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그날의 비명과 절규, 슬픔과 분노가 아직 하나도 가시지 않은 오늘은 벌써 형이 떠난지 153일이 되는 날입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함께 슬퍼해주시고 분노해주셨으며, 또 수많은 회의와 협의, 조사들을 통해 세상에 밝혀진 진상조사결과 보고서가 형이 겪었던 그 사실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측이 내세운 입장과 행태들은 대책위와 노조, 유가족 그리고 저희 형에게 다시 큰 상처를 주는 것이였으며, 이 사건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 역시 결여되어 있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입니다.

매번 눈 앞에 나와서는 죄송한 척 잘못한 척 하고 합의안에 동의하겠다면서도 하루를 못가 다시 입장을 번복하는 일이 매번, 여러번 있었습니다. 그렇게 3자를 농락하면서 지난 목요일 마지막 합의라 의견 교환을 했고, 그 자리에서 저희 유가족은 매번 그랬듯 큰 양보를 통해 어렵게 합의안을 마련했습니다. 그 합의안은 사측, 이성덕 대표이사도 동의하는 수준이었고 그렇게 극적으로 잠정합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 다시 대표이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두영 의장이 모든 합의를 무위로 돌리려 합니다. 그동안 방송국을 제 입맛대로 활용해왔던 이두영 전 회장은 회장직을 표면상 내려만 놓았을 뿐 여전히 대주주로써 감히 경영에 관여하여 모든 지시를 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입니다.

4자 대표가 어렵게 도출한 합의안을 대주주와 그 이사회가 원점으로 돌리고 모든 이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이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언제까지 참아줘야 합니까? CJB청주방송을 정상화 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지난 목요일 최종 합의한 그 내용이 즉시 인정되고 합의 결과로 존중되는 것입니다. 대주주 이두영 의장의 고집이 CJB청주방송 구성원들과 나아가서는 두진을 비롯한 모든 주주들에게 독이 되어 돌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두면 그 독은 겉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대책위, 언론노조 등 수많은 분들께서 저희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 형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함께 온 힘을 다해주셨습니다. 또 많은 언론사들이 이 사건의 진실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세상에 알려주셨습니다. 저희 가족과 하늘에서 지켜봐주는 형은 늘 죄송하고 또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평생 한분 한분께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저희 유가족과 형에게 조금만 더 힘을 모아주세요. 지금껏 참아왔던 울분을 모아 이제부터는 본질에 따라 잘못된 그 모든 것을 도려내고 정상화해야 합니다. 어느 한 노동자가 그토록 억울해하며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바꾸려 했던 그 세상을 이제는 저희 힘으로 바꿔놔야 합니다.

모든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희 뜻과 함께 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늘 송구하고 감사합니다.


2020년 7월  5일 
CJB청주방송 故 이재학 피디 유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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