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렬 전 행정관 "당이 '면죄부' 주고 후보 등록 자격 '적격' 줬다"
민주당 "'적격' 준 적 없어, 공천심사 때 다시 검증해야"
민주당, 유 전 행정관 주장 그대로 보도한 언론들에 정정 요청

지난 6일, 일부 언론사에서 유행렬(57) 전 청와대 선임 행정관이 다가오는 총선 출마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를 '통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유 전 행정관이 청주시장 후보 경선을 포기하게 만든 '미투' 의혹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당이 받아들였다는 것.

유 전 행정관은 언론을 통해 "민주당 최고위와 검증위의 결론에 따라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며 "'미투' 의혹이 이번 검증결과에 따라 말끔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언론은 유 전 행정관이 가세하면서 청주 서원구의 공천 경쟁이 치열해질 거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러나 <충북인뉴스> 취재 결과, 유 전 행정관이 검증위원회에서 '적격' 판정을 받아 후보등록 자격을 얻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 유 전 행정관은 '적격'이 아닌 '정밀심사 요청' 판정을 받았다는 게 민주당 중앙당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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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렬 당시 청주시장 예비후보가 시청 브리핑룸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천영준 기자

민주당 중앙당 "유 후보자 '정밀심사' 대상자, 면죄부 준 적 없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민주당은 1,2차 검증을 받지 못한 예비후보 등록 희망자 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유 전 행정관도 조사 대상이었다. 이 심층 조사는 공직자후보검증위원회에 설치된 젠더폭력검증 소위원회, 현장조사 소위원회를 통해 예비후보 등록 희망자가 부정부패·폭력 등에서 자유로운 지 검증하기 위해 마련됐다. 검증 결과는 적격, 부적격, 정밀심사 요청 세 종류로 분류된다.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검증 소위원회가 충북을 방문한 건 지난 2일. 위원회 측은 성폭력 피해 주장 당사자와 여성단체 활동가 그리고 사건 관련자들을 차례로 면담했다. 그 결과 유 전 행정관은 '정밀심사 요청' 대상자로 분류됐다. 정밀심사 요청은 적격, 부적격도 아니다. 후보자가 추후 당에 공천을 신청하면, 공천위원회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유보적 판정'을 뜻한다.

'적격'과 '정밀심사 요청'은 명확히 다르다. 민주당 중앙당 관계자는 "언론보도와 달리 유 전 행정관은 '적격'이 아닌 '정밀심사 요청' 대상자다. 본인이 '적격'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잘못된 사실"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투 의혹을 벗겨줬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당이 유 전 행정관 예비후보 등록을 허용했다는 보도에도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예비후보 등록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받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막을 수는 없는 부분"이라면서 "당에서는 공천권만 줄 수 있다. 유 전 행정관의 경우 '정밀심사 요청'을 받았기 때문에 추후 공천 신청을 하면 다시 검증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정밀심사 요청'을 받은 예비 후보자들은 공천 심사 검증 과정도 당연히 여타 후보자들과는 다르다"라고 귀띔했다.

민주당 중앙당, 유 전 행정관에게 "오보 정정하라" 요구

민주당 중앙당에서는 지난 6일 나간 유행렬 전 행정관에 대한 오보를 바로잡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8일 <충북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 후보자가 '적격' 판정 받았다고 기사가 잘못 나가서 우선 처음 보도한 언론사 두 곳에 정정 요청을 했는데, 기사를 삭제한 한 곳을 제외하고는 아직 소식이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후보자에게도 '잘못된 보도에 대해 방치하지 말라'고 의견 전달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충북여성연대도 7일 입장문을 내고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유행렬의 미투 굴레를 벗겨주고 싶은 지역 언론은 각성하고 정정보도 하라"고 요구했다. <충북인뉴스는> 언론에 허위 사실을 말한 사정을 묻기 위해 유 전 행정관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A씨 등은 민주당 충북도당 홈페이지에 '유 전 행정관이 1986년에 A씨를 성폭행 하려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는 "유행렬이 1986년 4월 초 우암산 산성에서 2학년 후배인 나를 강압적으로 성폭행하려 했다"며 "공개 사과하고 후보 사퇴를 하지 않는다면 이후 어떤 문제가 일어나도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당시 유 전 행정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다가, 여성 단체의 사퇴 요구 압박이 거세지자 "결백을 밝히고 음해 세력을 단죄하겠다"며 예비후보에서 사퇴했다. 이어 유 전 행정관은 지난해 12월에, 피해 사실을 고발한 여성과 가족 및 시민단체 관계자를 포함한 6명을 강요 미수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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