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설계공모 특정업체 밀었나
상태바
제천시, 설계공모 특정업체 밀었나
  • 세종경제뉴스 오옥균
  • 승인 2020.06.17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선작, 지하 1층 지상 7층 설계 공모에 홀로 지하 2층 설계 제출
있으나마나한 실격 기준...제천시는 심사위원회에 책임 떠넘기기
제천시가 어번케어센터 당선작으로 선정한 A사 공모작. 해당 대지는 경사로에 위치해 있다.
제천시가 어번케어센터 당선작으로 선정한 A사 공모작. 해당 대지는 경사로에 위치해 있다.

 

 

제천시 어번케어센터 설계공모 논란

 

제천시가 체류형 관광객 유치를 위해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어번케어센터(총사업비 96억원)가 설계공모에서부터 부실한 행정력으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제천시가 선정한 당선작이 '공모 지침'의 기본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사전에 업체를 특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천시는 429일 제천 어번케어센터 설계공모 당선작으로 A사의 공모작을 선정했다. 당선작이 발표되자 공모에 참여했던 업체가 즉각 반발했다. 당선작인 A사의 공모작이 공모의 기준인 지침을 위반했고, 설계안에서 실격 사유와 법규 위반의 문제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해당업체는 충북도에 건축설계 작품 선정 결과 취소를 청구하는 심판을 제기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A사의 공모작에서 크게 4가지의 부적격 사유가 발견됐다.

제천시는 지난 2월 어번케어센터에 대한 설계공모를 내면서 공모지침을 밝혔다. 센터의 연면적은 3950(±5%범위)이고 지상 7층과 지하 1층으로 구성된 건축물로 설계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이 공간에 들어가야 할 주요시설을 자율적으로 배치하되 지상 1층과 2층은 정해진 시설을 배치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당선작인 A사의 공모작은 '지하1층 지상 7'이라는 지침을 어기고 '지하 2층 지상 7'으로 설계됐다. 여기에 구성시설이 고정된 1.2층 설계 공간도 지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제천시는 심사 전 인지한 사실을 밝혀면서 "과하지 않은 변형"이라고 A사를 두둔했다. 이에 대해 공모에 참가한 다른 업체는 "지하 2층을 허용하면 모두에게 '허용해도 된다'고 공고해야 공평하지 않나. 정해진 틀이 다르면 결과물도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문제 제기에 제천시 도시재생TF팀 담당자는 "지침과 달리 설계한 사실을 심사위원회가 열리던 날 심사위원들에게 알렸다. 실격 여부는 심사위원회가 최종 결정하는 일"이라며 심사위원회에 책임을 돌렸다.

 

실격 대상, 심사위원회에 오른 이유는?

 

하지만 대개의 설계공모의 경우 발주처인 기관이 실격 사유가 있는지 기술 검토를 진행해 사전에 심사위원회에 실격 여부를 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실격 기준에 해당하는 공모작은 본 심사위원회의 평가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제천시의 어번케어센터 설계공모 지침에도 이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제천시는 심사위원회 당일 심사에 앞서 이같은 내용을 안내한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천시의 지침에는 "건축대지의 형태, 범위, 지적을 임의 조작 설계하여 시공이 불가능한 경우" 실격 대상이 된다고 적시돼 있다. 또한 "건폐율·용적률 등이 기준을 위반하거나 관련법규에 저촉되어 전체적인 계획에 영향을 주는 경우" 또한 실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당선작인 A사의 공모작은 이들 실격대상에 모두 부합한다. A사 공모작에 표기돼 있는 레벨(지면의 높이)은 실제와 상이했다(그림 속 빨간선). 제천시가 명시한 대지의 남동쪽(주출입구 방면) 레벨은 240.6이지만 A사의 공모작에는 241.6으로 실제와 1m 차이가 차이가 났고, 설계도 상 지하주차장 입구인 대지 서쪽 도로는 실제보다 최소 40낯춘 238.8로 정하고 설계됐다.

문제를 제기한 설계사무소 B대표는 "실제와 레벨이 다를 경우 전체적인 설계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예시한 "건축대지의 형태, 범위, 지적을 임의 조작 설계하여 시공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게 B대표의 설명이다.

 

당선작, 지침 따랐다면 관련법 충족 못해

 

레벨을 실제와 달리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또 있다. A사의 공모작에 따르면 주차장 바닥 높이와 서쪽 도로 높이는 50(실제는 90이상) 차이가 난다. 이를 기준으로 A사는 50턱을 잇는 진입로(경사로)1m로 설계했다. 하지만 실제 높이로 설계한다면 진입로의 길이는 2배 이상 길어져야 한다. 진입로가 길어지면 A사의 설계안에 구성돼 있는 진입로 좌우측 주차면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관련법에 따른 주차면수(20)를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실격 대상인 임의 조작 설계에도 해당되고 관련법규 위반에도 해당된다.

제천시 담당자는 지침과 다른 4가지 사항에 대해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오히려 시의 적극적인 개입이 공모 취지를 흐린다고 판단했다""A사의 오류는 수정·보완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인지하고 있던 4가지 사항을 모두 심사위원들에게 공지하고 실격 여부를 묻는 과정을 진행했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탈락한 업체의 대표는 "따르지 않아도 되는 공모 지침이라면 세울 이유가 있냐""층수도 무시하고, 레벨도 임의로 조작한 상대에게 패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의 건축설계공모 운영지침에 따르면 "발주기관 등은 설계공모 참가자가 제출한 공모안이 당초 설계지침서 등에서 제시한 공모안 작성요건을 지키지 아니한 경우에는 일정 점수를 감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나 제천시가 작성한 감점기준에는 '설계도면 규격 위반' '제본방법 미 준수' '제출도서의 기준매수 초과' 등 부수적 사안에 대한 감점 기준만 있고 정작 중대한 감점 요인에 대한 기준은 마련하지도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