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꽃동네 이태은 야고보 수녀의 '현장 속 이야기'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으로 각 지역의 무료급식 시설이 잇달아 폐쇄되면서 ‘거리 노숙인’의 삶은 더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손 씻기도 어려운 '거리 노숙인'들에게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세정,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감염증 예방수칙은 공허한 사치에 불과할 뿐이다.

이들에게 바이러스 감염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배고픔’이라는 말도 나온다.

인천꽃동네 이태은 야고보 수녀가 최근 ‘코로나19’ 파장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평역 노숙인들을 위한 삶의 현장 속 이야기를 전해왔다./편집자주

인천 부평역 노숙인들을 위한 꽃동네 무료급식 모습. (사진 원내는 이태은 야고보 수녀)
인천 부평역 노숙인들을 위한 꽃동네 무료급식 모습. (사진 원내는 이태은 야고보 수녀)

[인천꽃동네 이태은 야고보 수녀의 글 전문] 

인천꽃동네는 부평역 인근에서 2005년부터 매일 무료급식을 제공하며 꽃동네영성을 실현해왔습니다.

그러나 전염성이 높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급식소들이 문을 닫고 가난한 이들은 “병들어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일주일도 못가 아사하는 분들이 생길 수 도 있겠다'는 생각에 잠 못 자며 고민하는 저를 주님께서 불쌍히 보셨는지 좋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사람과 사람간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몇 분 간격으로 시간이 적힌 번호표를 미리 만들어 드리고, 정해진 시간에 오셔서 준비해 둔 음식을 가져가시도록 하는 것 이었습니다.

또한 적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한 배식테이블 마다 손 소독제를 비치하였습니다. 또한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를 의무화 했습니다.

저는 무료급식을 준비하기 위해 매일 하루 종일 활동하고 기도하고 나면 새벽 2~3시에 잠자리를 들면서 ‘내가 내일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을까? 내가 살아있을까?’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이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눈을 뜨면 또 생각합니다.

‘오늘 내가 할 일, 하느님이 내게 맡기실 일이 아직 있구나. 이 가난한 이들을 돌보아야 하는구나’입니다.

하루에 쌀 30kg 정도 소요되는데 쌀은 왜 그리 쉽게 바닥을 보이는지?

마지막 남은 쌀 한 포를 바라보며 피가 마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쌀 한 포대를 바라보며 ‘주님, 반찬 재료는 살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쌀까지 살 수 있는 여력은 없습니다. 제가 (주님밥집) 하는데 쌀은 주셔야죠!!’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그러면 어디선가 쌀이 한 포, 두 포 들어옵니다. 곤경에 처한 아저씨 한 분이 무료급식 제공을 받으시며 건강을 회복하시고 제게 고백하셨습니다.

“수녀님, 이제는 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아저씨에게 희망이 생긴 것입니다. 어려울 때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있다는 희망, 소외된 곳에서 사람들과 다시 어울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코로나19’로 엉망이 되어버린 일상과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사순시기에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는 이 세상에서 주님을 따르는 이들에게 주어진 부활을 미리 맛보게 해주시네요.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음까지 우울해지는 요즘, 그 끝에 부활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믿어봅니다./ 꽃동네회 4월, 인천꽃동네에서 이태은 야고보 수녀
 

* 도움을 주실 분들은 아래와 같이 참여하시면 됩니다.
  [후원계좌 : (재)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 301341-05-001134, 우체국] 
  [문의전화 : 043) 87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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