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쓰레기 피해 호소하는 청주시 현도면 중척리 사람들
기압 낮은 날 새벽이면 여지없이 풍겨오는 음식물쓰레기 악취
마을이장이 5~6년 전부터 대책 요구했지만 ‘대답 없는 청주시’
중척리 주민 반발하자 대전주민협의체에서 2억1000만원 보상
2025년 설립될 2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에는 중척리 주민 참여키로

 

<대전시와 청주시 현도면 주민, 상생의 길은 없나 ①>

 

 

대전시 쓰레기관련 기피시설이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으로 밀집되면서 금고동과 맞닿아 있는 청주시 현도면 중척리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0년 이상 악취와 소음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지만 대전시는 물론 청주시에서도 어떠한 보상이나 대책은 없었다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분노한다. 주민들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청주시에는 적극행정을, 대전시에는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현도면 중척3리 주민들은 “기피시설을 중척리 인근으로 이전하는 대전시보다 이를 방관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한범덕과 이시종이 더 밉다”며 청주시와 충북도를 향해 수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대전시 쓰레기 기피시설과 관련, 현도면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와 갈등해소 방안을 두 번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 주>

 

대전시 쓰레기 처리시설 위치(구글지도 갈무리).
대전시 쓰레기 처리시설 위치(구글지도 갈무리).

 

대전시 금고동이 어떤 곳이길래…

우선 금고동의 개괄적인 소개를 하자면 금고동은 행정구역상 대전시 유성구에 속해있다. 면적은 543만 3382㎡로 주민등록상 단 7명(남6명, 여1명)만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1996년 금고동 제1매립장설치 이후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바이오에너지센터)과 폐가구(폐목재)처리장이 운영되고 있고 2025년에는 제2매립장과 하수처리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금고동은 대전에서 ‘외곽중의 외곽’으로 불린다. 상권이 발달하고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다른 동에 비해 금고동 인근(구즉동)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 피해의식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에 위치한 환경자원사업소 입구.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에 위치한 환경자원사업소(제1매립장) 입구.

 

일단 금고동을 직접 찾아가봤다. 금고동은 청주시 현도면에서 대전시로 넘어가자마자 바로 마주하는 곳이다. 현도면 중척리에서는 강 건너에 위치하지만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대전시내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12㎞정도, 차량으로 15분 정도 걸린다.

대전시내 금고동 이정표에서 1매립장(환경자원사업소)까지 가는 길은 마치 자연휴양림 길목을 연상시킨다. 우거진 나무와 잘 닦여진 언덕길로 (차량으로)5분 정도 올라가면 좌측에 음식물처리시설(대전 바이오에너지센터)과 우측에 제1매립장(환경자원사업소) 입구에 도착한다. 또 폐가구처리시설도 인근에 있다.

오전10시 30분 경 쓰레기 차량이 줄지어 드나들었고 민가와 주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제1매립장에서 2025년 설립될 대전하수처리장 예정지로 가는 길은 더욱 숲이 우거져 있다. 원시림이 연상될 정도이며 밭(하우스), 송전탑을 볼 수 있다. 지형상 분지형태이고 안쪽에 매립장이 있기 때문에 대전시내에서 봤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금고동 면적 543만 3382㎡중 대전시 소유지는 243만 9554㎡(45%)다. 대전시는 수 년전부터 금고동을 ‘쓰레기처리 조성구역’으로 만들기 위해 금고동 원주민을 이주시키고 매입작업을 했다.

 

님비라고 비난할 수 있나?

 

청주시 현도면 중척3리에 살고 있는 오재진 씨.
청주시 현도면 중척3리에 살고 있는 오재진 씨.
청주시 현도면 중척3리에 살고 있는 이정원 씨.
청주시 현도면 중척3리에 살고 있는 이정원 씨.

 

“새벽에 일어나서 문을 열면 구역질이 날 정도입니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또 괜찮아지고. 특히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날은 머리가 아플 정도예요. 바람이 현도쪽으로 부는 겨울철에는 밥을 못 먹을 정도입니다.”(중척3리 윤민철 이장)

 

“처음 쓰레기 매립장이 생겼을 90년대에는 정말 너무 힘들었어. 나라에서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는 거니까 그냥 참고 살았지 뭐. 지금은 옛날보다 덜하긴 하지만 심할 때는 송장 썩는 냄새가 난다니까. 매일 그런 건 아니야. 심한 날은 너무 괴롭고 안 그런 날은 또 괜찮고.”(중척3리 거주 오재진 씨)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많이 나. 웅~~하면서. 어떤 때는 들리고 또 어떤 때는 안 들리고. 그냥 어디서 공사를 하나보다 했지 뭐. 소리가 난 후에는 꼭 냄새가 나.”(중척3리 거주 이정원 씨)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위생매립장과 청주시 현도면 오토캠핑장의 직선거리는 1.77㎞다. 반면 대전시에서 쓰레기처리시설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고 있다는 구즉동과 금고동위생매립장 직선거리는 2.3㎞다. 현도면 중척리가 구즉동보다 600미터 정도 가깝다는 얘기다.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위생매립장과 청주시 현도면 오토캠핑장의 직선거리는 1.77㎞다. 반면 대전시에서 쓰레기처리시설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고 있다는 구즉동과 금고동위생매립장 직선거리는 2.3㎞다. 현도면 중척리가 구즉동보다 600미터 정도 가깝다. 결국 대전시민보다 청주시 현도면 중척리 주민들이 더 많은 피해를 보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구글지도 갈무리)

 

악취정도가 가장 심한 중척3리와 대전시 제1매립장 직선거리는 불과 700여m로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70~80대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20여 가구, 50여명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대전시 쓰레기 시설과 관련 현재 중척리 주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불만을 넘어 분노에 가깝다. 가장 심한 피해를 보는 중척3리 주민들의 호소는 악취와 소음이다. 냄새는 새벽에 많이 나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 냄새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또 음식물쓰레기 압력을 빼는 소리는 집안에서도 들린다고 했다. 농작물과 관련된 피해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악취에 대해 처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중척3리 윤민철(56) 이장이다. 그는 외지 생활을 하다 5~6년 전 고향인 중척3리에 정착했다. 그동안 악취는 지속됐지만 누구하나 발언하는 이가 없었던 것이다.

