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고병택 기자

(제공=음성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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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혁신도시 내 본성고 설립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초 2023년 설립 계획은 물건너가고, 설립 자체가 무산될 조짐도 보인다.

‘충북혁신도시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거창한 구호는 단지 포장에 불과할 뿐, 충북교육청·충북도·음성군·진천군은 학교 설립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제동을 거는 듯한 행보도 목격된다.

“교육청은 물론 3개 지자체가 본성고 설립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책임 떠넘기기, 사전 명분쌓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본성고 설립을 위한 중앙투자심사는 당초 내년 4월에서 2월초로 앞당겨졌다. 2월 예정이었던 자체투자심사 결과도 1월 초까지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교육청은 1월 6일까지 중투심사를 위한 제반서류를 교육부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일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두 차례 탈락된 자투 재검토 사유를 보완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다”며 “중투 통과를 위해서는 충북도, 음성군, 진천군의 행정지원책 보완이 가장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개 지자체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현재 여러 가지 경로로 접촉하고 있다”며 “이번 중투를 통과하면 2023년 설립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사실상 본성고 설립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열쇠를 3개 지자체가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1일 주민설명회,  충북교육청 관계자들이 주민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제공=음성타임즈)
지난달 21일 주민설명회, 충북교육청 관계자들이 주민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제공=음성타임즈)

충북교육청은 최근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정성평가에 대비해 충북도, 음성군, 진천군 등 3개 지자체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음성군은 '충북혁신도시 고등학교 조기 설립을 위한 재정지원 계획안'을 마련해 다목적 강당 설립 예산 1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음성군은 ‘1개교에 대한 예산지원은 3억 원으로 제한 한다'는 현 '음성군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 일부를 개정해, 지원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법적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음성군의 지원 금액이 10억 원으로 결정되면서, 향후 충북도 및 진천군의 지원 규모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충북도 및 진천군의 공식적인 지원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익명을 요구한 충북도 한 관계자는 “충북도청은 충북교육청과의 명문고 설립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충북교육청의 정책에 대해 전체적인 분위기 좋지 않다”면서 “본성고가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의 의견차로)충북도의 협조를 얻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진천군 송기섭 군수는 지난달 21일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교육청이 지자체에 모자란 부분을 도와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는 입장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진천군은 확실한 행보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주민 일각에서는 “본성고의 위치가 음성군에 있기 때문에 진천군이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본성고가 설립되면 인구가 많은 진천쪽 학생들이 더 혜택을 보게 된다”면서 “송 군수의 이날 발언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 주민은 “충북도, 음성군, 진천군은 주민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입장을 설득시키려 하지 말고, 3개 지자체 합동 T/F팀을 구성하는 등 힘을 합쳐야 한다.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책사업으로 조성된 충북혁신도시로 인해 각 지자체는 막대한 세수증대 및 인구증가 등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최근 2025년까지 진천시 승격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충북혁신도시 주민들은 기본적인 교육권 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의 책임 있는 관료 및 정치인들은 '얼마든지 지원' 운운하며 마치 선심 쓰듯 립서비스를 남발하기도 한다.

지난달 21일 주민설명회 모습. (제공=음성타임즈)
지난달 21일 주민설명회 모습. (제공=음성타임즈)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충북교육청, 충북도, 음성군, 진천군 등 4개 행정기관의 심기를 건들까봐 조심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의하면 ‘혁신도시가 있는 지역의 도지사 및 군수는 운영되는 학교에 대하여 매입, 시설의 건축 또는 학교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또 이전공공기관의 장은 혁신도시 학교에 대하여 학교시설, 설비의 설치, 정비 등 교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현재 충북도교육청, 충북도, 음성군, 진천군, 11개 공공기관 등 막강한 기관들이 고교 설립 하나를 놓고, 각자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모양새다.

‘지원해야 한다’가 아니라 ‘지원할 수 있다’는 법 조문이 면피가 되지 않길 바란다.

“다닐 학교가 없는데...”

본성고는 당연히 설립되어야 한다.

국가정책을 믿고 이주해 온 주민들이 더 이상 지자체의 이해관계에 희생되서는 안된다.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교육권을 위해 7천여 명의 주민서명서가 왜 등장해야 하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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