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음성군, '학교급식 행정' 뿌리째 흔들어 … "3년 고생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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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음성군, '학교급식 행정' 뿌리째 흔들어 … "3년 고생 물거품"
  • 고병택 기자
  • 승인 2020.02.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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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동농협, 로컬푸드매장 경영 자구책, 학교급식 공급에 참여
음성살림 “납품 비중 25%까지 끌어 올렸더니 숟가락 얹기” 분노
“시장논리만 내 세우면 급식지원센터 설립 목적은 어디서 찾나”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지역산 농산물을 재배, 납품 준비를 하고 있다.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지역산 농산물을 재배, 납품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음성타임즈)

충북 최초로 시도되며 호평을 받았던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립 목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역산 무공해, 친환경 농산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려던 일부 농가들의 지난 3년간의 노력이 시장논리에 휘말리며 수포로 돌아 갈 처지에 놓였다.

앞서 음성살립로컬푸드협동조합(이하 음성살림)은 지난 2016년 4월 설립되어 2017년 3월부터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에 지역산 무공해.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추진단 관계자에 따르면 설립 초기 음성농협과 금왕농협은 ‘납품물량이 소량이고 단가가 맞지 않는다’며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성이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당시 일부 농가들을 중심으로 자체 출자를 통해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이 결성되어, 이른바 주문생산 방식으로 납품을 시작했다.

그동안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겼었으나, 최근 운영방식과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부터 공급적격업체로 맹동농협이 뛰어 들면서 3년간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대해 음성군 관계자는 음성타임즈와의 통화에서 “맹농농협의 참여 이유는 최근 충북혁신도시 내에 개장한 ‘로컬푸드 매장’의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성을 보고 참여한 것 같다. 추후 학교급식은 물론 이전 공공기관으로 납품을 확대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음성군으로서는 공급적격업체에 제한을 둘 수 없다. 물품선정분과소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 사항”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맹동농협 관계자도 비슷한 답변을 내 놓았다.

이 관계자는 “맹동농협 로컬푸드 매출을 확대시키려는 방안의 하나로 참여하게 됐다”며 “(음성살림조합에) 피해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다. 품목이 모두 겹치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윈-윈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현재 맹동농협은 학교급식 납품을 시작으로 충북혁신도시 내 11개 이전 공공기관 직원급식 시장에도 뛰어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음성살림 관계자는 “설립 당시 농협측은 소량납품, 단가 등 사업성 문제로 참여를 거부했다”며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난 3년간 땀을 흘렸던 농가들의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음성군도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노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3년간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 지역 농산물 납품 비중을 25%까지 끌어 올렸다”면서 “이번 맹동농협의 참여는 도의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다. 돈이 되고, 법적 하자만 없으면 지금까지 고생했던 농가들의 뒤통수를 쳐도 괜찮은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역산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접촉을 시도했고, 고생도 많았다”면서 “최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직원급식에 지역농산물을 납품하기로 결정됐다. (맹동농협은) 음성살림이 시장을 만들어 놓으니 이제 눈독을 들이는 셈”이라며 꼬집었다.

음성살림조합원들이 재배하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음성살림조합원들이 재배하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사진제공=음성타임즈)

실종된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목적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는 그동안 관내 일부 유치원, 초.중학교 등 총 51개 교육기관에 음성살림을 통해 지역 농축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또 지역농축산물을 일정 비율 사용하는 학교에는 무상급식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장려금을 지원하는 혜택도 제공된다.

공급 계약방법은 농산물은 정책품목으로 분류되어 로컬푸드 생산단체와 직접 계약하고, 가공품 및 공산품은 경쟁품목으로 매월 품목별 단가계약을 실시하고 있다.

농산물을 정책품목으로 지정한 이유는 시장경쟁을 통해서는 지역농산물을 육성. 공급하기 어렵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 매뉴얼에도 ‘지역산 친환경 우수 농.축산물의 학교급식 공급을 위해서는 기존의 제한적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적시됐다.

그러나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 방침에 따르면 '평가점수 60점 이상인 업체는 공급적격업체로 모두 선정'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맹동농협은 물론 또 다른 공급업체가 참여해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이전의 무한 가격 경쟁시장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무공해, 친환경 우수 농산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생산농가의 안정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센터 설립 이전의 가격 경쟁시대로 되돌아 갈 우려가 제기된다.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립 목적이 근본부터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음성군은 그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공급처 다양화 원칙’만 강조하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음성살림조합원들이 납품 준비를 하고 있다.
음성살림조합원들이 납품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음성타임즈)

“생산 저하로 물량공급 저하, 가격 상승 악순환 되풀이될 것”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당시 음성군의회 의원으로 산파역을 맡았던 현 이상정 충북도의원은 “학교급식센터 설립 취지는 농민들과 지자체가 협력해, 건강한 지역산 먹거리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일종의 ‘주문생산’ 방식으로 공급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생산농가에 일정 부분 소득이 보장되어야 하는 구조”라며 “경쟁체제로 들어가면 ‘사서 갖다 주는’ 장사에 지나지 않는다. 센터 설립의 원래 취지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정 도의원은 “지난 3년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겠다는 농가들의 노력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다”면서 “오직 시장논리로 가격경쟁력을 내 세운다면 음성군급식지원센터의 존재 이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정책품목으로 분류된 지역산 농산물이 무한 가격경쟁체제로 들어가면 수입산 등 저렴한 가격의 농산물이 학교급식에 제공될 우려도 있다”며 “맹동농협과 음성살림간의 협의를 통해 품목조정 등의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음성살림 관계자도 “올해 업체 선정에 맹동농협이 뛰어 들면서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면서 “음성군은 지역 생산자 단체간 물품 조정에 대한 고민이나 대안 없이 가격경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 여건 상 비슷한 시기에 중복되는 품목이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생산자 선정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계약재배의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쟁업체간 납품시기와 가격이 다르게 제시되어 한 업체가 납품하게 되면 다른 업체의 지역 농산물은 있어도 납품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결국 장기적으로는 생산 저하로 물량이 적어지고 가격이 높아지는 기존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업성이 있다는 이유로, 수년간 일부 농가들의 일궈 낸 결과물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맹동농협과 ‘공급처 다양화’라는 명목으로 음성군급식지원센터의 설립 목적을 스스로 흔들고 있는 음성군정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학교급식이 가격경쟁체제로 돌입하면서 음성살림 조합농가들과 맹동농협 로컬푸드 농가들간 치열한 가격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자가 모두 공존할 수 있는 해법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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