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979억 원 규모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 

ⓒ 충북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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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26일(수)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어 제천~영월 고속도로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를 결정했다. 제천~영월 고속도로는 충북 제천시 금성면부터 시작해 동제천IC, 북단양 IC를 거쳐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까지 연결한다. 총 29km의 4차로 규모 고속도로로 총 사업비 1조 979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예비 타당성 조사는 500억 원 이상 대규모 신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사전 절차다. 제천~영월 고속도로는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종합 평가 점수 0.556을 받으면서 통과 기준인 0.5를 겨우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비용 대비 편익(B/C)이 낮아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예비 타당성 조사 제도가 개정되면서 제천~영월 고속도로는 종합 평가 점수에서 가중치를 받았다. 제천~영월 고속도로는 비용 대비 편익(B/C)은 0.46을 기록했으나 지역균형발전성 및 정책성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지난해 4월 개선된 예비 타당성 조사 제도가 반영됐다. 수도권에서는 지역균형발전 항목이 빠지고, 비수도권은 균형발전평가를 5% 강화하고, 경제성 항목은 5% 축소하는 식이다. 예비 타당성 조사 제도 개정으로 제천~영월 고속도로 사업 통과에 속도가 붙었다. 제천~영월 고속도로는 2031년 개통을 목표로 두고 내년부터 기본 계획 및 실시 설계 절차를 밟는다. 

지난해 4월,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의 주요내용을 설명하던 모습 ⓒ 뉴시스
지난해 4월,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의 주요내용을 설명하던 모습 ⓒ 뉴시스

지역균형발전 측면 강조 

제천~영월 고속도로 사업이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자 그동안 추진을 주장해왔던 지방자치단체와 국회의원들은 환영했다. 엄태영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제천·단양)은 “제천~영월 고속도로는 제천·단양의 교통 인프라를 더욱 확충시킬 수 있어서 중부권 글로벌 관광 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최명서 강원 영월군수도 제천~영월 고속도로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를 환영했다. 최 군수는 “강원 남부 지역이 낙후된 폐광 지역이란 오명을 벗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충청북도 균형건설국에서도 도로 이용자 편의가 대폭 향상되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보탰다. 

강원 남부 지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속도로가 없었다. 제천~영월 고속도로는 강원도민 71만 명이 서명하는 등 지역 주민의 지지를 크게 받았다. 인구 규모가 작고, 인프라 확충이 제대로 안 된 지역에 도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지난 6일 오전 강원 삼척시 삼척시청에서 열린 2020년도 폐광지역 시장·군수협의회 정기회의 ⓒ 뉴시스
지난 6일 오전 강원 삼척시 삼척시청에서 열린 2020년도 폐광지역 시장·군수협의회 정기회의 ⓒ 뉴시스

예비 타당성 조사, 문턱이 너무 낮다

“비용 대비 편익이 1도 안 나오는 사업을 통과만 되면 당장 대단한 경제 활력이 될 것처럼 얘기하지만 공사비는 공사비대로 들어갑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짓고 끝나는 게 아니라 유지랑 관리를 해야 해요. 그러면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라 비판적으로 봅니다.” 

장성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의 지적이다. 장 간사는 “예비 타당성 조사는 실제 예상되는 비용보다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며 “(조사 결과보다) 이용객이 없을 거라고 봐야 하는데 재정 건강성만 낭비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민을 위해 진행돼야 하는 사업이 건설업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국토교통부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을 따지기 보단 국가균형발전에 중점을 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가가 사업을 추진하는데 비용 대비 편익이 1~2인 사업만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지역균형발전 측면을 강조했다. 

지난해 4월에 예비 타당성 조사 개선안이 나오자 경실련은 "전국을 토건판으로 만들기 위한 예타 제도 무력화 방안"이라고 일갈했다 ⓒ 화면 갈무리
지난해 4월에 예비 타당성 조사 개선안이 나오자 경실련은 "전국을 토건판으로 만들기 위한 예타 제도 무력화 방안"이라고 일갈했다 ⓒ 화면 갈무리

 

대기업에만 이윤이 돌아가나

이번 예비 타당성 조사 개정으로 정책성 평가 항목도 달라졌다. 기존에 직접고용효과만 평가했으면 이제는 간접고용효과도 포함된다. 제천~영월 고속도로 사업은 정책성 평가에서도 점수를 높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적 평가가 되면서 고용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대규모 사업을 대기업에서 맡는 풍토 때문이다. 장 간사는 “공사에 들어가면 원청은 수도권에 기반을 둔 기업이 들어오고, 하청은 지역 기업에서 하는데 당장 3~5년 정도 일용직 근로자만 늘어난다”고 짚었다. 

제천환경운동연합 김진욱 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균형 발전을 강조하면서 개발 사업 기준이 후퇴하고 있는데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며 “이 사업의 목적이 불분명한 데다 도로가 놓이고 길이 넓어진다고 해서 균형 발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인구 규모가 적고, 인프라 확충이 제대로 안 된 지역에 도로부터 놓겠다는 발상이 ‘개통해야 발전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사실 제천~영월 고속도로가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비 타당성 조사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판단하기 이른 측면이 있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2~3개월 뒤에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예비 타당성 조사 점수만 공개됐다면 이 보고서에서는 전문가 총평까지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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