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보건진료소 90% 88년 이전 건립, 도비 보조늘려야

날로 노령화되고 있는 농촌은 만성 퇴행성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주민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혼자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보건진료소는 종합의료복지기관인 동시에 가정 상담의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노환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에게는 편안하게 상담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고령의 농촌 주민들에게는 그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 올 수 밖에 없다. 이런 보건지소와 진료소에 대한 투자가 더뎌 시설이 낡고 장비가 부족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충북도의회 의정연구회(회장 정상혁)가 발표한 ‘보건지소 및 진료소 운영실태와 문제’라는 연구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진료소를 이용한 주민은 2001년에 470여만명, 2002년 530여만명, 2003년 550여만명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도내 162개 보건진료소 가운데 16년 전인 1988년 이전에 지어진 곳이 90.1%인 146곳이며 보건지소는 94곳 가운데 63.8%인 60곳 등으로 시설이 낡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지소는 보은군이 6곳에서 한 해 평균 9만7460명(1일 평균 324명), 영동군이 10곳에서 평균 6만7999명(1일 226명), 제천시가 8곳에서 평균 4만529명(1일 135명)을 진료했다. 또한 보건진료소는 진천군이 7곳에서 한 해 동안 평균 3만7664명(1일 평균 125명), 청원군이 23곳에서 평균 2만1923명(1일 73명), 영동군이 18곳에서 평균 1만6297명(1일 54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원군 내수읍의 영하리 보건진료소는 20년전인 1984년에 지어져 외관상으로도 낡아 보였다. 진료소 내부는 비좁아 환자 진료와 치료에 불편을 겪고 있었다. 또한 진료원이 생활하는 주거공간은 겨울에는 추위를 피하기에도 쉽지 않아 보였다. 진료소장은 “건물이 지은지 오래되고 진료공간이 비좁아 진료하고 생활하는데 불편 하죠. 진료비가 65세 이상은 무료고 나머지는 900원만 받고 있어 이용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나이가 많아서 읍내나 청주에 있는 병원을 가기에는 불편하지. 진료소에 가면 무료로 친절하게 잘해주잖아. 그래서 진료소를 이용하는 거지 뭐. 진료소 건물이 겉에서 보기에도 많이 낡아 보이잖아. 아무래도 시설이 좋으면 이용하는 우리도 편하기야 하겠지”라고 말했다.

보건진료소는 농어촌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규정에 의해 의료취약지역에 시장,군수,구청장이 설치하며 간호사 또는 조산원의 자격을 가진 보건진료원이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진료행위를 하는 보건의료시설이다. 보건진료소는 자체 진료 수입에 의존해 운영되며 환자가 적은 곳은 약품이나 일반 운영비를 시군에서 지원받고 있다.

도내 보건진료소는 국비를 지원받아 1982년부터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해 86년에 대부분 신축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대부분의 건물이 지은지 20여년이 지나 시설이 이미 낡아 진료원들의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주민들이 이용하기도에 불편한 실정이다.

의정연구회는 최근 매년 평군 보건지소 3.2곳, 보건진료소 1.2곳이 새로 건립됐으나 이같은 추세라면 1988년 이전에 건립된 보건지소를 모두 새로 신축하는데 19년이 걸리고, 보건진료소는 무려 121년이 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는 신축이 민간 의료시설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괴산, 영동, 보은, 단양 등 보건지소 및 진료소의 의존도가 높은 농촌지역의 시설개선을 지연되고 있다고 대책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낡은 보건지소와 진료소의 신축이 더딘 것은 시군이 자체예산을 투입하기 보다는 국비지원을 기다린 결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충북도는 지난 2003년부터 보건지소나 진료소를 시군에서 신축할 경우 건축비의 30%를 지원해오고 있으며 이때부터 지자체에서 자체 예산으로 건물을 신축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 건립예산에 대한 도비 지원도 증평군은 5억4000만원을 지원한 반면 보은, 옥천 등 5개 지역의 보건진료소 신축지원은 전무하다고 형평성 문제도 이 보고서는 제기했다. 정의원은 “농촌에서는 보건지소나 진료소가 유일한 의료 보건시설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의존도가 높은 농촌지역 보건지소와 진료소의 시설 개선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청원군 낭성면 보건지소는 지난 81년에 건축돼 청원군 관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건물에 속한다. 외관상으로도 건물 벽면 곳곳에 균열이 생겨 신축이 시급한 것처럼 보였다. 건물 내부의 진료실은 비좁고 난방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온기를 느끼기조차 힘들 정도로 환경이 열악해 보였다. 이 때문에 직원들과 환자들이 모두 불편을 겪고 있었다.

낭성 지소장은 “건물이 비좁아 침대를 놓기조차 불편하다. 작년에는 온풍기가 없어 추위 때문에 진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의사들이 기거하는 관사는 보일러가 자주 고장나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하수구가 역류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도내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 시군의 예산이 부족해 국비지원을 기다리다 보니 신축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년전부터 도에서 건축비의 30%를 지원해주고 있어 시군에서도 신축에 관심을 갖고 예산을 투자하고 있어 신축하는 건물이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 보건진료소의 역사

보건진료소는 1976년 경남 거제도에서 첫 시범사업을 실시했고 78년에는 강원도 홍천군, 전북 옥구군, 경북 군위군으로 시범사업 지역이 확대됐다. 보건진료소 제도는 1980년 12월 ‘농어촌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되면서 기틀이 다져졌다. 이어 1992년에는 ‘농어촌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으로 개정됐고 오늘날 보건진료소 운영과 보건진료원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보건진료원은 간호사가 6개월의 교육을 거쳐 보건진료원으로 발령받아 근무를 시작했다. 교육 이수자가 3002명을 넘었고, 신분을 별정6급이 대부분이다.
보건진료소는 지난 2000년 현대정치연구소의 보건진료소의 비용효과 분석에서도 약 3000억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는 약 1912개소의 보건진료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인건비를 제외하고 약 5000억원 가량의 보험재정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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