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지방의원만 좋은 도서 구입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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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지방의원만 좋은 도서 구입비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07.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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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과 상관없는 도서 사들이는 충북 지방의회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충북참여연대)는 충북 지역 지방의회 연간 도서구입 내역을 조사했다. 충북참여연대는 “의정 관련 서적이 아닌 소설, 수필, 경제 관련 도서를 주민 세금으로 구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충북참여연대가 2019년 충북도내 시·군 의회 도서구입 내역과 예산을 확인한 결과 청주시의회가 가장 많은 책을 사들였다. 예산 800만 원으로 310권을 구입했다. △보은 300만 원 △괴산 298만 원 △옥천 260만 원 순이었다. 

도내 지방의회가 가장 많이 구매한 도서는 지방의회발전연구원에서 발행한 2019년 자치의정으로 나타났다. 영동군의회는 이 책을 무려 80권이나 구매했다. 영동군 의회 소속 의원은 모두 8명. 1명 당 10권의 2019 자치의정 도서를 가져간 셈이다. 

김용래 영동군의회 의장은 "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공부하기 위해 '2019 자치의정'을 구매하는데 의원마다 구독을 하고 있다"며 "격월간 잡지를 구독하다 보니 80권까지 책정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격월간 잡지를 8명의 의원이 1년 동안 구독하면 48권이 필요한데 구매 수량은 80권인 이유를 묻자 영동군의회는 자치의정 잡지를 구매해 의회 곳곳에 비치해뒀다고 해명했다. 

지난 6월 15일 열린 영동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 영동군의회
지난 6월 15일 열린 영동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 영동군의회

지방의회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서적도 다수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리학 서적이나 여행·관광 가이드북, 요리 레시피 서적 등을 구입했다. 심지어 생식 요법이나 약초 기르는 방법, 수질환경 기사·산업기사 필기 서적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지방의회 의원들과 공무원 개인 요청에 따라 도서 구입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서 구입 현황을 알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도 있었다. 충북참여연대는 “괴산군의회는 구매 서적 수량은 빠져 있고, 종류별 금액만 명시해 구매 서적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제천시의회는 다른 의회는 다 가진 도서구입비 예산 자체가 없는 건지, 관련 자료를 부존재 통보했다”고 전했다.  

제천시의회에 부존재 통보 이유에 대해 물었다. 손상열 제천시의회 홍보팀 주무관은 “정보공개청구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실수로 부존재 통보를 내린 것 같다”며 “지방의회 도서 구입비 내역이 아니라 제천시의회가 따로 책정해 둔 의정 활동 관련 도서를 일컫는 줄 오해했다”고 설명했다. 

제천시의회는 의정 활동 관련 실무 도서 구입비는 432만 원이 책정했으나, 지난해 집행하지 않아서 부존재 통보를 내렸다. 제천시의회에는 도서구입비 예산이 없다. 대신 신문 구독료 예산에서 도서 구입비를 충당했다. 

청주시의회 '도서관을 사랑하는 의원 모임' ⓒ 청주시의회
청주시의회 '도서관을 사랑하는 의원 모임' ⓒ 청주시의회

언론사 협조 요청으로 도서 구입 

한국언론인협회 <커넥티드 세계의 도시>, 동양일보 <한국충청인명록>, 한국사진기자협회 <보도사진연감>, 뉴데일리 충청 특별취재팀 <충북 시골장터> 등 제천시의회가 구입한 도서는 대부분 언론사에서 발간하거나 서술했다. 

제천시의회는 언론사 협조 공문을 받아 이 도서들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방의회도 언론사에서 발간하거나 저술한 도서를 보유하고 있었다. 언론사에서 제작한 도서 중 '연감'이나 '명록'은 가격대가 높다. 연합뉴스 <연합연감>은 한 권당 18만 원에 이른다. 이미 인터넷으로 모든 걸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연감'이나 '명록'을 굳이 구입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전체 예산에서는 작은 부분일 수 있으나 도서 구입을 요청하고, 사들이는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사가 (도서를) 사달라고 했을 때 지자체에서 거부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냥 한 권 사주고 말지’라는 태도가 많았던 거 같고…. 기준이 없어서 그런 거 같아요. 지방자치단체 언론 예산 집행기준은 ‘관행’인데 합리적 기준 없이 관행에 의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꼭 필요한 자료라면 구입을 이해할 수 있으나 언론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편법으로 지원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언론과 지방의회는 비판과 감시·견제를 해야 하는 관계인데 자꾸 사달라고 부탁하면 그걸로 인해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볼 수 없는 의회 서적 

충북참여연대는 “충북 대다수 지방의회 보유도서는 시민 열람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충주 △괴산 △단양 △증평 지방의회만 시민 열람이 가능했다. 대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음성군의회밖에 없었다. 

청주·청원 통합 1기 시의회에서 청주시의회는 자료실을 만들어 시민 이용을 가능하게 했으나 이용자 수가 적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충북참여연대는 “의회에 보관되는 서적은 주민 세금으로 구매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는 전문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매달 새로운 도서를 입고하고 있다 ⓒ 서울시의회 전문도서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서울시의회는 전문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매달 새로운 도서를 입고하고 있다 ⓒ 서울시의회 전문도서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실제로 서울특별시의회는 2013년부터 의회도서관을 운영하고, 경북도의회는 2017년부터 도서 열람을 가능하게 했다. 충북참여연대는 충북 도내 지방의회 도서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기에는 부족함도 뒤따른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충북참여연대는 “충북 지역 의회는 시민들을 위해 의회도서관을 개방하기에는 보유 장서가 너무 부족하다”며 “이를 위한 적극적인 예산 편성은 오히려 예산 낭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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