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2~3번 놀이영상 제작해 학생들과 공유
모든 과목 실시간으로 운영하며 상호작용 높여
학생들에게 친숙한 게임프로그램 수업에 이용

예고 없이 찾아온 원격수업. 강제로 시작된 것이니만큼 교사나 학생, 학부모들 모두에게 원격수업은 전쟁과도 같은 일이었다. ‘서버대란’, ‘부실수업’, ‘엄마개학’ 등등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터져 나왔고 현장에선 ‘학력저하’,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격수업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리 없이 노력하는 교사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나만의 개성 있는 콘텐츠와 수업운영으로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교사들을 소개한다.

 

“선생님, 너무 심심해요!”

진천상신초등학교 5학년 1반 담임인 심진규 교사.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놀이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제작한다. 영상에는 카드놀이, 물건전달하기 등 누구나 한번쯤 해본 놀이방법이 담겨있다. 2~3분짜리 짧은 영상, 누가 봐도 훌륭한 편집기술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진천상신초등학교 심진규 교사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놀이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유튜브 캡처)
진천상신초등학교 심진규 교사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놀이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유튜브 캡처)

영상에는 두 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심진규 교사와 ‘복을이 교사’가 주인공이다. 복을이는 뽀글머리를 했다고 해서 붙인 이름으로, 영상에서 둘은 게임이나 놀이를 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낸다. 학생들은 이 영상을 보고 집에서 그대로 따라해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이 영상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로 심진규 교사가 곧 복을이 교사이기 때문. 심 교사는 1인 2역을 하는데 두 명의 분량을 각각 따로 촬영해 편집과정에서 붙인다.

“아이들이 심심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재밌고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방법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좀 망가지더라도 아이들이 재밌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민망해 하면서도 흐뭇한 표정은 감추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놀이영상 올리는 거 그만 할까 하고 물어봤는데 절대 안 된다고 아우성치더라고요. 하하하”

유튜브에 올린 이 영상은 현재 진천상신초 5학년 1반 학생들만 볼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공개해놓은 상태다.

심 교사는 이외에도 팟캐스트 형식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일명 ‘숨은 동화찾기’인데 굳이 영상을 보지 않아도 동화를 들을 수 있다. 그는 “온라인 시대지만 오프라인을 지향하고 싶다”며 “집에 있는 동안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책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는 어떤 존재인가?

모든 교과를 직접 실시간으로 강의하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사도 있다.

진천상신초등학교 5학년 3반 이대섭 교사는 예·체능 및 과학실험 수업을 포함해 모든 교과를 실시간(쌍방향)으로 진행한다.

이대섭 교사가 음악수업을 위해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이대섭 교사가 음악수업을 위해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최대한 대면수업과 가깝게 한다는 것이 이 교사의 목표다. 물론 27명 아이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하다보니 수업진행이 만만치는 않다. 각 가정에서 발생되는 소음이 고스란히 모든 아이들에게 전달되기 때문. 수업도중에 동생 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웅성거리는 소리 등등 수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과목을 실시간으로 진행한다. 음악, 미술, 체육, 과학실험 등 직접 학생들이 해봐야 하는 과정은 교사 혼자 미리 영상을 촬영해 수업시간에는 2배속, 3배속으로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이를 가정에서 해볼 수 있도록 과제로 내준다. 아이들은 교사가 한 것을 따라 각자 집에서 해보고 또 이를 촬영해 SNS에 올린다.

모든 과목을 쌍방향으로 하다 보니 대면수업보다 효과적인 과목도 있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됐다. 바로 코딩 수업인데 아무래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상에서 직접 하다보니 이해도가 빠르다고.

학교에 있는 동안 이 교사는 촬영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퇴근 후부터는 편집 작업에 돌입한다.

“처음보다 시간이 많이 단축됐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영상촬영과 편집에 쓰고 있습니다.”

많은 교사들은 원격수업 방식으로 단방향이나 혼합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쌍방향 수업이 아이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들마다 수업환경이 다른 점, 원활하지 못한 수업진행 등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굳이 모든 교과를 쌍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은 교사로써 일종의 ‘자존심’ 또는 ‘고집’이라고 말한다.

“물론 EBS 강의나 e학습터 영상이 제 수업보다 훨씬 훌륭하죠. 하지만 그 영상만 퍼다 나르면 저의 존재는 뭘까요? 힘들고 서툴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프로그램이 수업의 꿀팁이라니…"

충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 남승우 교사는 단방향 수업을 원칙으로 하지만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게임)프로그램을 이용해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높이고 있다.

남승우 교사.
남승우 교사.

남 교사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음성채팅프로그램으로 이는 주로 팀을 이뤄 게임을 할 때 사용된다. 얼굴이 화면에 나오지는 않지만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접속하기가 손쉽다. 학생은 교사가 보낸 링크를 한번만 클릭하면 바로 접속할 수 있다. 남승우 교사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학생들의 출결, 질문, 보충설명 등 상호작용을 한다. 특히 라이브기능을 이용해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음성채팅 프로그램은 사실 게임 좀 했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프로그램이거든요. 남학생이라면 한번쯤 다 사용해봤을 겁니다. 저도 게임을 좀 해봤던 사람이라 잘 압니다. 물론 게임을 안했던 학생들은 생소할 수 있지만 이용하기가 쉬워요.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이 수업에 이렇게 이용된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합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각 교사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넘쳐나는 콘텐츠, 유튜브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교사들의 콘텐츠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자칫 흥미위주, 재미거리로 치부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있지만, 분명한건 교사들의 마음이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등교수업 이후 학생들과 신뢰는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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