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미래인재양성 위해 일부 학교 파격 지원
‘대학 잘 보내는’ 학교만 지원…공교육 훼손 우려

<충북도 ‘교육경쟁력강화사업’, 학교 반응 봤더니…>

2018년 12월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장선배 도의장 중재로 ‘초중고 특수학교 무상급식 경비’와 ‘미래인재육성’에 대해 합의했다.
2018년 12월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장선배 도의장 중재로 ‘초중고 특수학교 무상급식 경비’와 ‘미래인재육성’에 대해 합의했다.
충북도는 지난 7일 배포한 '지역교육 경쟁력강화 지원사업' 관련 보도자료
충북도가 지난 7일 배포한 '지역교육 경쟁력강화 지원사업' 관련 보도자료

최근 충북도가 미래인재육성방안의 하나로 ‘자사고 설립’ 대신 ‘지역교육 경쟁력강화 지원사업’을 발표한 가운데 이 사업이 진행될 경우 공교육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립고등학교에서는 이 사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향후 지원학교로 선정되면 외부 학원 강사를 학교로 초빙해 수능대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현재로선 선정기준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또 상급기관인 충북도교육청이 실질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어 도교육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충북도, 자사고설립→일부 고교 지원으로 방향 틀어

지난 7일 충북도는 충북인재양성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7~9개 고교에 한 학교당 최대 1억 5천만원씩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충북도는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자율형 사립고 설립, 자율학교 지정 등 ‘명문고’ 설립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등 정부교육정책으로 충북도는 명문고(자사고) 설립은 일단 보류하고 재단을 통해 일부 고교를 지원, 상위권 대입진학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은 ‘한 아이도 놓치지 않겠다’는 교육철학과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이 사업의 골자는 우선 도내 일반계 국·공·사립고등학교 48개교를 대상으로 지원학교에 한해 심사를 거쳐 7~9개 학교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선정기준은 1차에 정량평가 70%를 반영하고 2차에 정성평가 30%를 반영한다. 그리고 3차에는 정량과 정성평가를 합쳐 순위를 매긴다. 1차 정량평가에는 세 가지 요소가 반영되는데 △세계500대 대학(국내 거점 국립대 포함) 진학률 △수능성적 3등급 이내 비율 △6, 9월 모의고사 성적이다. 정성평가에는 사업의 적합성, 실현가능성 등 학교가 계획한 사업계획서가 반영된다.

선정된 학교는 최대 1억 5천만원을 가지고 진로진학 및 학력향상을 위해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결정, 제약없이 운영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진로·진학교육 △학생수준별 맞춤형 수업 △수능특강 △수시대비 특화 프로그램 운영 △교원 역량강화 분야다. 지원금은 재단이 50%, 시·군 또는 시·군장학회에서 50%씩 부담한다. 재단은 오는 29일까지 사업신청을 받고 9명의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통해 5월 중순경 선정학교를 발표할 예정이다.

 

외부 강사·입시 전문가 도입 가능성 있어

재단은 지난 14일 18개 고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참석한 학교는 사립고 15곳, 국·공립고 3개교다.

설명회에 참가한 학교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일부 학교는 코로나19로 교육활동이 중단돼 도교육청에서 받은 지원금도 미처 사용하지 못하고 남아있어 공모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반면 상당수 학교는 일단 파격적으로 많은 지원금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지자체·도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교육경비에 비해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또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 단위 지자체에서는 이 사업에 선정되면 재단이 50%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지원을 독려하는 곳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학교는 공모사업에 지원하고 싶지만 도와 교육청의 입장이 달라 선뜻 의사를 밝히기는 꺼려하는 분위기다.

A고교의 한 관계자는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지역이다. 주말반을 이용해서 외부 학원 강사를 초빙해 수능대비나 최저기준을 맞출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 솔직히 상위권 학생들은 알아서 잘 하지만 문제는 3~5등급 학생들이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 지원금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B고교의 한 관계자도 “도교육청과 도의 입장이 너무 달라 애매한 상황이긴 하지만 어차피 도에서 돈을 준다면 성적향상을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쓰고 싶다. 도와 교육청의 기조가 달라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공모에 지원하기 위해 일단 준비는 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지원 대상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이번 공모사업은 선정기준이 불공정하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비평준화 지역인 제천과 충주지역 교사들인데 이들은 공모라고는 하지만 이미 대상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C고교의 한 관계자는 “선정기준을 보자면 우리학교는 아예 대상 자체가 안 된다. 우리학교는 수시입시에 집중하는데 이번 공모는 수능점수와 모의고사 점수로 평가를 한다. 고입성적이 안 좋은 학교는 참가조차 할 수 없다. 수능성적이나 진학성적으로 따지자면 이미 뽑혀 있는데 왜 공모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고등학교 입학 성적 대비 대학 진학률을 본다든지 평가기준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에 도움을 주려면 도교육청에 돈을 일괄적으로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학교 지원사업을 학교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충북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이 공모사업은 대통령의 교육정책과 전면 배치되는 일이다. 성적을 조사하고 서열화하는 것은 비교육적이고 비인권적인 행위다. 도와 협의과정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그런 의견을 밝혔지만 충북도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번 사업에 동의할 수 없다. 학교장들이 잘 판단해서 결정할 것으로 믿는다. 만일 이 사업이 진행되면 학교 내에 큰 혼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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