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법이 수시로 바뀌면서 애매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2-3년마다 춤추는 건설법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9년 건설업 면허제를 등록제로 개정한데 이어 2000년 7월 공제조합 출자의무 폐지 등 건설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신규 건설 업체를 양산해 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무실이 없어도 건설업 등록이 가능 ‘페이퍼 컴페니’, ‘핸드폰 컴페니’가 버젓이 수십억원의 건설 공사를 수주하는 일이 발생했다. 자본금, 기술자, 경력임원 등 3~4가지 요건만 갖추면 건설업 등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금도 등록만 하고 빼내면 그만이었고 경력 임원도 얼마든지 만들어 넣을 수 있는 허점이 이곳 저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공제조합에 일정 금액을 ‘보험금’ 명목으로 출자해야 했던 출자 의무도 2000년 7월 폐지됐다. 게다가 지난해 4월에는 1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의 적격심사때 ‘시공경험’ 평가마저 삭제돼 ‘건설업체 만들기’는 내 집 문턱 넘기만큼이나 쉬웠다. ‘전문건설업’ 분야도 중복면허 보유제한 규정이 완화됐다.
최소한의 등록요건조차 구비하지 못한 무자격업체들을 위해 이른바 ‘면허 브로커’들도 기승을 부렸다. 면허 브로커를 통해 면허를 취득한 K건설 H이사는 “1200만~2200만원만 주면 (브로커들이) 허위 기재 등의 수법을 통해 등록증을 알아서 발급 받아 줬다”고 털어놨다 .
이같은 면허제 완화는 너도 나도 건설업으로 뛰어 들게 해 1년 사이에 수백개의 신규 건설업 등록이 이루어져, 결국 ‘제살깍아 먹기’식 수주전으로 부실기업 양산, 입찰질서 문란 등으로 이어지면서 공사 부실의 원인이 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충북의 경우도 지난해 7월 3백개이던 일반건설 면허가 현재 6백개가 훨씬 넘어서 2배가 늘어났다.
건설면허 규제완화에 따라 이와 같이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무자격 건설사’ 퇴출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정부의 부실 건설사 퇴출 작업은 기존 업체의 퇴출만 엄포 놓았을 뿐 무자격 업체들의 신규 진입을 막을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오히려 신규 등록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여기까지가 규제완화와 그에 따른 부실 건설업체 난립의 교향곡이었다. 정부 지휘봉이 크라이막스를 그린 순간이었다.

1년만에 정책 바꾸기
잘못된 정책은 곧 국민의 피해와 직결되는 만큼 빨리 시인하고 수정되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잘못가고 있다는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크라이막스까지 다다랐고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판이다.
1년만에 정부는 건설업 면허시 건설공제조합 출자를 의무화하고 사무실을 갖추도록 하는 등 건설업 면허 등록 요건을 크게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등록요건 강화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풀어놓은 등록제에 따라 이미 진입한 업체들의 퇴출이다. 면허 등록시 면허브로커에게 들어간 돈을 시작으로 1년동안 회사를 유지하는데 든 직원 인건비 및 사무실 운영비, 입찰참가비 등으로 보통 1-2억원 이상은 쏟아 부었으나 공사 한건 하지 못하고 ‘퇴출’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충북도만해도 지난 10월 이미 6개 업체가 면허를 자진 반납, 폐업했고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그나마 일찌감치 손을 털고 피해를 최소화 해보자는 축에 들지만 면허 강화 적용 유예기간인 내년 2월까지 “그래도 한 건 걸리겠지”하며 버티어 보려는 업체들에게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A건설 B대표는 “브로커를 통해 면허를 내놓고 지금까지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데 이제와서 회사가 퇴출되어야 한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정책의 잘못으로 인해 야기된 피해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