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청주교사교육포럼’에서 메트스쿨 Sonn Sam 박사 강연
교사역할, 인턴쉽과정 강조…충북공립대안학교 방향과 맞닿아

<메트스쿨 Sonn Sam 박사의 강연을 듣고……>

미국 공립대안학교 메트스쿨의 Sonn Sam박사가 지난 16일 열린 ‘청주교사교육포럼(CITEF) 2019’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미국 공립대안학교 메트스쿨의 Sonn Sam박사가 지난 16일 열린 ‘청주교사교육포럼(CITEF) 2019’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저는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똑똑한 유전자를 물려받지 못했고 그냥 더 이상 학습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포기했었습니다.”

‘떠오르는 미국 공립대안학교’로 불리는, 메트스쿨(Mat School)의 교장이자 교육계에서는 꽤나 유명한 Sonn Sam박사가 강연을 시작하며 처음 뱉은 말이다. 뭔가 대단하고 어려운 교육철학을 이야기할 거라고 걱정 반 기대 반 했었는데 뜻밖의 ‘고백’으로 약간의 허무함, 그러면서도 왠지 편안함이 느껴졌다.

메트스쿨의 교장 Sonn Sam박사가 청주에 왔다. 15일부터 16일까지 청주교대 온샘홀에서 열린 ‘청주교사교육포럼(CITEF) 2019’의 주제 강연자로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16일 ‘Tending the Fire(불씨를 보살피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는 강연 내내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또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신이 중·고교시절 ‘심각한’ 열등생이었다는 것부터 가족, ‘전통적인 학교’를 벗어나 지역에서, 마을에서 경험한 것들, 그리고 이제는 교육전문가로 전 세계를 누비며 자신의 철학과 경험을 나눈다는 이야기까지.

잠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어린 시절 열등생이었습니다. 늘 자신 없었고 힘이 없었습니다. 전교생 235명중에서 176등이었습니다. 그러나 형은 반대였죠. 형은 올A를 받았고 성적표를 받는 날 들떴고 신나했고 부모님의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저는 아니었죠. 늘 형 뒤에 있었고 부모님은 안쓰러워했습니다. 그럴수록 제 자신은 초라해져만 갔습니다. 제 마음 속의 태양은 흐려졌고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교생 235명중에서 176등. 최악은 아니지만 희망(?)을 갖기에는 분명 너무 부족한 숫자다. 그는 늘 주눅 들고 인정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언제나 올A를 받는 형과는 달리 자신은 뭔가 부족한 아이라는 취급을 당했고, 심지어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없으며, 가족의 수치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랬던 그가 16일 충북 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교육정책에 대해 강의를 했다. 듣는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중고교시절 (성적)하위권에서만 맴돌던 그가, (성적)상위 1, 2% 안에 들었던 충북의 교사들에게 박수를 받다니. 

그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들어보자.

“저의 긍정적인 모습을 조금이라도 찾기 위해 학교 밖을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브레이크 댄스를 배우고 마을 무용단 일원으로 공연에 참가하며 흡연방지를 위한 공연단에도 합류했습니다. 미식축구팀에 선수로 참가하는가 하면 방송사회자로 활동하며 방송제작 과정도 배웠습니다. 미용사로 머리 자르는 기술도 배우고 기업가가 갖추어야할 자질도 배웠습니다. 2년의 시간이 흘렀죠. 문득 제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늘 자신 없고 위축됐던 제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미래사회에서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말하기와 글쓰기, 협동하는 능력, 적응력, 비판적인 사고능력까지 이 모든 것을 저는 마을에서, 지역에서 배웠습니다.”

Sonn Sam박사는 진솔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낙제생, 열등생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2년 동안 학교 밖 생활을 하며 21세기 미래인재가 갖춰야 할 것들을 배웠다고 주장했다.

Sonn Sam박사는 “학교밖에는 너무나 훌륭한 멘토들이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고 있다. 교사들은 그들을 존중하고 교육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Sonn Sam박사.
Sonn Sam박사.

그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메트스쿨 소개로 이어졌다.

메트스쿨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인턴쉽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안학교다. 1996년 ‘빅 피처 러닝’이라는 비영리 교육연구단체에 의해 설립된 메트스쿨에는 현재 800여명의 학생들이 있다. 2001년 빌게이츠 재단은 메트스쿨이 미국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이며 이런 학교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Sonn Sam박사는 메트스쿨이 이러한 평가를 받게 된 것은 교사의 역할 변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인턴쉽 과정, 그리고 개혁적인 사회지도자 덕분이라고 밝혔다.

Sonn Sam박사 설명에 따르면 메트스쿨에는 우선 지시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는 교사가 없다. 교사는 조력자, 안내자, 연결자로 불리며 학생과 함께 학습을 계획하고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무엇을 배울지, 어떻게 배울지는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다. 교사는 학생과 충분한 대화를 하며 이를 안내한다.

Sonn Sam박사는 강의 내내 교사역할에 대해 이야기 했다.

“교육은 불을 살피는 것입니다. 불은 학생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 재능, 열정 및 잠재력을 말합니다. 교육자의 역할은 그 불을 가꾸고 살피는 것입니다.”

176등 자신의 가슴에도 불씨가 있었지만 성적만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아무도 그 불씨를 봐주지 않았다고 했다.

인턴쉽 과정 또한 강조한다. 메튜스쿨은 ‘가장 깊은 학습과 가장 강한 동기부여는 진정한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신념하에 지역사회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학교를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우리와는 괴리가 있는 이야기다.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인턴쉽 교육과정만 봐도 그렇다. 학생들은 심부름꾼, 무급노동자 취급을 당했고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위험한 일을 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까…… 좋은 건 알겠는데……. 정말 우리도 할 수 있을까?”

당연히 따라오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Sonn Sam박사는 자신 있게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 65개 학교에서 20년 이상 검증을 거쳤고 확인도 했습니다. 변화할 수 있고 바꿀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의지입니다.”

그래서일까? 최근 충북도교육청에서는 인턴쉽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 교육과정에 인턴쉽 과정을 어떻게 접목할까 고민하고 있다. 행복교육지구사업이나 마을공동체 활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래교육과 관련된 모든 강의가 그렇듯 이번 Sonn Sam박사의 강연도 무겁지만 희망이 느껴졌다. 모두 같은 마음인 걸까? 듣는 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큰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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