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발굴한 고대청주 마한시대 유물, 정작 학생들은 볼 수 없어
“전시 연장해달라”…요청있었지만 담당자들 책임미루다 “전시 끝”

<청주백제유물전시관, 이대로 괜찮은가?①>

 

청주백제유물전시관 전경
청주백제유물전시관 전경

2001년에 문을 연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이하 전시관)이 1월 1일부터 청주시 직영관리로 전환됐다. 2001년~2007년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2008년~2019년은 청주문화원이 민간위탁관리하다 올해 처음 청주시 직영관리로 전환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전시관을 두고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됐었다. 건물만 덩그러니 있고 박물관으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부터 컨텐츠 부족, 18년 동안 변한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청주시의 인색한 지원, 특히 최근 불거진 전시관 직원들의 내홍까지.

청주시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연계해 앞으로는 ‘박물관다운 박물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주시 직영 이후에도 전시관의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당장 청주테크노폴리스(TP) 유적에서 나온 고대청주 마한시대 유물 기획전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음에도 기획전은 돌연 종료됐고, 15년 동안 전시관에서 근무하던 학예사는 해고됐다. 특히 새로 개편된 전시관 조직은 박물관다운 박물관으로 거듭나기에 많이 부족해 보인다. 최근 불거진 ‘전시관 문제’를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편집자 주>

 

청주백제유물전시관에서는 12월 6일부터 12월 29일까지 ‘쇠를 다루는 마한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시를 열었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에서는 12월 6일부터 12월 29일까지 ‘쇠를 다루는 마한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시를 열었다.

 

청주시의 떠넘기기 행정, 경직된 행정처리, 문화재 인식의 한계로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고대청주 마한시대 유물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백제유물전시관(전시관)에서는 12월 6일부터 12월 29일까지 ‘쇠를 다루는 마한사람들’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이 열렸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청주시 청주테크노폴리스(TP) 일반산업단지 확장부지 내 유적 2차 발굴조사에서 나온 유물 170여점을 볼 수 있었다. 철광석을 제련하여 철을 뽑아내던 ‘제철로’부터 당시 상류계층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마형대구’, ‘굽다리손잡이잔’, ‘토제마연마형대구’ 등 학계에서는 이 유물들의 가치가 청주 고대사를 다시 써야할 만큼 크다고 평가했었다. 하지만 이런 큰 의미가 있는 기획전이 전시연장 요청이 있었음에도 결국 지난 2일 종료됐다.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청주테크노폴리스(TP) 일반산업단지 확장부지 내 유적 2차 발굴조사 당시 나온 말모양 허리띠 장식.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청주테크노폴리스(TP) 일반산업단지 확장부지 내 유적 2차 발굴조사 당시 나온 말모양 허리띠 장식.

 

다시 볼 수 없는 고대청주마한시대 유물, 20일 만에 전시 “끝”

사실 당초 이번 기획전의 전시기간은 12월 6일부터 12월 29일까지, 20일 동안이었다. 전시를 기획했던 전시관의 한영희 학예사는 “백제유물전시관 관리기관이 청주문화원에서 청주시로 바뀌면서 고용이 불확실해졌다. 언제 짤릴지 모를 처지가 됐다. 또 전시관 위탁기관이었던 문화원에서 29일까지 하라고 했었다. 유물의 가치가 너무 귀하고 시민들이 꼭 봐야할 것 같아 근무할 수 있는 동안만이라도 전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서둘러 전시를 준비했다”며 “당연히 전시기간 연장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2월 26일 청주시 문화예술과에서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청주문화원에 보낸 공문. 전시 연장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12월 26일 청주시 문화예술과에서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청주문화원에 보낸 공문. 전시 연장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유물의 가치와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한영희 학예사는 전시기간 연장을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청주문화원에 요청했었다. 심지어 청주시 문화예술과에서도 지난해 12월 26일 전시연장을 원한다는 공문을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청주문화원에 발송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시는 끝나고 말았다. 앞으로 유물들은 보존처리를 거쳐 청주국립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가게 된다. 더 이상 관람이 불가능해졌다.

