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초등 학운위원장 절반은 자녀없는 지역위원
정치지망생 발판, 학교관련 사업에 활용되기도
학운위 바꾸기 위해선 교장의 인식개선이 중요

충북의 학운위를 보다①

오는 4월, 정치권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면 교육계엔 학운위원(장) 선거가 있다. 코로나19로 선거일정이 3월에서 4월로 연기됐지만 학운위원(장)을 놓고 현재 많은 이들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보통 학운위원장이라고 하면 학부모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학운위원장 중 상당수는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도 아니다. 지역위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말하는데, 이들의 자녀는 이미 초·중·고를 졸업한 대학생이거나 성인, 결혼을 한 경우도 있다. 자신의 자녀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데도 10년, 심지어 15년 이상 초·중학교에서 학운위원장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누구인지, 왜 학운위원(장)이 되려고 하는지, 또 각 학교 학운위의 상위기관인 ‘학교운영위원회위원장협의회’는 어떤 기관인지, 학운위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두 번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 주>

2018년 충북 학교운영위 위원장 연수 모습.(사진제공 충북도교육청)
2018년 충북 학교운영위 위원장 연수 모습.(사진제공 충북도교육청)

학운위는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초·중등교육법 31조)하기 위해 1996년 각 학교에 설치됐다. 일선학교에서 꼭 필요한 법정 심의기구로 수학여행 일정, 학습준비물 제공, 친환경 식재료 급식, 방과후학교 운영시간, 비정규 교사채용, 학교식당 직원채용 등을 협의한다. 교과서 채택 문제도 심의할 수 있다.

각 학교마다 학운위원은 학생 수에 비례해 5명부터 15명까지, 대략 5:3:2비율로 학부모위원, 교원위원, 지역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학부모·교원위원은 각각 학부모와 교원회의를 통해 선출하고 지역위원은 학부모와 교원의 추천을 받은 이들 중에서 무기명으로 투표해 뽑는다.

현재 충북의 초·중·고 및 특수학교 운영위원은 2019년 기준 4341명으로 이중 학부모위원은 1902명, 교원위원은 1540명, 지역위원은 899명에 이른다.

 

학운위원장 중 절반은 자녀 없는 지역위원

학운위 도입, 25년.

그렇다면 과연 학운위는 본래 취지대로,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하고 있을까?

“10년 가까이 학운위원으로 활동을 했지만 안건을 제시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어요. 학부모도, 교사도, 지역위원도 모두 교장 의견에 동의하게 돼 있죠. 그리고 이맘때 쯤 되면 이 학교, 저 학교 다니면서 학운위원장 시켜달라고 하는 사람들 많아요. 순수한 마음으로, 지역교육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뭔가 다른 목적을 위해 그러는 사람들 정말 많아요.”

익명을 요구한 취재원의 말은 현재 충북 학운위의 실체와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취재도중 만난 여러 명의 전·현직 학운위원(장)들은 이러한 문제의 중심에 지역위원들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위원은 학부모, 교원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영향력은 상당하다는 것.

취재결과 청주지역 92개 초등학교 중 절반이 훌쩍 넘는 60개 학교의 운영위원장은 지역위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60명 중 40여명은 학부모가 아니었다. 자녀가 없거나 이미 성인으로 성장했다는 얘기다. 초등학교에 비해 숫자가 적긴 하지만 46개 (청주지역)중학교에서도 학부모가 아닌 (지역위원)운영위원장은 14명에 이르렀고 41개 (청주지역)고등학교에도 학부모가 아닌 (지역위원) 운영위원장은 9명이었다.

지역위원의 구성비율은 20%지만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가 아닌 지역위원 운영위원장 비율은 45%에 이른다. 한 관계자는 “지역의 교육공동체와 발전을 위해 지역위원들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문제는 순수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뭔가 목적이 있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운위는 유용했다”

사실 운영위원(장)이 정치지망생들의 발판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학운위 내부에서도 이러한 사실은 인정한다. 한 관계자는 “자기 영달과 목적을 위해 학운위 주변을 어른거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분들 때문에 지탄을 받는 것도 있고 문제가 된다. 그런 분들은 교육청이나 학교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 운영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은 정치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충북도의원과 각 시·군의원들 중 학운위원(장) 경력을 가진 이들은 상당했다.

충북도의회와 11개 시·군 의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의원들의 프로필을 조사해본 결과, 충북도의회 10대(2014.7.1∼2018.6.30) 도의원 31명 중 학운위원(장)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8명(25.9%)이었다. 4명 중 1명 꼴이다.<표1 참조>

11개 시·군 현역 의원 중 상당수도 운영위원(장) 출신이었다. 청주시는 현역의원 39명 중 11명(28.2%)이 운영위원(장) 경력을 갖고 있었고, 충주시는 19명 중 5명(26.3%)이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영동군과 진천군 의원들은 50%이상 운영위원(장) 경력을 갖고 있었다.<표2 참조>

 

교육봉사 빙자한 밥그릇 챙기기?

학운위원장들 중 학교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이들 또한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로 집계할 수는 없었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식자재·교구 납품업체, 이벤트 업체 등 학교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이들은 수십 명에 이른다.

물론 초·중등교육법 제59조에는 ‘국·공립학교에 두는 운영위원회 위원이 그 지위를 남용하여 해당 학교와의 거래 등을 통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을 취득하거나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한 경우에는 운영위원회의 의결로 그 자격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법에는 그렇게 되어 있죠. 그렇지만 연결 연결해서 다 하고 있어요. 옆에 학교에 납품할 수도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을 대행해서 할 수도 있죠.”

 

교장 입김 무시할 수 없는 학운위 구조

‘순수’하지 않은 목적을 가진 지역위원이 위원장으로 선출될 수 있는 것은 이유는 교장의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운영위원장 선출은 학운위원들이 무기명 투표로 최다득표자를 뽑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교원위원과 지역위원들이 뭉치면 학부모위원 수를 능가한다. 예를 들어 전교생 1000명이 넘는 학교에는 학부모위원이 7명, 교원위원이 6명, 지역위원이 2명이다. 이때 교원과 지역위원이 뜻을 같이하면 학부모위원 의견을 압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교원 입장에서는 교장 의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죠. 교장이 내정한 지역위원도 교장 뜻에 동조할 수밖에 없고요. 구조적으로 바뀔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들도 많어요. 하지만 운영위가 본래 취재대로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장의 의지와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학운위가 바뀌면 학교가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학운위 역할이 중요하고 학운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학생과 교육발전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취재도중 만난 이들의 대다수는 현재 학운위 모습과 관련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동시에 발전적인 학운위를 기대했다. ‘충북의 학운위를 보다②’에서는 최근 학운위 안에서 발생한 갈등과 대안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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