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용 시장 급성장, ‘버릴 것 없는’ 동애등에 주목
식용곤충시장이 미래산업의 블루오션이라고?…“글쎄”
식용은 사육, 가공, 판매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가능

[충북 곤충시장 진단]

갈색거저리
갈색거저리

‘미래 산업의 블루오션’, ‘최고의 영양가치’, ‘환경을 생각한 친환경 먹거리’, ‘1조원 대 시장형성’.

이쯤 되면 무엇을 말하려는지 눈치 챘을 것이다. 바로 곤충산업이다.

10여 년 전부터 정부에서는 곤충산업이 지속가능한 농업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었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는 곤충산업의 성장가능성을 얘기하며 시설비지원, 곤충사육방법 교육 등 농가지원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충북도 및 청주시도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곤충사육과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면서 농가들이 곤충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도왔다. 연구회도 만들고 지난해 문을 연 곤충종자보급센터를 통해 우량곤충 종자를 보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에 따라 곤충의 세계로 뛰어든 충북의 농가가 크게 늘었다. 취급할 수 있는 종류도 천적곤충부터 화분매개, 환경정화, 식용, 약용곤충까지 수십 종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을 새로운 식품원료로 인정, 국내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곤충은 8종으로 늘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식용곤충 농가에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주변에서 곤충을 먹는 사람도 보기 힘들다. 곤충산업은 정말 우리 농가에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까? 충북 곤충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대한곤충산업에서는 갈색거저리에게 양파를 먹이고 있다.
대한곤충산업에서는 갈색거저리에게 양파를 먹이고 있다.

 

충북농가, 곤충산업에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이 참여

충북 곤충시장의 전체적인 외형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맞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충북의 곤충사육 농장은 2018년 기준 206곳으로 2013년 말(57곳)보다 3.6배 늘었다. 경기 501곳, 경북 398곳, 경남 238곳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매출도 2014년 2억 6000만원에서 2018년에는 25억원으로 증가했다. 새롭게 참여하는 농가가 많다하다 보니 분양시장 또한 확대됐다. 보은에서 4년째 식용굼벵이를 판매하고 있는 A씨는 “실제 굼벵이를 먹기 위해 찾는 소비자보다 곤충산업을 하기 위해 분양해가는 양이 더 많다”고 말했다.

곤충시장은 △학습용 △애완용 △화분매개용 △천적용 △식용 △사료용 △약용 △지역행사 △유용물질 등 크게 9개로 나뉜다. 이 중에서 최근 주목하는 시장이 바로 식용곤충과 사료용 곤충시장이다. 식용은 말 그대로 사람이 먹는 것이고 사료용은 개나 고양이를 비롯한 애완동물이나 닭, 오리 등 동물사료에 섞는 것이다.

동애등에 산란장(사진 : 엔토모 제공)
동애등에 산란장(사진 : 엔토모 제공)

 

‘훨훨’ 나는 사료용 곤충시장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충북 곤충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바로 사료용이다.

사료용 곤충 업체들은 정부 및 지자체 정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말 오창에 전국최초로 곤충종자보급센터가 설립된 데 이어 오는 2022년에는 괴산에 곤충산업 거점단지가 조성된다. 또 해양수산부가 청주시 내수면에 현대화된 친환경 대규모 양식어업단지 조성 지원을 발표, 양식사료로 곤충이 이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옥천군은 곤충유통사업단을 만들어 지역 곤충농가 마케팅과 품질관리를 도울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한 사료용곤충 시장에서는 농업회사법인(주)엔토모, 벅스펫, 농협회사법인 푸디웜(주) 등 3개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량화, 현대화 시설을 갖추고 단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3개 업체 이외에도 충북에는 7~8개 사료곤충 업체가 있다.

동애등에를 사육, 판매하고 있는 엔토모는 최근 사료곤충 거점단지로 선정돼 청주시 오동동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마련하기도 했다. 엔토모 박기환 대표는 “지난해부터 사료용 곤충시장이 성장했다. 엔토모도 지난해에 매출이 많이 올랐다. 음식물쓰레기를 먹는 동애등에는 생산비용이 적게 들고 생산주기가 빨라 전망이 아주 좋다”며 “장담컨대 조만간 곤충시장의 50%는 사료용 곤충시장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업체들은 시장이 확대된 이유로 사료용 시장 자체가 크고 대량생산, 수출확대, 곤충이 애완동물 단백질 원으로 유용하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식용곤충 업체들도 최근에는 사료용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있는 추세다.

보은의 청년농부로 알려진 벅스펫의 김우성 대표는 굼벵이를 이용한 음료를 생산하다 최근 사료용 곤충시장으로 뛰어들었다. 김우성 대표는 “처음에는 굼벵이와 대추를 넣은 숙취음료를 생산했는데 시장상황이 너무 이른거 같아 반려동물시장으로 갔다”며 “식용은 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격적인 영업은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회사법인 대한곤충산업(주) 홈페이지 캡쳐
농업회사법인 대한곤충산업(주) 홈페이지 캡쳐

 

식용곤충 시장, 장밋빛 전망은 아직 일러

식용곤충시장은 사료용에 비해 극히 저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시장규모는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농가는 여전히 영세한 상황이다.

A씨는 “글쎄요… 곤충산업이 블루오션이래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중간에 하차하는 사람들 엄청 많이 봤어요. 처음에는 다 잘될 것 같아 너도나도 뛰어들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식용곤충을 하는 대다수 업체 대표들은 충북도에 곤충농가로 등록된 농가 수가 206호라고 하지만 이는 굉장한 허수라고 말한다. 20곳도 안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농업회사법인 대한곤충산업(주) 신동억 대표는 “206호 농가를 다 다녀보면 아마 90%는 문 닫았을 걸요? 아니면 방치하고 있거나……”라고 말했다.

식용곤충 업자들이 밝히는 가장 큰 문제는 판로가 없다는 점이다. 곤충을 이용해 식품을 생산한다 해도 정작 팔 곳이 없다는 얘기다. 대형마트 입점은 마진율이 높고 재고부담도 있기 때문에 참여조차 할 수 없다는 것.

또 인증제와 가공시설이 없어서 생산과 판매 모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즉 식용곤충 인증제가 없어 식약처에서 식품원료로 곤충 8종을 인정했어도 위생적인 환경에서 키웠는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신동억 대표는 “곤충도 식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되긴 했지만 여전히 수익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갈색거저리를 이용해 돈가스와 핫바, 탕수육을 생산했지만 판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농가마다 1000만~2000만원으로 쪼개서 지원하기 때문에 흐지부지된다. 곤충산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별 생산가공시설을 설립한다든지 실제로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생산시설을 거창하게 지어도 실제 소비자들이 식용곤충을 찾지 않으면 생산시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향후에 식용곤충 시장이 확대되면 생산시설 설립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식용곤충시장도 다른 여느 6차 산업 작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김우성 대표는 “곤충도 다른 6차 산업과 작물과 비슷하다. 시장이 커진다는 전망만 믿고 덤볐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사육부터 생산, 가공, 영업까지 모두 한다는 각오가 없이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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