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이자 반납방식, 시와 교육지원청 달라 혼선
제천시의회, 행복교육사업 서류 미비로 예산삭감
“서류 부족하다고 마을교육 아예 하지 말라니…황당”

제천시 덕산면, 수산면, 한수면의 주민자치위원회를 포함한 11개 교육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7월 9일 덕산면에 위치한 ‘마실’에서 민‧관‧학 교육거버넌스 업무협약을 맺었다.
제천시 덕산면, 수산면, 한수면의 주민자치위원회를 포함한 11개 교육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7월 9일 덕산면에 위치한 ‘마실’에서 민‧관‧학 교육거버넌스 업무협약을 맺었다.

충북 11개 시·군과 교육지원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행복교육지구사업 행정이 간소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교육지원청과 시군의 원활한 소통으로 복잡한 행정처리가 개선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천 행복교육지구사업의 예산이 삭감된 원인은 시와 교육지원청의 소통부재, 이로인한 마을교사들의 '부실한' 행정처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천시의회는 19일 열린 제천시의회 제 3차 본회의에서 내년 행복교육지구사업 예산을 당초 교육지원청이 제출했던 3억 원보다 1억 원이 삭감된 2억 원으로 결정했다. 이 사업은 지자체와 교육청의 일대일 매칭 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1억 원을 삭감하면 교육청도 1억 원을 삭감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2억 원이 삭감되는 것이다.

제천시의회는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행정 사무감사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며 “관리감독 부실은 물론 사업 이후의 정산에도 문제점이 발견된 만큼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삭감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천교육지원청을 비롯해 마을 교사들이 정산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관련 자료도 부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 교사들은 미처 행정처리를 몰랐을 뿐,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류가 부족하다고 활동을 아예 하지 말라니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마을 교사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행복교육지구사업 예산이 함부로 사용하면 안되는 세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알뜰살뜰 아끼며 아이들을 위해 썼다. 서류를 꼼꼼히 못 챙겼다는 이유로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시와 교육지원청의 다른 이자반납 방식

올해 제천 행복교육지구사업에서 제기됐던 문제점 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바로 이자반납이다. 제천시와 제천교육지원청의 이자 반납방법이 달라, 마을교사들이 혼선을 빚었던 것.

즉 제천시는 예산을 민간에 지원한 후 정산시 예산사용내역과 잔액, 예산으로 인해 발생했던 이자까지 반납받는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시·군과 다른 방식을 취한다. 충북도교육청은 학교에 예산을 지원한 후 사용내역은 확인하지만 이자나 남은 (10만원 미만)예산은 그 학교의 자체수입으로 잡고 교육경비로 사용(목적사업제외)한다.

이러한 차이로 마을교사는 결과적으로 시에서 받은 예산은 이자를 반납해야 하고 교육지원청에서 받은 예산은 이자를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 돈은 시 돈인가? 교육청 돈인가?

제천시는 올 초 행복교육지구사업 담당자들에게 2018년 예산으로 발생한 이자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체크카드를 사용한 경우에는 발생한 포인트까지 반납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을 교사들은 이러한 내용을 미리 전달받지 못해 제출하지 못했다. 마을 교사로 활동했던 A씨는 “교육청에서 정산처리를 할 때 0원 처리를 하라고 해서 보조금 이자 3000원 가량을 모두 사용했다. 그런데 나중에 제천시에서는 그 이자와 체크카드 포인트까지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그때는 이미 모두 0원 처리를 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특히 내가 받은 돈이 시에서 받은 돈인지, 교육청에서 받은 돈인지도 모른다. 그냥 모두 행복교육지구사업 예산이라고 생각했다. 시에서 받은 돈이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거기에 대한 이자를 어떻게 반납할 수 있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마을 교사는 그냥 일반 시민이다. 당연히 회계나 서류를 잘 모른다. 교육을 시켜주든지 미리 알려줬어야 했다. 이자도 대부분 600원, 700원 등 1000원 미만이다. 1년이 지난 다음에 이자를 반납하라고 하고 돈을 방만하게 썼다고 하니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제천교육지원청 또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도에는 제천시에서 이자를 반납하라는 요구가 없었다. 시에서 지원한 2억 원이 전부 학교로 지원됐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교회계법을 따르기 때문에 이자를 반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2018년도다. 지자체 보조금 2억 원 중에 일부를 학교가 아닌 마을교사(민간)에게 지원했고 그 돈의 이자를 제천시가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지원한 2억 원은 교육경비보조금이다. 이는 학교회계법을 따르기 때문에 이자를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을 교사들에게 특별히 안내를 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천시 입장은 다르다. 관계자는 “교육지원청 예산과 시 보조금은 분리해서 지급하고 이자와 잔액은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특히 민간단체에게는 더 엄격해야 한다”며 “제천시 보조금관리 조례와 보조금관리 메뉴얼대로 안내했다. 내년을 위해 예산 편성 원칙이나 기준을 세세하게 담아서 교육지원청에 보냈다. 앞으로 더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 한 관계자는 “민간에게 예산을 지원할 경우는 정산 후 잔액과 이자를 반납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행복교육지구사업에서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조금은 민간인 한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교육청을 믿고 두 개의 기관이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잘 하라는 취지로 지원하는 것이다. 민간에게 직접 지원해준 것처럼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매우 경직된 회계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사업계획 사실상 물거품

결국 제천시는 이번 예산 삭감으로 계획했던 사업들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제천행복교육지구사업 담당자들과 제천교육지원청은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과 함께 내년에는 돌봄을 강화하고 학교밖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제천교육지원청은 예산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어나면 연극학교(1교)와 영화학교(1교), 글로벌 스쿨(1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또 지자체와 연계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읍·면 단위 청소년문화공간과 장애·비장애아동 통합돌봄교실(1개소) 운영을 계획했었다.

김호경 제천시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장은 "지역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체험 교육활동을 위해 증액이 필요한 시점에서 시의회의 삭감 결정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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