유물을 문화재청에 반납하기 관계자들이 관련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유물을 문화재청에 반납하기 관계자들이 관련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시민들이 봐야할 귀중한 유물전시 연장해야”

한영희 학예사는 지난 12월 17일부터 전시기간이 너무 짧다며 전시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해달라고 청주문화원과 고인쇄박물관에 지속적으로 건의했었다. 유물대여 3개월 연장 보험료 20여 만원 납부도 끝냈다. 한 학예사는 “연장과 관련해 12월 30일까지 별다른 반대의견이 없었고 청주시 문화예술과에서도 연장을 원한다는 공문을 발송한 터라 유물연장 보험료를 납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는 1월 2일 돌연 종료됐다. 12월 31일 청주시 문화예술과, 청주문화원, 청주고인쇄박물관 담당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장불가 결정이 내려졌고 1월 2일에는 전시관 문이 폐쇄됐으며 유물이 반출됐다.

 

청주문화원, “위탁기간 끝났으니 우리 일 아냐”

청주문화원과 고인쇄박물관 측은 전시연장 업무가 자신의 소관이 아니며 자신들이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서로 책임을 미뤘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 상위기관인 청주시 문화예술과 담당자들 또한 전시연장을 원한다는 공문만 양 기관에 발송한 채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전시연장과 관련, 청주문화원의 입장은 한마디로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청주문화원은 지난 12월 31일 “전시연장 권고기일이 위탁기간 종료를 앞둔 시점이며 연장 일정이 2020년 이후이므로 청주시가 결정하는 것이 맞다”는 내용의 공문을 청주시 문화예술과에 제출했다.

청주문화원의 강전섭 원장은 “우리가 임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시관 관리를 맡은 고인쇄박물관에서는 전시연장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는 어차피 끝나는 마당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모든 것은 청주시에서 결정할 일이지 우리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인쇄박물관, “인수인계 조건 안 맞아 할 수 없어”

고인쇄박물관 입장은 청주문화원의 인수인계가 완전하지 않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인쇄박물관 이준구 운영사업과장은 “전시를 연장하려면 당시 관리기관이었던 청주문화원에서 요건을 완벽하게 준비한 후 인수인계를 해줬어야지 조건도 갖추지 않고 전시를 연장하겠다고 하면 유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느냐? 그리고 12월 말까지 하기로 했으면 그때까지 하는 것이 맞지, 연장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그렇게 중요한 전시였으면 여유있게 전시일정을 잡았어야지 이제와서 연장을 한다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인쇄박물관이 전시연장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유물보안의 불확실성'이다. 24시간 경비원이 없는 상황에서 전시를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취재결과 무인경비 전시는 유물을 대여해준 기관에 무인경비가 가능한지 문의한 후 가능하다는 답변(허락)만 받으면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고인쇄박물관 측이나 청주시는 유물을 대여해준 문화재청에 문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인쇄박물관 라경준 학예연구실장은 “문화원 쪽에서 연장의사를 밝혔으면 (문화재청에) 문의 했을텐데 (그런 것이 없어서)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청주시, “연장요청 공문 보냈으니 할 만큼 했다”

청주시 문화예술과는 청주문화원과 고인쇄박물관 측에 전시연장을 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상위기관으로써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말로만 연장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시는 24시간 보안을 담당할 경비원을 채용할 생각도, 무인보안이 가능한 건지 문화재청에 문의조차 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24시간 보안담당자 채용은 인사팀에서 할 일이지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했다.

결과적으로 고대청주 마한시대 유물 전시연장을 위해서 노력한 사람은 전시를 기획했던 한영희 학예사 외에 아무도 없었다.

전시기간 연장은 학예사 존재여부와 보험료납부, 유물을 지킬 수 있는 보안능력만 있으면 가능한 일로 실제 다른 박물관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또 전시 연장절차는 연장보험료를 납부하고 유물대여기관에 전화만 하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다. 한영희 학예사는 “연장 보험료를 이미 납부했기 때문에 사실 전시연장은 오늘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전시를 열고자 하는 의지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구 과장은 “이런 쪽으로는 잘 몰라서 답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 종료와 관련,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청주에는 국립청주박물관이 있지만 충청도나 청주의 핵심적인 유물을 보기는 어렵다. 청주시는 이번 전시를 더 보강하고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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