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보내 온 편지 Ⅱ] 요크, 천국에서 잘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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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보내 온 편지 Ⅱ] 요크, 천국에서 잘 계시죠?
  • 고병택 기자
  • 승인 2019.12.2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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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현진섭 수사신부가 로마에서 보내 온 편지 Ⅱ
병석에 누워있는 독일인 노숙자 요크 씨와 꽃동네 수도자들이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제공=음성타임즈)
병석에 누워있는 독일인 노숙자 요크 씨와 꽃동네 수도자들이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제공=음성타임즈)

예수의꽃동네형제자매회 현진섭 발토로메오 수사신부가 최근 로마에서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현진섭 신부의 편지에는 현지에서 만난 독일인 故 요크 씨를 애도하는 심경이 절절히 녹아 있었다. 

그는 임종 직전 “나는 다시 너희 곁에 돌아와 너희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사랑의 꽃동네와 로마 노숙인 요크씨와의 인연을 <음성타임즈 32호>에 이어 소개한다. 

현재 꽃동네는 예수의꽃동네형제자매회 소속 수도자들을 로마 바티칸에 파견해 현지 노숙인들을 보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자주

병석에 있는 요크 씨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꽃동네 수도자들. (제공=음성타임즈)
병석에 있는 요크 씨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꽃동네 수도자들. (제공=음성타임즈)

요크도 계속 저희 집에 가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호스피스 전문병원 의사를 알게 되었는데 그 분이 매일 저희 집에 의료진을 무료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퇴원해서 저희 집에 다시 모셨고 이틀 뒤부터 매일 의사와 간호사가 집에 방문해 요크를 치료해 주었습니다. 

저희는 매일 저녁마다 요크방에서 묵주기도를 하고 봉성체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묵주기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자꾸 반복되는 말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다고 하고 너희가 내방에 전부 들어오니까 내가 쉴 수 있는 숨이 모자란다고(?) 핑계를 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반은 억지로 기도를 같이 하는데 어느 날 묵주기도를 하는 중에 요크 얼굴이 너무나 평온해 보이고 활짝 웃더니 천장을 계속 응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묵주기도가 끝나고 너희가 기도할 때 나도 하느님을 느꼈다며 너무 기뻐했습니다. 

성모님께서 당신 아들을 특별히 돌보아 주고 계셨습니다.

마지막 임종 전대사와 병자성사를 받고 있는 요크 씨. (제공=음성타임즈)
마지막 임종 전대사와 병자성사를 받고 있는 요크 씨. (제공=음성타임즈)

임종이 가까워졌을 때 임종준비를 위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자신이 미워하고 있었던 사람을 용서할 수 있겠는지 물어 봤습니다. 

생사도 궁금하지도 않다던 부모님,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여인, 형제, 자매들... 모두 다 용서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30년 가까이 거리를 떠돌면서 친구도 가족도 연락 할 수 있는 사람 하나 없이 그렇게 구걸하고 꽁초를 주워 피며 평생을 거리에서 살았는데 너희가 마지막으로 내 가족이 되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그리고 내가 마지막 임종을 집에서 할 수 있게 되어 고맙다고... 내가 이 세상을 떠나도 나는 다시 너희 곁에 돌아와서 너희를 위해 기도해 주고 도와주겠다고...”

그리고 마지막 임종 전대사와 병자성사를 받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날은 성모승천대축일 8월 15일 08시 15분이었습니다. 

성모님께서 요크를 데리고 함께 하늘로 오르신 것입니다. 

장례미사는 저희 집에서 수녀님들과 바티칸 노숙인 세 분과 함께 봉헌하였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함께했던 독일 노숙인 할아버지가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사람이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꼭 용서를 해야 하는데 요크가 편안하게 갈 수 있었던 건 너희의 사랑 때문이었다고... 그 힘으로 용서를 한 거 같다고...”

그러면서 저희를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저희에게 선물로 왔다간 요크를 절대로 잊지 못합니다. 

“요크... 천국에서 잘 계시죠? 우리 곁에 다시 온다고 약속했으니까 저희가 가난한 분들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사랑합니다”

로마 꽃동네에서 
현진섭 발토로메오 수사신부

요크 씨의 장례 모습. (제공=음성타임즈)
요크 씨의 장례 모습. (제공=음성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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