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군 초중리 산업단지를 둘러싼 갈등 

초중리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두 노인. 이들은 초중리 산업단지 반대 서명에도 동참했다고 전했다 ⓒ 김다솜 기자
초중리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두 노인. 이들은 초중리 산업단지 반대 서명에도 동참했다고 전했다 ⓒ 김다솜 기자

에어컨 없는 집안은 열기로 들끓었다. 더위를 피해 바깥으로 나온 두 노인은 그늘 아래 주저앉았다. 그들은 쉬지 않고 부채를 흔들면서 불평을 쏟아냈다. 

“내 나이가 70이고, 이 양반은 이제 90인데 돈도 없는 우리가 가긴 어디로 가요. 공해 있어도 살아야지. 나라에서 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막아요?” 

“암만 나라에서 한다고 해도 힘없는 우리는 얼루 가라는 겨? 아주 죽이라 그려….”

두 노인은 집 근처에 생긴다는 산업단지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그들이 사는 충북 증평군 초중리는 바로 옆에 북이면 소각장이 있고, 하늘길은 청주공항으로 뚫려있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하늘에서는 비행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두 노인은 ‘나라에서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네’, ‘없네’로 다퉜다. 

산업단지는 증평군 초중리 143번지 일원에 지어진다. 면적은 683,169㎡. 사업비만 1,324억 원이 투입된다. 초중리 산업단지는 2023년 준공이 목표다. 증평군은 민간개발방식을 채택해 초중리 산업단지 조성 계획에 착수했다. 지난해 1월 사업시행자 선정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사업계획 제안서를 신청받았고, 특수목적법인 ㈜황하를 시행사로 선정했다. 

초중리 산업단지 토지이용계획도 ⓒ 증평군청
초중리 산업단지 토지이용계획도 ⓒ 증평군청

증평군은 이번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지역 경제 부흥을 노리고 있다. 약 1,300명 이상의 고용창출효과와 지방세 확충을 기대하고 있다. 증평군이 말하는 ‘지역 경제 활성화’는 모두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우종한 증평군의원(미래통합당)은 “당장 나타나는 환경 문제도 있겠지만 향후 증평군이 지방자치단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단지가 들어오는 방식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의회에서 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초중리 3산업단지 조성 백지화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려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전면 반대한다. 대책위는 개발 이익보다는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 보고, 환경파괴를 유발하는 산업단지 조성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군수 퇴진 운동까지 불사하겠다”

지금이야 아파트 단지도 생기고, 학교도 들어섰지만 1979년만 해도 황무지 벌판이었다. 윤기호 씨(74)는 그때부터 이곳에 살았다. 축산업을 하다 15년 전부터 그만두고, 지금은 양봉 농가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양봉업도 접어야 할 판이다. 벌들은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을 거다. 

윤 씨는 “법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양봉하기 좋은 환경은 이미 다른 양봉업자들이 차지했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에서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며 “나는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이 일을 못 하게 되지만 군수는 임기만 끝나면 그만 아니냐”고 말했다. 

윤기호 씨는 "증평 시내까지 나가서 반대 전단지를 수없이 돌려 봤지만, 군수나 공무원 눈치를 봐서 사람들이 대책위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다솜 기자
윤기호 씨는 "증평 시내까지 나가서 반대 전단지를 수없이 돌려 봤지만, 군수나 공무원 눈치를 봐서 사람들이 대책위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다솜 기자

윤해명 대책위원장은 “이 지역은 북이면 산업폐기물 처리업체 몇 개와 인접해있어서 거기서 발생하는 공해나 미세먼지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산업단지 예정 지역 토지주 80%가 외지인이고 그들은 어떤 시설이 들어오든 보상만 받으면 되는 입장”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미 증평군에 두 개의 산업단지가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증평군에서는 첨단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하지만 대책위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기업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계획대로 추진이 안 된다면 졸속 분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했다. 대책위에서는 주민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홍성열 증평군수 퇴진 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까지 전했다.

