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한 주민들의 신의 저버릴 수 없어 철회키로
철회는 무효표·중복서명 논란과는 무관한 결정
주민소환법 개정, 정 군수 퇴진활동 계속할 것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 추진위원회 수임인 서성수 대표(왼쪽)와 흥승면 집행위원장(오른쪽)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을 답변을 하고 있다.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 추진위원회 수임인 대표 서성수 씨(왼쪽)와 흥승면 집행위원장(오른쪽)이 기자들 질문을 답변을 하고 있다.

보은군 정상혁 군수 주민소환 운동을 벌이던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 추진위원회(추진위)’가 주민소환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15일 오후 4시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참여형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2004년 도입된 주민소환법은 주민소환을 하지 말라는 법과 같다”며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단체장과 그 추종세력들이 서명자 명단을 공개 열람하는 취약점으로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법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름만 대면 개인 신상이 모두 드러나는 작은 보은군에서 3선 군수에게 서명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살생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서명한 주민들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 뻔하고 그들의 신의를 저버릴 수 없어 어렵게 주민소환 철회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정상혁 군수는 지난해 8월 이후 친일발언과 아베정권 두둔,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에 대한 모욕적 언사로 비판을 받았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월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 투표 청구서를 보은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었다.

서명을 한 인원은 4679명으로 보은군민 2만9432명(2019년 2월 기준)의 15%(4415명)를 넘어, 추진위는 주민소환 투표로 정상혁 군수를 퇴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 추진을 함께한 사람들’이 지난 2월 18일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투표 청구서를 보은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장면.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 추진을 함께한 사람들’이 지난 2월 18일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투표 청구서를 보은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장면.

그러나 지난 4월 정 군수가 주민소환청구서 서명부를 정보공개 청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살생부 제공’ 논란이 촉발됐다. 당시 선관위는 관련 법과 규칙에 따라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추진위는 당시 “좁은 지역사회에서 명단이 읍면별로 공개된다는 건 개인 신상이 모두 드러나는 것이다. 공권력을 쥔 정상혁 군수에게 살생부 명단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군수에게 명단을 복사해 준다는 건 주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일일뿐만 아니라, 주민소환투표에 대한 공정성을 심각하게 회피하는 것”이라고 선관위를 비판했었다.

 

"우려가 현실로" 

서명부 공개열람이 시작된 15일 첫날 보은군에서는 추진위가 우려했던 일이 실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A씨가 주민소환장에 서명을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왜 서명을 했냐며 따지는 일이 발생했고 또 다른 이는 서명을 한 사람들을 군청으로 불러 모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오늘(15일)은 주민소환 서명부를 열람하는 첫날이다. 서명부 열람은 서명한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하기 위해 7일 동안 열람하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그러나 정상혁 군수 측근들과 일부 단체장, 이장, 지역의 유력인사들이 선관위에서 장사진을 치고, 서명부를 열람한 후 지역별로 누가 서명했는지 취합하고 색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며 “주민주권을 실현하는 주민들의 열망을 꺾고자 하는 참상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추진위는 결국 주민소환을 철회하기로 결정했고 주민소환법 개정과 함께 정상혁 군수 퇴진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서성수 수임인 대표는 "보은군 측에서 무효표나 중복투표 등 서명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아직 확인된 바 없고 주민소환 철회 결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상혁 군수는 서명부 정보공개 청구를 취소하고 이제라도 스스로 물러나 민의의 뜻에 따르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소환법과 관련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서명종이를 들고 일일이 주민을 직접 만나 서명을 받아야 하고 서명명부 공개에 대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경북 예천군 박종철 군의원이 캐나다 연수 과정에서 가이드를 폭행한 것에 반발해 예천군 주민들이 주민소환운동을 벌였으나 서명부 열람과정에서 노출을 걱정한 일부 주민들이 서명부에서 이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도 있었다. 박종철 군의원 주민소환은 22표가 모자라 무산됐다. 결국 주민소환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흘렀지만 소환된 이는 하남시 군의원 2명에 그쳤다.

추진위는 “어렵게 서명을 받아 주민소환 투표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투표율 33.3%를 넘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주민소환법이 제정된 이래 110건의 주민소환운동이 펼쳐졌지만 군의원 2명을 소환하는 것에 그쳤다. 주민소환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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