10년 이상을 그저 참고만 지내다가 윤 이장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론화됐다. 윤 이장은 “청주시와 대전시에 수없이 민원을 제기하고 항의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묵묵부답이었다”며 “대전시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역주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수없이 얘기하는데 청주시와 충북도는 아무런 대응을 해주지 않았다. 대전시보다 청주시에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 제 20조에 따르면 폐기물처리 시설 영향지역은 폐기물매립시설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2㎞이내다. 현도면 중척리(중척1, 2리는 일부)는 이에 해당된다. 영향권에 든 주민들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1매립장이 설립될 1996년 당시에는 타 행정구역 대상자들은 지원이 적용되지 않아 중척리 주민들은 법적으로 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다. 최근 대전시주민협의체가 중척1, 2, 3리에 제1매립장 지원금(위로금)으로 1년에 7000만원씩 3년간 주기로 한 것은 도의적인 성격이 강하다.

중척리 주민들은 대전시주민협의체의 결정이 반갑긴 하지만 지난 25년동안 받은 피해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그동안 못받은 보상금을 받기 위한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현도면 주민들이 대전시에 요구한 5가지

지난 2월 대전시는 금고동 하수처리장과 관련, 현도면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오재진 씨는 “그동안 하수처리장이 금고동에 들어선다는 말은 많이 돌았지만 주민들은 그 자리에서 처음 알게 됐다. 통보식이었다”며 “이미 결정이 다 난 상태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그냥 또 당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취와 소음에 이어 이제는 물까지 망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현도면 주민과 17개 직능단체장들은 지난 6월 12일 현도면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현도면 주민과 17개 직능단체장들은 지난 6월 12일 현도면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꾸려진 것은 주민설명회 직후이며 비대위는 대전시에 5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하수처리장 금고동 이전반대 △기존 폐기물처리시설 악취 저감대책 △중척리~금고동 교량 설치 △하수처리장 방류구를 현도면을 벗어난 하류에 설치 △기존 환경기초시설을 포함한 보상 및 대책 등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하수처리장 금고동 이전반대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중척리~금고동 교량 설치도 대동·금탄 스마트융복합 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과 연계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22년까지 90억원을 투입해 ‘금고동 자원순환시설 악취저감 특별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수처리장 방류구를 현도면을 벗어난 하류에 설치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노후관로 정비와 하수관로 분류화사업으로 악취와 수질을 개선할 것이며 보상 및 대책과 관련해서는 ‘널리 이해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다만 제2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에 현도면 주민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대전시보다 무관심한 청주시에 더 화가 난다"

현재 현도면 주민들이 호소하는 주요피해는 악취와 소음이다. 또 하수처리장이 들어올 경우 수질악화와 그에 따른 농작물의 피해, 특히 현도 오토캠핑장이 방류구와 맞닿아 있어 관광지로 기능을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도면 오토캠핑장에서 바라본 음식물처리시설(바이오에너지센터).
현도면 오토캠핑장에서 바라본 음식물처리시설(바이오에너지센터).

 

그러나 이들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짜 화가 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도 성토한다. 바로 이러한 피해를 십수년간 방치해온 대전시, 특히 청주시, 충북도의 무관심이다.

 

현도는 육지의 섬이야. 이 동네는 버스길이 생긴지도 몇 년 안됐어. 그린벨트로 묶어놓고, 수십 년 동안 방치해 놓고, 온갖 안 좋은 것은 여기다 다 몰아넣고, 계속 힘들다고 해도 얘기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고 그냥 참으라고만 해. 힘없고 돈없는 늙은이들만 있으니 무시하는 거지 뭐.”

 

청주시와 충북도로부터 버림당했다는 박탈감이 주민들 내면에는 강하게 깔려있었다. 지난 50여 년 동안 ‘대전권 그린벨트 및 상수원보호구역 등 규제’로 현도면 전체의 56%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재산상, 환경상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기피시설 집합소'가 됐다는 얘기다.

대전시 하수처리장 설치와 관련, 현도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음에도 청주시는 현재 어떤 입장이나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오토캠핑장 관련 담당자는 캠핑장 인근에 대전시 하수처리장 방류구가 설치되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다.

한 관계자는 “매립장 및 하수처리장을 담당하는 부서가 각각 달라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주시도 대전시와 마찬가지로 하수처리장과 매립장을 새로 설치하려면 주민을 설득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대전시 정책에 반대한다면 청주시 일을 추진할때 그 명분이 사라진다”며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의견을 주는 정도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도면 문제는 시민소통팀에서 담당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기피시설. 처음에 현도면 주민들이 비대위를 만들었다고 했을 땐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정작 분노하는 이유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주민의 어려움을 살피지 않는 지자체의 무관심이었다.

'대전시와 청주시 현도면 주민, 상생의 길은 없나②'에서는 기피시설과 관련,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과 주민의 참여로 상생의 길을 모색한 타 지자체 사례와 앞으로 현도면 주민과 대전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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