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및 목재 가공업’ 허가 직후 폐기물 재활용사업장으로 변경 신청
가덕면 주민·과학고 학부모 200여명 집회 열고 “의도 의심된다” 비판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주민과 충북과학고 학부모 200여명이 6일 청주시청 앞에서 폐기물 처리시설 설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주민과 충북과학고 학부모 200여명이 6일 청주시청 앞에서 폐기물 처리시설 설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목재 가공업을 하겠다고 청주시로부터 허가를 받아놓고선 이제와서 폐기물 재활용 사업을 한다고 합니다. 처음엔 목재 가공업을 한다고 했으니 당연히 주민들은 반대하지 않았죠. 허가받고 공장까지 다 지어 놓고선 갑자기 용도를 바꾼 것입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궐기대회까지 열게 됐습니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주민과 충북과학고 학부모 200여명이 6일 청주시청 앞에서 폐기물 처리시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가덕면 시동리에 들어선 ‘보건ENT’가 당초에는 ‘표면가공 목재 및 특정 목적용 제재목 제조업’으로 청주시로부터 허가를 받아놓고 허가 직후 폐기물 처리공장으로 청주시에 재허가를 신청했다며 청주시의 용도변경 불허를 촉구했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시동리 변효섭 이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시동리 변효섭 이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가덕면 시동리 변효섭 이장은 “가덕면은 그동안 공군 비행장 소음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참고 살아왔다. 언젠가는 지역에 건강한 발전을 가져다 주겠지 하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기다린 보답이 고작 폐기물 시설이냐”며 “청주시는 보건ENT 시설변경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우리 주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폐기물 처리시설이 운영된다면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강력한 집단행동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가덕면 주민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올 정도로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집회에는 청주시의원들도 여럿 참여했는데 최충진 의장과 남일현·김병국·이재숙·박미자 시의원이 참석, 가덕면 주민들과 뜻을 같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일현 시의원은 “보건ENT 사업주는 국민을 위해서 국회로 가서 일하겠다고 하셨던 분이다. 그런 분이 얄팍한 꼼수를 써서 용도 변경을 한다니 어이가 없다”며 “주민 여러분과 힘을 합쳐서 청정지역인 가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집회 이후 가덕면 주민들은 한범덕 청주시장과 만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덕면 주민들은 지난 7월 22일 폐기물 처리시설을 불허해달라며 주민 398명의 서명을 청주시장에게 전달한바 있다.

 

주민들이 분노하는 이유 두 가지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교육원로 153-31번지에 위치해 있는 보건ENT는 현재 2000여 평 규모로 ‘표면가공 목재 및 특정 목적용 제재목 제조업’으로 청주시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목재 가공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재목 제조업 사업 승인을 받은 직후인 지난 5월 26일 보건ENT는 폐기물 중간 처리업 변경 신청서를 청주시에 다시 제출했다. 업체 명도 ‘보건우드’에서 ‘보건ENT’로 변경했다. 당초 계획했던 목재가공 사업이 아니라 건물 철거 시 발생하는 판넬을 분리하고 선별하는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가덕면 주민과 과학고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점이다. 처음부터 폐기물 시설로 허가받기 어려우니 우선 다른 용도로 허가를 받고 변경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집회에 참가한 가덕면 주민 A씨는 “목제가공업으로 허가가 났으면 하루라도 사업을 했어야 하는데 현재 상태는 공장만 있고 아무것도 시작된 것이 없는 상태라며 처음부터 폐기물 업을 하려고 계획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건ENT 관계자는 “처음에는 목재 가공 사업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시장조사를 하다보니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인근에 많았다.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넬에서 스티로폼을 분리하고 녹이는 사업장은 전국에 없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오는 20일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가덕면 주민과 과학고 학부모들이 분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보건ENT에서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변효섭 이장은 성명서를 통해 “폐스티로폼 처리시설이 들어오면 자연환경 파괴는 물론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체에 치명적인 다이옥신 등 맹독성 가스로 인해 주민들 피해에 대한 공포는 심각하다. 또한 처리시설 코앞에 있는 학생들 및 교육계 종사자들이 입는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ENT와 충북과학고는 600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학교 경계 또는 학교설립예정지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미터 범위 안의 지역을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설정한다’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악취나 공기오염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충북교육청은 보건ENT 건립과 관련, 법에는 저촉되지는 않지만 교육환경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충북과학고 학부모인 B씨는 “축사에 이어 폐기물 처리시설로 또다시 이렇게 집회에 참여하게 되다니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며 “청주시가 폐기물 업체를 불허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보건ENT 관계자는 “보건ENT는 폐기되는 판넬에서 스티로폼을 선별하고 재활용하는 회사다. 쉽게 말해 판넬을 분리해서 스티로폼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소각이나 다이옥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마을 주민들이 걱정하는 다이옥신이 나올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냄새가 날 수도 있으나 냄새를 저감시키는 기계도 다 갖췄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ENT가 계획하는 폐스티로폼 처리 물량은 하루 2톤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박종순 팀장은 “하루 2톤 정도면 사실 큰 문제가 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후에 또 다시 변경신청을 해서 소각시설 등 최종처리시설이 들어설 수도 있다고도 본다. 바로 그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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