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화), 충북참여연대 총선유권자 토론회 열려 

24일(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참여연대)는 총선유권자 토론회를 열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선심성 공약의 대상으로 소모되는 청년이 아니라 정치 당사자로 청년을 세워 그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 토론회가 준비됐다. 이 자리에서는 △청년층의 정치 무관심 △총선이 중요한 이유 △필요한 청년정책 등 다섯 가지 주제를 두고 이야기가 오갔다.

사회를 맡은 최진아 참여연대 시민자치국장은 ‘2030 청년 투표율’을 화두로 던졌다.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인지, 그렇다면 그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가 주제로 주어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 유권자들은 ‘정치 효능감’을 느끼기 어려운 현실을 꼽았다. 

김동우 씨는 “청년 세대들은 당장 내 삶이 바쁘고, 취업도 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정치로 즉각적인 변화를 초래하기가 어렵다”며 “정치를 통해 무언가 시도하기 힘든 무력감과 부담감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청년 세대가 주도적으로 직장이나 학교에서 이끌어 본 경험이 없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 김다솜 기자
ⓒ 김다솜 기자

청년 세대가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송한얼 씨는 “청년 세대가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청년들이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되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며 “청년에게 닿아있는 정책을 만들지 않으면 이대로 관심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보다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정치 얘기는 활발하게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죠. 이 사람이 나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걸 확신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란 말이 나오지 않나 생각합니다.” - 박건호 씨 

제도권 정치에 대한 청년 세대의 불신이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에 최 국장은 “청년 세대가 정치 효능감을 느낄 기회도 없고, 일종의 무력감을 느끼는 건 정치권과 이 사회가 조장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보탰다. 

우리에게 정치가 필요한 이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다가오는 총선의 모습이 많이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12월 27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양당제 폐해를 줄이고, 소수 정당의 목소리를 존중할 기회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비례 의석만 노린 위성정당이 속출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청년 유권자들은 그들의 소수자성을 대변할 정당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은 사표 심리가 유권자들을 흔들곤 했다. 박건호 씨는 “내가 소수정당을 찍게 되면 의미 없는 표가 된다는 압박을 거대 양당에서 받았던 경험이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다양한 정당이) 의석수를 가져갈 기회가 있는 만큼 소수 정당 지지를 표명할 수 있어 중요하다”고 전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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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를 정치권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홍지은 씨는 ‘기후위기’를 거듭 강조했다. 홍 씨는 “코로나19처럼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지는 전염병은 결국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에도 연결돼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가진 성장 중심 담론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대 양당 중심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없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정치에서 2030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어리게 취급하는 시선이 많아요. 정치하시는 분들이 20대 의견을 들어주실 때는 선거가 있을 때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 장은우 씨 

한국 정치에서 진짜(?) 청년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당마다 ‘청년 후보’로 분류하는 기준이 다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만 45세 이하를 청년 후보라 부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다른 당들은 자의적으로 만 45세를 청년으로 이야기하는데, 만 45세를 정치에서 소외된 청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정치에서 배제되는 세대는 2030이고, 그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세대가 35세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청년 세대를 대변하지 않는 늙은 정치

대한민국 정치는 늙었다. 실제 거대 양당에서 내놓은 이번 총선 지역구 후보 평균 연령은 55.5세에 그쳤다. 만 45세 이하를 청년 후보로 보는 것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도 나온다. 그렇다면 만 45세 이하는 청년을 대변할 수 있을까. 

홍지은 씨는 ‘아저씨 국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홍 씨는 “그들이 국민의 대표고, 대리인이라고 하는데 국회 구성원은 왜 이렇게 단편적일 수밖에 없느냐”며 “총선에서 청년을 호명하지만, 초대받은 손님에 불과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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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이하 청년 정치인을 만들어 낼 기반부터 다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장 생계 걱정이 먼저인 청년 세대가 ‘정치’를 하기엔 현실은 버겁다. 학벌로 줄을 세우고, 돈이 있어야만 정치를 할 수 있는 지금의 풍토가 바뀌어야 청년들이 나선다는 얘기다. 청년전세자금대출처럼 정치권에 진출하는 청년들에게 나라가 보증을 서는 대안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청년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정말 필요한 청년정책’과 ‘무엇을 위해 투표할 것인지’를 종이에 써보길 제안했다. 청년 유권자들은 ‘나는 _____에 투표합니다’라고 쓰인 종이 위에 청년들의 바람을 써 내려갔다. 

  • 나는 ‘지방’ 청년의 삶에 관심 많은 후보에 투표합니다! 
  • 나는 일반 시민이 권력을 갖는 데 투표합니다! 
  • 나는 법조인이 아닌 청년에게 투표합니다! 
  • 나는 다양성에 투표합니다!
  • 나는 안전하게 연결될 권리에 투표합니다!
  •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투표합니다!
  • 나는 나에 투표합니다!
  •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후보에 투표합니다!

“청년수당도 좋고, 여러 지원 정책도 좋은데 결국은 청년이 국회의사당에 들어가서 의결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대변하는 300인이라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지를 고민해야지. 자기들 이름을 알리고, 거기서 이권을 챙기는 건 없어져야 하지 않나….” - 민범기 씨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 유권자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건 ‘갈증’이었다. 그들을 대표할 정치인이 없다는 갈증이 정치 무관심의 원인이자, 선거에 대한 기대감으로 표출됐다. 이번 4·15 총선에서 한국 정치는 청년 세대에게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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