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매립장 수의계약, 행정절차 위반 … ‘원점’에서 다시 시작
음성군 “분양계약도 안된 업체의 환경영향평가서, 공신력 없어”
“업체는 150만톤 매립하면 끝, 이후 모든 문제는 음성군민의 몫”

금왕테크노밸리 폐기물매립장 관련 (주)케이에코와 2개 마을간 체결된 협약서 일부 중. (제공=음성타임즈)
금왕테크노밸리 폐기물매립장 관련 (주)케이에코와 2개 마을간 체결된 협약서 일부 중. (제공=음성타임즈)

음성군 금왕읍 유촌리 · 봉곡리 일원에 추진중인 금왕테크노밸리산단내 대규모 폐기물매립장 설치와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설치 반대를 주도했던 ‘반대위’ 공동위원장 3명이 ‘2개 마을에 각 3억원의 발전기금’을 받는 조건으로, 반대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2월 원주환경청에 총 6,439명의 주민서명을 받은 진정서를 제출하고, 충북도에 총 11,286명의 반대 주민서명서를 전달하는 등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공동위원장들의 이 같은 행보에 금왕읍 50여 개 마을 이장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급기야 지난 추석연휴를 전후해 금왕읍 시가지에 반대 입장을 천명하는 현수막 수 십개가 내걸리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반대위’ 일부 위원들의 입장 선회는 지난 7월 22일 반대위 긴급회의때부터 이상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봉곡2리 성기타 이장의 해명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이후 지난달 23일 유촌리 및 봉곡2리에서 마을발전기금 각 3억 원을 받고, 협약서에 서명을 했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다.

파문이 커지면서,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이장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문 밖을 타고 외부로 표출되기도 했다.

음성군 금왕읍 시가지에 내걸린 반대 현수막.
음성군 금왕읍 시가지에 내걸린 반대 현수막. (제공=음성타임즈)

“‘눈가리고 아웅식’ 사전 협약서, 원천무효”

이와 관련, 금왕읍이장협의회 10월 정례회가 7일 개최된 가운데, 논란을 빚고 있는 지난 8월 31일자 문제의 협약서가 공개됐다.

(주)케이에코와 유촌리 및 봉곡리간 체결된 ‘금왕테크노밸리 폐기물매립장 발전기금 협약서’에는 반대대책 추진위원회 심현보, 성기타, 이기의 공동위원장 등 3명이 날인 서명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협약서를 두고 “마을발전기금 3억 원을 받고, 일방적인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협약서에 따르면 (주)케이에코는 ‘갑’, 2개 마을은 ‘을’로 각각 표기되어 있다.

‘갑을관계’는 사회 일반계약을 맺을 때,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자와 불리한 지위에 있는 자의 관계를 말한다.

계약 당사자를 ‘갑’과 ‘을’로 대신해 표기한 데서 유래된 말로, 일반적으로 ‘갑’은 유리한 지위에 있는 자를, ‘을’은 불리한 지위에 있는 자를 나타낸다.

이 때문에, 환경오염 피해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주민들이 졸지에 ‘을’의 입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협약서 주 내용도 이 같은 지적에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협약서 2항을 보면 ‘‘갑’은 공사착공과 동시에 공사완료시까지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을’은 환경감시자 1명을 둘 수 있다. 그 비용은 ‘갑’이 부담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대해, 음성환경지킴위원회 서대석 위원장은 음성타임즈와의 통화에서 “환경감시자 인력에 대한 비용을 업체에서 부담하면, 결국 업체에 소속된 직원이 될 뿐”이라며 “환경오염 문제 발생시, 공정한 환경감시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매립용량 150만㎥의 대규모 폐기물이 들어올 경우, 단 1명의 인력으로 반입 또는 취급 금지 폐기물을 일일이 가려내는 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위원장은 “만일 설치되더라도, 환경감시를 위해서는 6~7명으로 구성된 공식적인 환경감시단이 반드시 가동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발전기금 반환하고, 지역사회 중지 모아야”

