스크를 벗거나, 화장실 가서 세척하고 다시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남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마스크 착용을 안 한) 택시기사 한 명 때문에 기사 모두가 신뢰를 잃어버리는 게 되는 건 좀 그렇죠.” 

택시기사들이 위험하다 

택시기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담당 부서로 연락해 신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운수종사자가 탑승객에게 제재를 가할 방법은 ‘승차 거부’밖에 없다. 착용 의무화에 따른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운수종사자들은 난감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발생한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시비 관련 경찰 입건 건수가 모두 430건에 달한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폭행·상해(184건), 업무 방해(171건)이 가장 많았다. 운수종사자에게는 코로나만 공포로 다가오는 게 아니다. 

마스크 시비의 피해자는 주로 운수종사자들이다. 이들은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 김다솜 기자
마스크 시비의 피해자는 주로 운수종사자들이다. 이들은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 김다솜 기자

“남자 승객 두 분이 술에 취해서 마스크를 안 쓰고 탔어요. 마스크도 안 쓴 사람이랑 대화하고 싶겠어요? 원래는 승객이 탑승하면 ‘어서 오세요’라고 하는데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시비를 거는 거예요. 만약 내가 그 사람들한테 마스크 써달라고 했으면 어떻게 했을 거 같아요?” 

충북 청주시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D 씨는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아서 돈을 벌어야 하다 보니 미착용 승객을 승차 거부하기가 어렵다”며 “승차 거부를 하거나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면 시비가 붙을까 봐 두렵다”고 전했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실시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마스크 시비’가 끊이지 않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른 과태료 부과 세부방안’을 내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른 과태료 부과 세부방안’을 내놨다. 

대중교통·다중이용시설 등에서 마스크를 미착용할 시 최고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마스크를 턱에 걸쳐 쓰는 ‘턱스크’를 하거나 허가된 마스크를 제외한 망사형, 밸브형 등을 착용할 시 단속 대상이 된다. 마스크 미착용 단속은 오는 13일(금)부터 계도 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공무원이 2인 1조로 현장에 나가 단속을 하는데, 버스나 지하철은 공개된 장소지만 택시는 탑승객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택시기사들은 ‘인내’밖에 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택시기사 C 씨는 “아무리 불편해도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택시기사들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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