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 동시다발적 ‘전태일 3법’ 투쟁 선포 

 

31일(월) 고용노동부 앞에서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세종충남본부가 전태일 3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다솜 기자
31일(월) 고용노동부 앞에서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세종충남본부가 전태일 3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다솜 기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50년 전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의 한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을 끌어안고 불 속으로 들어갔다. 전태일, 그의 죽음으로 한국 노동운동의 흐름이 바뀌었다. 변화도 일어났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연 평균 3,000시간씩 일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민주노총이 ‘모든 노동자의 권리’에 주목했다. △근로기준법 11조 개정 △노조법 2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포함된 ‘전태일 3법’을 입법하기 위해 나섰다. 31일(월) 전국 민주노총 산하 조직들이 전태일 3법 입법 발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민주노총 충북본부과 세종충남본부는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태일 3법 직접 발의자 20만 조직화와 하반기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노동자 4대 권리 쟁취를 위해 전태일 3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들의 해고를 막고 일할 권리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에 보호받을 권리 △모든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권리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을 권리를 ‘노동자 4대 권리’로 명명했다. 

민주노총은 "코로나 19를 빌미로 진행되는 휴직, 폐업, 해고를 막고 삶의 근간인 일터와 일자리를 지키고, 정부의 ILO 협약 비준을 빙자한 개악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전했다 ⓒ 김다솜 기자
민주노총은 "코로나 19를 빌미로 진행되는 휴직, 폐업, 해고를 막고 삶의 근간인 일터와 일자리를 지키고, 정부의 ILO 협약 비준을 빙자한 개악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전했다 ⓒ 김다솜 기자

모든 노동자를 향한 법안 

전태일 3법은 ‘모든 노동자’를 향한다. 근로기준법 11조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일부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580만 명은 근로기준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을 통해 적용 범위를 넓히자고 요구하고 있다. 

문용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장은 ‘580만 명’에 주목했다. 대한민국 5인 미만 사업장은 약 320만 곳, 이곳에서 580만 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이들 앞에서 근로기준법 11조는 무력화된다. 문 본부장은 “해고 사유도, 해고 방법도 사용자가 마음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은 전태일 3법과 관련 없이 자신의 권리를 누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노동조합법 2조에서 사용자와 노동자를 협소하게 규정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역시 적용 범위가 좁아서 노동자 권리 보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에 대한 개정도 주장하고 있다. 이 법이 개정된다면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교섭에 참여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오늘도 퇴근하지 못하는 7명 

“전태일 열사의 절규가 5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외침은 유효합니다. 15살 노동자가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지 32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하루에 7명씩 일터에서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를 안고 살아갑니다. 이천에서 36명의 노동자가 불에 타죽고, 아무런 안전 장비 없이 끼여 사망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사고는 왜 계속 반복됩니까?” - 박원종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충북본부 공동대표 

전태일 3법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포함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재해가 발생했을 시 기업법인과 최고책임자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안이다. 산업재해와 참사의 원인이  책임 없는 기업에 있다고 보고, 처벌 기준을 강화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면 기업은 위험방지의무와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박원종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충북운동본부 공동대표는 2008년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를 예로 들었다. 당시 40명의 노동자가 화재로 숨졌다. 기업이 낸 벌금은 고작 2천만 원에 불과했다. 박 공동대표는 “노동자 1명의 죽음 당 50만 원”이라며 “사람보다 기업의 이윤이 더 중요한 사회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2020년 민주노총의 투쟁은 노동자 4대 권리 쟁취에 집중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3법 국회 입법발의 청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2020년 민주노총의 투쟁은 노동자 4대 권리 쟁취에 집중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3법 국회 입법발의 청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누가 전태일 3법을 지지하는가 

전태일 3법을 입법하기 위한 방법은 국민동의청원이다. 10만 명이 동의한 청원은 국회의원 발의 없이도 국회 상임위원회로 넘어간다. 민주노총은 9월 25일(금)까지 전태일 3법 국민동의청원에 10만 명 이상을 모아야 한다. 앞으로 한 달의 시간이 남았다. 

그나마 관심을 보이는 건 진보 정당이다. 지난 26일(수)에는 진보당이 민주노총과 간담회를 열어 전태일 3법 입법 발의 운동을 논의했다. 같은 날 정의당도 연대의 뜻을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며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정의당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용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장은 “반드시 노동자의 힘으로 입법 발의해서 근로기준법 반드시 적용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나, 고용노동부가 알아서 (입법을) 해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노동자가 투쟁으로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