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여성계 10대 뉴스 1위는
‘끊이지 않는 성범죄, 미투(#Me Too) 이후에도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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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충북 여성계를 달군 가장 큰 이슈는 ‘미투 운동’ 이후에도 계속되는 ‘성범죄’였다.

충북여성정책포럼(이하 여성포럼)이 올 한해 여성계 이슈로 화제가 된 충북 여성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여성포럼은 23일 오전 10시 30분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에 있는 ‘청춘잡(job)담(談)’에서 발표와 토론회를 진행했다.

‘2019년 충북여성 10대 뉴스’는 충북 지역 시민단체와 학계·언론·청년·시·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정위원회가 언론에 보도된 기사와 여성단체 및 지역사회 활동을 바탕으로 선정한다. 이후 분야별로 포진된 285명이 투표를 통해 순위를 매긴 결과다.

이날 발표회에는 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 정선희 소장, 충북생활여성정치연대 황경선 대표, 젠더사회문화연구소 이음 김수정 소장, 충북여성정책포럼 오경숙 부대표,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임지연 회원,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지윤수 팀장 등이 참여했다.

23일 충북여성정책포럼이 ‘청춘잡담’에서 2019년 충북 여성 10대 뉴스를 발표하고 있다.
23일 충북여성정책포럼이 ‘청춘잡담’에서 2019년 충북 여성 10대 뉴스를 발표하고 있다. ⓒ충북인뉴스 계희수

봇물 터진 ‘미투’에도 성범죄 계속…사회생활 보장 지표는 ‘글쎄’

뉴스 선정위원회에서 추천한 14개의 뉴스 가운데, 384명의 투표인단이 복수 투표를 통해 선정한 순위 ⓒ충북여성정책포럼
뉴스 선정위원회에서 추천한 14개의 뉴스 가운데, 384명의 투표인단이 복수 투표를 통해 선정한 순위 ⓒ충북여성정책포럼

2019년에도 끊이지 않던 성범죄가 충북 여성 이슈의 중심에 섰다. 여성포럼 투표진이 뽑은 10대 뉴스 1위는 ‘끊이지 않는 성범죄, 미투(#Me Too) 이후에도 암울’이었다.

지난해 불거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와 충북 스쿨미투 교사들의 제자 성추행 사건. 가해 교사들에 대한 재판은 2019년 말인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최근 도내 대학의 단체대화방 성추행 사건도 연달아 터지면서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13일 충북대학교에서는 재학 중인 남학생들이 휴대전화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을 성적으로 희롱하고 모욕했다는 내용이 고발됐다. 지난달 청주교대 성폭력 사건으로 지역사회에 일었던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성폭력 사건이 고발된 것. 가해자들이 보다 강도 높은 처벌을 받아 성폭력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학과 사법당국이 엄중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의 정선희 소장은 오는 25일부터 시행되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라며 “개별적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가는 시점에서 이 법을 어떻게 우리 지역사회에 정착시켜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지역 성폭력 이슈에 대응할 다양한 규모의 논의체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충북대학교 17학번 이윤성(가명) 씨가 게시판을 보고 있다. ⓒ충북인뉴스 계희수 기자
13일 '단톡방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충북대학교 캠퍼스 안 게시판 ⓒ충북인뉴스 계희수

충북 여성이 뽑은 10대 뉴스 9위에는 ‘충북지역 불법촬영 근절 노력에도 오히려 증가’가 꼽혔다. 여성포럼은 “대학가의 불법촬영뿐 아니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연수중 불법촬영, 청주시 주민센터 불법촬영 등 충북도내 불법촬영 범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어 여성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자체가 불법촬영카메라 탐지 장비 무료대여 등 불법촬영 근절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성포럼이 발간한 자료집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충북지역에서 발생한 불법촬영 범죄는 모두 497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검거율은 94.4%(469건)로 전국 평균인 96%보다 낮아 16개 지방청 중 13위 수준이다.

충북도내 여성의 사회생활 보장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들이 부진하다는 뉴스도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다. △충북 월평균 근로시간 최고 등 일·가정 양립 지표 열악(4위) △공공보육 확대됐지만, 아직은 미미(微微)(5위) △충북 ‘고용의 질’ 성별 격차 크다(6위) 등이 10대 뉴스로 꼽혔다.

정책·정치 영역에서 ‘여성의 자리’는 어디까지 왔나

10대 뉴스 2위에는 ‘실버정치 충북, 21대 총선 여성·진보·청년이 필요하다’가 선정됐다. 충북생활여성정치연대 황경선 대표는 “도민 절반이 여성인데 도의회 여성 의원 비율이 18% 정도라 여성 의제가 다뤄지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정치 현실을 평가했다.

ⓒ충북인뉴스 계희수
23일 ‘청춘잡담’ 벽면에 붙은 2019년 충북 여성 10대 뉴스 포스터 ⓒ충북인뉴스 계희수

황 대표는 “현재 여성 30% 원내 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남성의 과다 대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져야 한다”면서 “국회나 기초의회뿐 아니라 정당 내부에도 성비 균형을 맞추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충북 여성계에는 긍정적인 뉴스도 있었다. 여성의 활동이나 폭력 피해를 지원할 기관이 생긴 것. △충북에 폭력피해 이주여성 전문상담소 설치(7위) △충북 청년여성 일자리플랫폼 ‘청춘잡담(JOB談)’ 개소(8위) 소식이 나란히 순위에 올랐다.

충북폭력피해이주여성상담소(소장 정승희)는 도내 이주여성을 보호하고 국내 정착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청년 여성에 특화해 취업 활동을 지원하는 청춘잡담도 10월 개소해 모양새를 갖춰나가고 있다. 여성포럼은 이러한 기관들이 어떻게 정착해 나가는지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이외에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역사 속에 가려진 충북여성독립운동가 발굴(3위) △한민족여성네트워크 충북 개최(10위) 등이 10대 뉴스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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