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는 청년 여성만을 위한 공간이 있다. 지난해 10월 25일 도내 청년 여성만을 위한 공간이 열렸다. 청주 북문로 3가에 있는 청춘잡담(Job談)이다. 기능은 이름 그대로다. 충북 지역 청년·여성들의 취·창업을 지원하고 문화적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제 개관 4개월 차에 접어든 지라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다. 청년 여성 당사자인 기자가 청춘잡담을 찾아가봤다.

최근 유행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입사원 채용이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사상 처음으로 공무원 시험이 연기되고 공공기관·기업 채용 일정도 미뤄졌다. 필수 자격 중 하나로 꼽히는 토익도 지난달 29일 예정된 시험이 취소됐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은 더 쌀쌀해졌다.

당분간 이런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도내 한 사립대학 취업 지원 담당자는 "코로나19가 계속 가지는 않을 것이다. 사태가 안정화되면 곧바로 실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위한 기간으로 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청춘잡담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8일까지 휴관에 들어갔다. 하지만 취업 지원 과정 접수는 계속해서 받고 있다. 현재 입사전략, 입사지원서 코칭, 모의면접 과정 참여자들을 모집 중이다.

"취업 어려운 청년 여성만을 위한 지원 필요해"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여성친화적 기업이 적다. 청년이 선호하는 직군 자체가 지역에 부족하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는 청년여성인구의 충북도 이탈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탈 현상을 막고자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민선 7기 공약에 2030 청년 여성들의 구직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담았다.

마침 지난해 행정안전부에서 지역주도형 일자리 사업을 공모했다. 충북도가 사업계획을 제출해 공모를 따내면서 청춘잡담을 국·도비로 시작할 수 있었다. 충북여성인력개발센터가 충북도 공모에 당선되면서 청춘잡담을 위탁받아 운영하게 됐다.

청춘잡담 한현주 팀장은 "비혼은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서 힘들고, 기혼은 기혼대로 경력 단절 문제가 생긴다"면서 "여러 상황에 놓인 청년 여성 모두를 아우르고 지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라고 청년잡담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 팀장은 "공간 특성상 수유실도 마련해놨는데, 그동안 상상해보지 못한 활동 공간이 생겨서 여성 입장에서도 정말 좋다"고 말했다.

청춘잡담 수유실

청춘잡담에는 현재 강의실과 상담실, 공동작업장인 코워킹 스페이스, 커뮤니티 공간이 갖춰져 있다. 전문교육과 멘토링, 취업 연계 등 청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과 문화 소모임 지원, 주제별 콘서트 개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14명의 청년을 14개의 기업과 연결해 주는 매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7개월 임시직이지만 정규직 전환 의사와 인건비 부담 능력이 있는 기업만 선정해 참여시켰다. 행정안전부에서 인건비의 90%를 지원해 주다 보니, 모두 37군데의 기업이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했다. 재무 상태나 복리후생, 근무환경 등을 고려해 14개 기업을 선정했다.

한현주 팀장은 "기업의 분야는 홍보대행사, 사회복지기관, 시민단체 등 다양해 청년들이 직접 가고 싶은 회사에 면접을 보고 입사를 했다"며 "연결해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업무에 필요한 직무 교육을 하고, 매칭 기업과 청년의 애로 사항을 파악하는 간담회도 열어 원활한 진행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공부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면은 청춘잡담의 강점 중 하나다. 대학에서 강의실이나 스터디룸을 빌려주기는 하지만, 경쟁률이 치열해 대다수가 카페 등 상업시설을 이용한다. 청춘잡담은 자유롭게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좌석 수 십 개를 대관이 필요 없이 언제든 이용 가능하다. 10명 이하 스터디나 소모임을 위한 공간, 강의실도 완비돼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 마음 누구보다 잘 알죠"

청춘잡담이 청주에 들어서면서 2명의 인력이 새로 채용됐다. 이정은·양아름 매니저다. 청년 여성들의 구직 지원이 목표였지만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도 하게 된 것이다. 현재 청춘잡담에는 2명의 청년 여성 직원과 팀장을 포함한 충북여성인력개발센터 직원 2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청년 여성 직원들은 프로그램 기획부터 홍보, 운영까지 전반적인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왼쪽부터
청춘잡담을 운영하는 4명의 직원들. 왼쪽부터 정채숙·이정은 매니저, 한현주 팀장, 양아름 매니저 ⓒ충북인뉴스

한현주 팀장은 "청년 직원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발굴해낼 때가 있어 배우는 게 많다"며 "우리는 상급자로서 중심을 잡으며 전체적인 총괄을 담당하고, 실질적인 운영은 최대한 젊은 직원들에게 맡기려고 한다"고 전했다. 청년층 피부에 와닿는 프로그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간 대관과 소모임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은 매니저는 불과 1,2년 전까지 청춘잡담을 찾아오는 취업준비생들과 똑같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 매니저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후 취업을 해야 하는데 정보가 없어서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취준생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하니, 이제는 내가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청춘잡담에서 개최한 재테크 특강에 많은 청년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청춘잡담에서 기획한 재테크 특강에 많은 청년 여성들이 참여했다.

또다른 청년 직원 양아름 매니저는 취·창업 멘토링 사업과 월별 특강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청년 여성 당사자로서 청춘잡담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단다. 양 매니저는 "나 자신도 취준생이었으니, 나와 같은 청년 여성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곳에서 일하게 된 동기를 전했다. 그는 "청년들이 공부를 할 때 카페나 스터디룸 같은 돈 드는 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 여기서 마음 편히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청년들의 이용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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