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도 없고, 대책도 없고, 앙금만 남은 간담회 ‘무산’
관련 단체 “장애인 인권보장, 재발방지책” 요구
음성군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지켜봐야” 일관

최근 장애인 직원 및 어머니에게 각서를 쓰게 해 논란이 됐던 음성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와 관련, 음성군과 장애인 관련 단체간에 마련된 간담회가 아무 소득도 없이 결국 무산됐다.

이날 참석했던 장애인 관련 단체는 앞으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는 등 사안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이다.

‘발달장애인 인권 관련 간담회’가 지난 9일 오후 2시 음성군청 6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간담회에는 (사)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정미정 회장, (사)한국장애인부모회 음성지부 남인숙 회장 · 김현순 부회장, 충주시장애인인권연대 심현지 회장, 정의당 충북도당 박노일 조직국장, 민주노총 백형록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또 음성군에서는 조병옥 음성군수를 비롯 주민지원과 관계자 3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먼저 조병옥 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개선할 부분은 하나씩 하나씩 고쳐 나갈 것”이라며 “공직자에게도 미흡한 점이 있다. 앞으로 장애인 복지와 인권문제에 대해 좋은 안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미정 회장은 “각서를 쓰게 했던 그 상황에 있던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그에 맞는 조치를 이행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는 조병옥 군수의 인사말을 끝으로, 장애인 관련 단체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기사 영상은 공개된 시간에 취재한 내용임)

(좌) 정미정 회장, (우) 조병옥 음성군수. (제공=음성타임즈)
(좌) 정미정 회장, (우) 조병옥 음성군수. (제공=음성타임즈)

 

소득없이 끝난 간담회, 앙금만 남아

그러나, 이날 간담회는 조 군수가 사전 인사말을 통해 피력했던 희망과는 달리 양측의 팽팽한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오히려 앙금만 남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날 참석자들에 의하면 장애인 관련 단체는 음성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 책임을 물어 일시 업무정지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부당해고에 대한 행정적 조치,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재발방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2시간 여에 걸친 간담회에서는 어떤 합의점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음성군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도 없고, 해결하려는 의지도 없었다”며 “(음성군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대답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피해 당사자의 심리치료 등 제안할 내용도 많았지만 말도 꺼내지 못했다”며 “오늘 간담회 목적이었던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도 음성군은 어떤 준비도 하지 않고 나왔다”며 허탈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음성군은 시종일관 국가인권위 타령만 했다. 음성군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며 “앞으로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음성군청 앞 천막농성 등 강력하게 싸워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애인 인권침해, 권리박탈 등 의혹 철저한 진상조사”

앞서 이들은 지난 2일 음성군청 앞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직원에 대한 인권침해, 권리박탈 등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센터는) 발달장애인의 장애로 인한 기질적 특성과 도전적 행동에 대해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과 부모에게는 다른 잣대의 기준을 적용했다”고 질타했다.

또 “음성군도 장애인 가족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고 오직 센터 입장에서만 문제를 해석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후 이들은 기자회견 후 3시간여에 걸쳐 신형근 부군수와 마라톤 면담을 이어갔고, 9일 간담회를 열어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여부 등을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9일 진행된 간담회 모습. (제공=음성타임즈)
9일 진행된 간담회 모습. (제공=음성타임즈)

 

“사무실에서 사진 찍은 게 무슨 잘못이냐”

한편 이들은 지난달 16일 제1차 기자회견을 통해 “중증지적장애인 B씨와 그의 어머니에게 각서를 쓰게 한 관계자들의 각성”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이 주장한 사건 내용에 따르면 B씨는 지난 3월경 자신이 근무 중인 모습을 어머니에게 자랑하기 위해 사무실 공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에 사무실 직원 C씨가 자신이 찍혔다며 휴대폰을 압수해 사진을 삭제하고, 음성군에 이의제기를 했고, 음성군의 중재로 일단락된 듯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15일 B씨와 C씨간 대화를 하던 도중 ‘사진이 있느냐’고 묻는 C씨의 물음에 B씨가 ‘사진이 있다’고 대답하자 관리자의 지시로 공익요원 등이 휴대폰을 압수해 갔다.

이후 (센터측은) B씨를 집에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음성군청 담당자가 B씨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저녁 8시경 어머니가 센터에 도착했다.

계속해서 어머니가 도착할 때까지 B씨는 별도의 방에서 공익요원의 감시 하에 감금되어 있었고, 심지어 공익요원은 화장실까지 따라다니며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머니가 사무실에 도착한 후, B씨와 어머니는 센터 관계자가 불러 주는데로 각서를 쓰게 됐고 각서를 쓰고 난 이후에야 휴대폰을 돌려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각서를 쓴 현장에는 음성군 ·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관계자, 공익요원 등 7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여직원 C씨 “성희롱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이와 관련, 여직원 C씨는 최근 CJB와의 인터뷰를 통해 “A씨가 몰래 (동의 없이 본인의 모습을) 사진을 찍어 불쾌했다. 그러나 성희롱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충주시장애인인권연대 심현지 회장은 “깨끗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게 무슨 잘못이 되느냐”면서 “이 사건이 발달장애인을 가장 이해해야 할 지원센터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음성군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자로 B씨에 대한 서류상 복직처리는 완료된 상태이다. 음성군은 조만간 배치기관을 변경해 B씨를 복직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각서를 쓴 현장에 있었던 음성군 관계자는 B씨 가족을 만나 간곡하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사건은 국가인권위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음성군도 이와 관련된 사실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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