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배의 틈]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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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배의 틈] 위로
  • 충북인뉴스
  • 승인 2020.08.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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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은 빛났고 키가 큰 미루나무의 초록 잎들은 아래부터 위까지 가지런히 살랑거렸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모여 있는 운동장에는 뜀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이 중에는 그 부모가 하던 대로 손바닥에 퉤하고 침을 뱉어 비비는 아이, 두 손에 흙을 묻혀 비비는 아이도 있었고 허리띠를 있는 힘껏 조이는 아이, 신발을 고쳐 신는 아이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서로 손을 잡고 걱정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선생님의 설명대로 힘차게 공중으로 뛰어올라 멋지게 착지한 아이는 우쭐대며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두려움은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지 않던가. 달려가는가 싶더니 막상 뜀틀 앞에서 멈춰버린 아이, 가볍게 구름판을 밟고 사뿐히 뜀틀에 올라탄 아이, 손바닥에 침을 뱉었던 아이는 뜀틀 끝부분에 꼬리뼈를 찧고 말았다. 인상을 찌푸리며 연신 엉덩이를 문지르는 모습에 아이들은 일제히 깔깔댔다. 교육 목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애가 타는 선생님 속도 모르고 운동장의 웃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구름판을 힘차게 구르고 무릎을 공손하게 모으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뜀틀 격파를 시도한 아이, 몸집 큰 아이는 갑자기 생각이 바뀐 것 같은데 몸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그대로 두려움을 안는 바람에 뜀틀과 함께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더 높았고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이 더 빛나는 시간이었다.

6학년이 쉰 명 남짓이었던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한 필자에게 그 시절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자꾸 그 시절 친구 생각이 나는 것을 보면 생활에 답답한 면이 많은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19는 여전히 두려운 대상이고 설상가상 한 달 넘게 계속되는 빗줄기는 ‘길고 지루한 장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전국에 집중호우를 쏟아부으며 큰 피해와 걱정을 낳고 있다. 

각자 처한 상황이 틀리겠지만 국민 모두 걱정과 불안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줄어든 일자리의 문제, 코로나 19 영향으로 인한 소비의 위축, 부동산 정책, 검찰 개혁, 남북문제, 적폐 청산 등 세상은 어찌어찌 돌아가고 있지만 당장 생활을 걱정하는 국민은 숨이 차다. 항상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라고 배웠던,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위로’라는 생각이 든다.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처럼 종이 상자에 희망과 행복과 위로를 가득 담아 건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힘들 때 누군가 곁에 있는 것도, 문득 안부가 궁금한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서로에게 큰 위로다. 비가 많이 내린 지역에 사는 친척이나 지인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은 그 대상에게 여전히 자신의 존재가 잊히지 않았음을 전해주는 몸짓이다. 

사람은 자신이 의미있는 존재라고 느낄 때 힘을 낸다. 하지만 조금 더 지쳤고 외롭다면 잠시 과거의 어느 한때를 떠 올리며 배시시 웃어보는 것도 좋겠다. 먼지가 쌓인 채 서랍 맨 아래 칸에 있는 앨범을 꺼내 보거나 가끔은 가족들이 먹고 싶은 음식으로 저녁을 준비하기보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먼저 생각하는 것도 좋다. 

기운이 없으면 좋은 음식이 있어도 먹지 못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위로받기 위해서는 ‘나’에게 주위를 둘러볼 힘이 필요하다. 때문에 위로는 자기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인지 모른다. 온종일 몸이 달아 종종거리던 자신을 떠올리고 골목 저만치에 어떤 사람을 바라보듯 심리적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 평소에 소원했던 ‘나’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 

어릴 때 딸기 우유가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먹지 못했다면 딸기 우유 하나를 사서 천천히 입안 가득 달콤한 맛을 느껴보자.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속삭여주자. ‘위로’는 내가 나에게 다가가 말 걸 때 더 뭉근하게 따듯해지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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