또 5,6,7항에 합의된 반입 금지 폐기물, 미취급 폐기물, 침출수 차단 및 비산분진 흩날림 방지 에어돔 설치 등 내용도 강제력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서대석 위원장은 “회사측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관련법규를 준수하고, 위반시 발생하는 모든 일은 책임을 진다’고 했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식 약속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실례로 고체 성상의 폐기물만 취급한다고 했지만, 화학적 액상이 반입될 경우,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대석 위원장은 “특히 ‘‘을’은 발전기금 지급 이후, 발생하는 민원에 대해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반시 모든 일은 ‘을’이 책임진다'는 독소조항도 있다”면서 “협약서대로라면 앞으로 2개 마을은 어떠한 민원도 제기할 수 없도록 해 놨다”고 질타했다.

서 위원장은 “공식적인 분양계약도 하지 않은 회사와 사전에 맺은 협약서는 원천무효이다. 당장 마을발전기금 3억 원을 반환한 후, 지역사회의 중지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폐기물매립장은 인근의 유촌리 및 봉곡2리 2개 마을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업체측이 매립을 완료하고 떠나면, 이후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음성군민 전체의 몫으로 돌아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월 반대운동을 위해 거리에 나섰던 주민들.
지난해 1월 반대운동을 위해 거리에 나섰던 주민들. (제공=음성타임즈)

“음성군과 협의한 적이 없다. 공신력 인정 못해”

음성군은 지난달 1일 시행사인 (주)동호건설이 설립한 법인 금왕테크노밸리(주)에 보낸 공문을 통해 ‘(주)케이에코와 체결한 분약계약이 행정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요지로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2017년 7월, 양 회사는 약 1만5천여평의 폐기물처리시설 용지를 131억3천5백만 원에 수의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음성군에 따르면 산업단지 지원시설의 분양의 경우, 반드시 공고를 거쳐 경쟁 입찰을 실시해야 한다.

음성군 관계자는 “그러나, 양 회사는 당시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면서 “앞으로 정상적인 분양공고를 거쳐, 공정한 입찰 경쟁이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왕테크노밸리(주)는 팩토리온, 음성군 홈페이지, 신문공고문 등을 통해 분양공고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아직까지는 분양공고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협약서에 첨부된 환경영향평가서(사업계획, 광산 지하갱도 조사서)에 대한 이견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협약서에 포함된 환경영향평가서(광산 지하갱도 조사서)는 원주환경청에 제출된 문서가 아니다”라며 “음성군과 협의한 적이 없다. 사인간의 계약일 뿐이다. 공신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일축했다.

현재 원주환경청에는 금왕테크노밸리 폐기물매립시설 설치와 관련, ‘환경영향평가 초안’도 제출되지 않은 상태이다.

결국, 지난 8월 31일 (주)케이에코와 2개 마을은 공식 분양계약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환경영향평가서를 매개로 사전 협약을 체결한 셈이다.

만일, 타 업체가 낙찰을 받을 경우, 이번 협약서에 대한 효력이 유지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다만,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분양공고에 새로운 업체가 뛰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다. 만일 새로운 업체가 선정될 경우, 케이에코측의 손해배상 청구 등 복잡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며 “시간이 다소 지연되겠지만, 케이에코와의 재수의계약 등 예정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마을발전기금 3억원을 반환한 후, 지역사회의 중지를 다시 모아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앞으로 전개되는 분양공고, 업체 재선정, 입주계약 등 일련의 행정절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금왕테크노밸리산업단지 내 폐기물매립장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서명서.
금왕테크노밸리산업단지 내 폐기물매립장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서명서. (제공=음성타임즈)

한편 금왕테크노밸리산업단지 폐기물매립장의 매립용량은 150만㎥(지정폐기물 75만㎥, 사업장일반폐기물 75만㎥)이다. 매립높이는 56m로 지하 38m, 지상 18m 규모이다. 폐기물발생량은 63,063톤/년이다.

지난 2016년 9월 주민설명회 당시 ‘단지내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를 위해 설치’한다는 설명과는 달리 전국의 외부 폐기물까지 반입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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