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살고싶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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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세평] 살고싶은 나라
  • 충청리뷰
  • 승인 2002.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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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선거 철입니다. 후보자들은 꿈에 그리는 그 날이 당장이라도 다가올 듯 저마다 장밋빛 공약을 내세우며 한 표를 호소합니다.
그 옛날 중국 시인 도연명에게도 분홍빛 복사꽃이 만발한 이상향을 묘사한 글이 있습니다. 무릉도원이라고 불리는 이 마을에서 어른들은 논과 밭을 일구며 부지런히 일을 하고, 어린이와 노인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논둑 길을 오고 가며, 마을 사람들은 이 고장에 찾아든 낯선 어부의 손을 잡아끌어 집으로 데리고 가서는 닭을 잡고 술을 대접합니다.
하찮은 나으리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낮은 벼슬을 하느니 차라리 가난한 농사꾼으로 살겠다고 전원으로 낙향한 시인 꿈은 이처럼 소박하였습니다.
오늘 우리의 꿈은 어떠합니까. ‘부우자 되세요’라는 새해 광고에 놀란 것도 잠시, 수 십억 연봉을 받는 세계적인 야구선수의 ‘카드 같이 쓰실래요?’라는 한마디에 수 십명의 신부들이 드레스를 휘어잡고 벌떼처럼 달려옵니다.
젊고 예쁜 새댁은 ‘무슨 카드’ 한 장으로 영어공부에 온갖 스포츠를 즐기며 자신에게 투자하는 앞선 생각을 자랑합니다. 귀여운 유치원 꼬맹이들을 뒤로하고 젊은 아빠는 ‘부자 아빠’를 꿈꾸며 투자신탁으로 달려갑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모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설파하던 재벌 대표가 한순간 국제 떠돌이로 전락하고, 거대 비리에 연루된 세 아들로 인해 한평생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대통령의 초췌한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수 십억짜리 복권에 당첨된 사람을 부러워하며 일확천금에의 꿈을 버리지 못합니다.
냉혹한 생존경쟁 속에서는 악착같아야 살아남는다며 자녀의 착하고 여린 품성을 염려하는 어느 엄마의 말 속에서, 턱없이 부족한 아이들의 사교육비를 걱정하는 시민단체 활동가 아빠의 어두운 표정에서, 우리의 불안한 미래를 봅니다. 부질없는 욕망과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 한데 섞여 무엇이 옳고 어디로 가야할 지 혼란스런 오늘, 그 옛날 도연명의 ‘욕심 없는 사람들이 꾸려가는 공평한 세상’에 담긴 깊은 뜻을 다시금 새겨보아야 할 듯 합니다.
선거철에 경기가 풀린다는 말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우리이지만, 행복은 만족하는 마음에 있다는 오래된 속담을 떠올리며 금권과 패거리 문화가 난무하는 선거판의 유혹을 뿌리쳐보렵니다.
후보자의 화려한 말솜씨를 능력으로 혼돈하기보다는 그가 걸어 온 길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차분한 마음을 가져보렵니다.
단 한사람의 억울한 이웃을 위해서 용감하게 나서고 따스하게 보듬을 수 있는 인물인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짚고 있으며, 바꾸어 나아갈 분명한 개혁 의지를 지녔는 지 그가 내건 공약을 면밀히 따져 보겠습니다.
우리네 부모들과 아이들이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을 진정 즐거움으로 여길 수 있는 살기 좋은 세상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선거에서 저의 깨끗한 한 표를 행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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