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주공항 10분 단축위해 오송주민 위험 참아야 하나?
오송정주여건개선위, ‘살인도로’ 개선위한 근본대책 마련요구
행복청, “정당한 공청회와 주민설명회 거쳐 결정한 설계안”
충북도, "지금 당장 아니더라도 앞으로 개선책 요구할 것"

신촌 2교차로에서 한 화물차가 직각 좌회전을 하고 있다.
신촌 2교차로에서 한 화물차가 '직각' 좌회전을 하고 있다.

세종시~청주국제공항 구간의 신촌2교차로를 두고 ‘오송정주여건개선위원회(위원회)’ 등 오송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오송 주민들은 신촌2교차로를 ‘도깨비교차로’, ‘기형도로’라고 부르며 지역주민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26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에서 청주공항까지 10분 단축을 위해 오송~옥산 간 왕복 4차로를 2차로로 좁히고 교량을 건너 90도 교차하는 기형적인 도로를 만들었다”며 “신촌2교차로의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2013년부터 총사업비 1427억 원을 투입해 세종오송로 오송1교차로에서 미호천을 따라 오송생명과학단지 진입도로(지방도 508호선)를 잇는 길이 4.7㎞의 4차로 도로인 ‘오송~청주공항 연결도로’를 신설했다. 지난달 21일 연결도로가 개통되면서 세종~청주공항 간 거리는 3km, 시간은 10분가량 단축됐다.

공사는 행복청에서 했지만 향후 도로 관리는 충북도 도로과와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도깨비도로’ 어떤지 직접 가봤더니…

‘도깨비도로’로 불리는 신촌 2교차로.

그렇다면 얼마나 ‘도깨비’ 같은지 직접 찾아가봤다.

27일 오전 11시. 한가한 낮 시간대이지만 신촌 2교차로를 앞두고 차량이 줄을 잇는다.

오송에서 옥산·오창·청주시내로 가는 4차선 도로가 신촌교차로를 앞두고 갑자기 2차선으로 좁아진다. 화장품산업단지 등 오송 일대는 현재 공사 중인 지역이 많아서인지 유난히 화물차가 눈에 많이 띈다.

2차선으로 좁아진 길을 따라 교차로 가까이 가자 생각지 못한 광경이 펼쳐진다. 고가형태인 신촌 2교차로에서 옥산·오창 방면으로 가려면 1개 차로에서 직각으로 좌회전한 뒤 연결도로에 합류해야 한다.

 

신촌2교차로 전경(카페 아이러브오송 캡쳐)
신촌2교차로 전경(카페 아이러브오송 캡쳐)

90도 각도의 좌회전 구간이다 보니 당연히 속도를 10~20키로 정도로 줄여야 하고 오른쪽에서 직진하는 차량 또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완만한 곡선의 교차로를 생각했다면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 오른쪽에서 진입하는 차량 속도는 못해도 60키로는 족히 돼 보인다. 신호등은 없고, 반사경은 있지만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보조석에 동행자가 있다면 오른쪽 차선이 전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앞차를 따라 운전자가 알아서 90도 직각 좌회전 앞까지 천천히 가야 한다. 오른쪽 왼쪽을 모두 확인한 후 천천히 좌회전한다.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그만큼 차량은 줄줄이 꼬리를 문다.

'오송정주여건개선위원회'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90도 직각의 신촌2교차로의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송정주여건개선위원회'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90도 직각의 신촌2교차로의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송주민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도로”

신촌 2교차로를 두고 오송 주민들은 할 말이 많다.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이 도로를 이용한다는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위험하다. 표지판이 없어서 잘못 들어가 돌아온 적도 있다. 교차로가 갑자기 직선으로 꺽이고 화물차도 많다보니 너무 위험하다. 특히 공항쪽으로 좌회전 할 때 옆자리에 누가 타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오른쪽에서 진입하는 차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고 위험이 정말 크다. 왜 길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카페 ‘아이러브오송’에는 신촌2교차로에 대한 비판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도청 시청 둘 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네 땅 내주고 길 내주면서 자기네 세금내주는 주민들 편리는 고사하고 안전을 내팽개치는 게 말이 되나??? 그냥 오송은 세종으로 보내는 게 답이네요.”

“아니 왜? 신호등 하나 없이 청주공항까지 쉽게 이동 가능한 3순환로가 불과 1~2km만 이동하면 있는데 어째서 세종부터 이어지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굳이 일반 도로에 이런 문제가 될 걸 알면서 연결한 걸까? 2015년에 시작한 사업이라 그때는 3순환로가 근처까지 시공될 걸 몰랐을까?”

오송정주여건개선위원회 박현순 위원장이 신촌2교차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송정주여건개선위원회 박현순 위원장이 신촌2교차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송 주민들에 따르면 개통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지만 이미 여러 차례 추돌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송정주여건개선위원회 박현순 위원장은 “상정리 오송화장품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조치원읍 번암사거리에서 오송읍 상봉리 1번국도까지 약 6.48㎞가 2021년 완공되면 교통량은 폭발할 것이다. 기형적인 이 도로를 그대로 둔다면 사고위험으로 청주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상습정체구간이 될 것이다. 오송주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도로다”라고 말했다.

신촌2교차로에서 '직각' 좌회전을 하기 위해 차량들이 기다리고 있다.
신촌2교차로에서 '직각' 좌회전을 하기 위해 차량들이 기다리고 있다.

 

신촌2교차로, 왜 이렇게 됐나?

그렇다면 신촌2교차로는 왜 이런 모양을 갖추게 된 걸까?

행복청은 2013년 설계 과정에서 공청회 1회와 주민설명회 1회를 통해 현재 노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관계기관 종사자들과 오송, 옥산, 강내면 주민들 30~40여명이 참여했었다. 한 관계자는 “직각이 아닌 완만한 입체교차로 건설을 당시 건의했었지만 예전 청원군에서 편입토지가 많이 발생이 되니까 제방 쪽으로 노선을 변경해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설계가 그렇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90도 직각 좌회전’과 관련해서 행복청은 당시 상위계획, 도시계획, 교통계획 등을 참고해서 진행,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적의 경제성을 고려해서 확정했다는 것.

관리부서인 도는 ‘90도 직각 좌회전’의 문제점을 이미 2014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전임자들이 입체교차로를 건설해줄 것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것은 행복청에서 했다”며 “주민들이 얘기하고 있는 교차로 위험성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고 행복청에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달라고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충북도는 공사개시·사용승인의 주체임에도 실제 그동안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오송정주여건개선위원회 측은 “2013년에 진행했던 공청회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매일같이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진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주민들한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통사고 위험성 인지여부, 협의과정, 담당자의 직무유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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