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지역 경북 상주시와 책임소재 '떠넘기기'

영동군 황간면 지장산의 사찰 반야사 옆으로 흐르는 계곡이 악취와 함께 심하게 오염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반야사(般若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이다. 신라 성덕여왕 27년(728년) 원효대사의 10대 제자중 수제자인 상원화상이 창건하였고, 고려 충숙왕 12월(1325년) 학조대사가 재건했다고 전해진다. 경내엔 대웅전과 요사체 2동, 삼층석탑과 부도 2기 등의 지방문화재가 있고, 대웅전에는 삼존석조불상과 각종 정화 및 불구 등의 향토문화재가 있다.

반야사 삼층석탑은 2003년 3월 14일 보물 제1371호로 지정됐으며, 조선의 세조가 이곳에 행차하여 체류할 때 화신인 문수동자(文殊童子)가 목 사자를 타고 안내하여 가보니 약수가 있어 그 약수를 마시고 병을 치료했다는 전설로 인해 관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사찰 담당자에 의하면 하절기에는 피서객 및 방문객이 평일에 100여명, 주말에는 300여명이 이곳을 찾으며, 해가 거듭될 수록 방문객수가 늘고 있다는 것.

그런데 반야사 옆 계곡이 관리 소홀로 인하여 심한 악취와 오염물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 이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데도 관리청인 영동군은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사찰관계자에 따르면 관광객들이 직접 군청에 불만을 호소한 적이 수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이곳은 대표적인 여름 피서지로 계곡오염을 방치함으로써 결국 영동군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실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야사의 옆 계곡은 경상북도 상주시 속리산 문장대 뒷편에서 물줄기가 시작되어 상주시 화북면, 화동, 화서, 화남, 모서, 모동 등 총 6개 면을 거쳐 충북 영동으로 유입되는 지점이다 . 오래전부터 이 계곡에서 악취가 심하고 물의 상태 또한 진한 노란색을 띠며, 거품이 일어나는 등 오염상태를 한눈에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이곳 지역주민과 사찰관계자는 계곡 위에 위치한 상주시 6개면으로부터 배출되는 오수나 축산폐수가 계곡오염의 주범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잦은 비와 장마로 수량이 많아짐에 따라 축산폐수가 내려가더라도 악취라든가 물이 혼탁해지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수량이 적은 지금같은 시기는 악취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비오는 날을 악용해 고의적으로 폐수를 버린다는 것이 사찰관계자의 추측이다. 겨울철 계곡에 얼음이 얼기 전에는 냄새와 물 색깔으로도 오염사실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현장을 둘러보았을 때에도 겨울철이라 계곡의 물이 많지는 않았고, 곳곳의 물이 얼은 상태에서 계곡물 밑바닥의 바위에 이물질이 가득 끼여 오염 정도의 심각성을 확연히 드러냈다.

인근 지역주민과 사찰관계자는 영동군청 환경관리과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 하였지만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군청 관계자는 “현장을 방문해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단순 불순물로 나왔으며, 축산 폐수나 오수 등을 현재로선 구분할 수 없다”고 밝히며 미온적으로 나왔다는 것. 이에 지역민과 사찰 관계자는 결과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며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12월 17일 군청 담당자는 현지를 다시 찾아 조사하면서 사찰 관계자에게 “계곡의 오염이 가장 심하니 악취가 더 심할 때 연락을 주면 상주시청 축산담당자와 합동으로 다시 조사하겠다”며 여전히 무책임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계곡이 오염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가서야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주민들은 “오염이 더욱 더 심각해져 손쓸 방법이 없을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속히 그 원인을 찾아내 대책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며 군의 처사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영동군 환경관리 담당자는 “민원을 접수받고 두 차례 현장에 방문, 조사한 결과 수년간 지속된 오염이라 쉽게 그 원인 분석을 할 수 없어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계곡 물줄기는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을 지날 때 황간면 월류봉에서 내곡면 물줄기와 합류하고, 용산면 심천면을 지나 옥천군 대청댐에 담수된 후 다시 충청도와 전라도를 지나 군산 장항 앞 바다로 빠진다. 이 과정에서 대청댐 청주지구·금강하류지구·만경강지구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며, 대전 ·청주 ·공주 ·부여 ·논산 ·장항 ·군산 ·전주 ·익산 등에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로도 공급되고 있다.

주민들은 “영동군이 관할 구역이 다르다고 해서 팔짱끼고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조속히 원인규명을 해 시급히 대책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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