환경 파괴는 피할 수 없다 

초중리 산업단지가 가져다줄 경제적 효과는 아직 불투명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초중리 산업단지가 어떻게든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산림군락은 훼손되고, 생태계는 교란된다. 

지난 7월 29일(수) 환경부가 초중리 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서 △건설장비 가동에 따른 소음 및 진동 발생 △사업장 폐기물 발생 △대기오염물질과 오·폐수 발생 등이 지적됐다. 

산업단지 부지에서 바라 본 초중리 전경 ⓒ 김다솜 기자
산업단지 부지에서 바라 본 초중리 전경 ⓒ 김다솜 기자

대신 저감대책 이행 여부와 사후환경영향평가조사 계획을 수립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증평군은 기능성 바이오 소재 특화기업 유치를 추진해 친환경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개별 입지 공장으로 난개발이 우려되니 차라리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자연환경 훼손이나 환경오염 문제를 막자는 의견도 나온다. 

대책위가 등산로나 휴식 공간 훼손과 함께 인근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우려했다. 그러자 증평군은 산업단지와 등산로 사이에 완충녹지 지대를 설치하고, 거리를 확보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학습권 침해도 마찬가지로 학교 밀집 지역과 산업단지 사이에 공원이나, 공동 주택을 조성해 소음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윤해명 대책위원장은 "초중리 일부 지역은 생태가 잘 보전돼있기 때문에 이 점을 살려야 한다"며 "주변 여건이 잘 갖춰져 있어서 차라리 전원주택단지 쪽으로 개발되면 외부에서도 인구가 유입되기 좋다"고 말했다. 청주시와도 자동차 전용 도로를 타면 10분 이내로 도달할 수 있어서 베드 타운으로서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 김다솜 기자
윤해명 대책위원장은 "초중리 일부 지역은 생태가 잘 보전돼있기 때문에 이 점을 살려야 한다"며 "주변 여건이 잘 갖춰져 있어서 차라리 전원주택단지 쪽으로 개발되면 외부에서도 인구가 유입되기 좋다"고 말했다. 청주시와도 자동차 전용 도로를 타면 10분 이내로 도달할 수 있어서 베드 타운으로서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 김다솜 기자

접점 없는 갈등 

반대 여론에 부딪혀 산업단지 규모도 기존 계획보다 축소시켰지만 접점 없는 갈등이 계속 될 전망이다. 지난 8월 6일(목)에는 증평군이 초중리 산업단지 조성 사업 공청회를 열었으나 주민 반발이 거세 결국 무산됐다. 대책위에서는 기존 산업단지 활용을 제안했다. 

윤 위원장은 “1산업단지의 경우 조성 부지가 반밖에 활용이 안 되는데 여기 산업체를 유치해 활성화되는 방안을 마련하지는 않고 새로운 산업단지를 만드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초중리 산업단지 부지 인근 아파트 거주민들이 게시한 플래카드 ⓒ 김다솜 기자
초중리 산업단지 부지 인근 아파트 거주민들이 게시한 플래카드 ⓒ 김다솜 기자

정영석 증평군청 산업단지팀 주무관은 “1산업단지는 100% 분양이 끝났고, 다만 지금 기업체가 코로나 사태를 맞아 잠시 어려워져서 공장을 짓지 못하고 활용을 못 할 뿐이지 소유주는 다 있다”고 답했다. 

증평군에서는 지난해부터 주민 설득에 나섰으나 쉽지 않다. 홍성열 증평군수와의 면담도 10차례 가졌고, 도지사와의 만남도 추진했으나 접점 없는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증평군청 산업단지팀은 토론회 개최까지 계획했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혀 추진하지 못했다. 

정 주무관은 “산업단지 간소화법에 따라 생략 공고로 갈음할 수 있지만 다시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며 “반대하는 분들도 계속 설득할 거고, 사업 계획을 듣고 판단할 기회의 장은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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