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단체 반대 의견서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양영순 청주시의원 © 청주시의회
양영순 청주시의원 © 청주시의회

충북 청주시 인권 기본 조례안이 무산됐다. 20일(수) 청주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는 상위법에 상충하고, 시장 인사권 침해한다는 이유 등으로 인권 기본 조례안을 부결했다. 

양영순 청주시의원은 청주시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지속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에 따라 청주시장은 5년마다 △인권보장 및 증진 기본 방향 및 추진 목표 △분야별 추진 과제 및 이행전략 △재원 조달방안 △인권보고서 발간 등의 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본계획이 만료된 6개월 이내에는 청주시장이 추진사항을 평가해 인권위원회에 보고하고, 그 결과를 연도별 계획 수립에 반영할 의무도 있다. 한 마디로 시민의 인권보장과 증진을 위해 노력할 책무를 청주시장에게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조례안이다. 

인권 기본 조례안, 무산된 이유는? 

인권 기본 조례안은 제도적으로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조례안 무산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조례안에 수정할 부분이 많고, 아직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부결처리 됐다는 설명이다. 

김태수 청주시의회 경제환경위원장은 “상위법 상충도 문제가 되고, 인권위나 인권센터 구성하는 일도 정원 운영에 관한 개정이 필요하다”며 “시민이란 정의도 너무 광범위하게 포함돼서 청주시에 거주만 하면 조례안 적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제51회 청주시의회(임시회) 제1차 경제환경위원회 © 청주시의회
제51회 청주시의회(임시회) 제1차 경제환경위원회 © 청주시의회

 

“기독교 단체에서 많이 반발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어요. ‘인권조례에 자칫하면 성 소수자까지 포함되는 거 아니냐’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기독교 단체 반대가 심하고….”

A 청주시의원은 이번 조례안 부결에서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발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을 보탰다. 입법 예고 시기에 제출된 반대 의견만 해도 700여 건에 이른다. 의원 개개인에게 따로 연락이 갔던 경우까지 합하면 이보다 많은 반대 의견의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됐던 일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인권 조례안을 논의할 때마다 벌어졌던 일이다. 최근 충북도의회에서 발의된 ‘성평등 교육 조례’도 그랬다. 성평등 교육 조례안 발의 과정에서 지방의원들이 기독교 보수 단체로부터 압력을 받았다. 

인권 기본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던 양영순 청주시의원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시민들의 반대 의견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양 의원은 "발의하면서도 힘들 거란 생각을 했다"며 "결국 문턱을 넘지 못해 안타까운 점도 있지만 이후에 공청회든 다른 형태로 자리를 마련해서 조금 더 진전된 조례를 고민해보겠다"고 전했다. 

이번에 청주시 인권 조례안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됐다. 다른 지방의원이 관련 조례안을 제안하는 수밖에 없다. 충북인권연대는 한범덕 청주시장이 후보자 시절 청주시 인권 조례안 제정을 약속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현재 100여 개 넘는 자치단체가 이 조례를 제정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청주시장은 약속했던 인권 조례안을 언제 지킬지 답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책임 있는 의정활동 어려운 구조  

충북인권연대는 성명을 발표해 청주시 인권 기본 조례안에 대한 각 의원의 찬·반 입장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회의를 진행하거나 회의록으로 남겨야만 의정활동을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데 조례안 조정 내용은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례안 조정에 나섰던 청주시의회 경제환경위원들은 입장을 밝히지 않을 방침이다. 김태수 청주시의회 경제환경위원장은 “의원들 간에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받기 때문에 당연히 비공개”라며 “의원들 사이 조정을 공개적으로 하는 지방의회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의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부결이 됐는지를 시민들이 알 수가 없어요. 이 조례안을 부결시키려면 명확한 이유를 내놔야 하는데 그걸 내놓지 못하고 있는 거죠. 부결에 이르기까지 조정 과정을 공개해야 시민들이 조례안 부결이 상식적인지, 비상식적인지 알 수 있죠.”

이효윤 충북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시민들 입장에서는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조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으니 책임 있는 의정활동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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